뚝배기를 닦아 뿌링클을 사다 - 조져진 세대의 두 번째 페르소나
이용규 지음 / 좁쌀한알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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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수업에서, 광고에서, 뉴스와 여러 방송에서 ‘MZ세대라는 말을 심심찮게 듣곤 했다. 사전적 정의로는 이렇게 말한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최신 트렌드와 남과 다른 이색적인 경험을 추구하는 특징을 보인다.’ 마치 세상을 낙천적으로 살아가고 일생이 유쾌하기만 할 것처럼 설명되고 있다. 이들이 현시대의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는 주장도 덧붙인다. 여기에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기곤 했다. 내가 저 분류에 속하는 사람이라고?

 

소셜미디어에서 MZ세대의 특징이 보이는 게시물이 뜨면 종종 아래와 같은 댓글들이 달리는 걸 마주할 수 있었다. ‘우리 이렇대, 분발 좀 하자’, ‘요즘 이게 트렌드래 나만 몰랐냐?’, ‘우린 할미였네 어서 메모해둬라. X세대부터 시작해 MZ세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당시 젊은 사람들은 알파벳 그룹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 묶여 꼭 그래야만 할 것 같은 묘한 압박을 느꼈을 것이다. 이를 즐기는 부류도 있었지만 분명 달갑지 않게 여기는 부류도 존재했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다양성을 묵살하고 제3자들이 묶어낸 각종 세대는 과연 유의미한 분류라고 할 수 있을까.

 


결국 오늘 Z세대를 설명하는 것은 오직 여유로운 이들에게 쏟아지는 화려한 주목, 또는 트렌드를 주도하는 소비주체로서의 주목뿐이다. 젊은 세대의 실존적 문제를 논할 때 세대론이 자취를 감추는 것은 그 때문이다. (p.20)

 


MZ세대 및 Z세대의 사전적 분류로는 이에 속하는 저자 역시 이러한 세대론에 의문을 가졌다. 그는 이들을 조져진 Z세대, DeGeneration-Z(DZ세대)’라고 새롭게 정의한다. 그리고 그동안 가려진 그늘에 있던, 보이지 않던 나머지를 대표해 이면을 솔직하고 거침없이 드러낸다. 저자의 첫 작품 뚝배기를 닦아 뿌링클을 사다는 그렇게 조져진 세대의 두 번째 페르소나를 담고 있다.

 


적어도 스스로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누군지 안다는 확신이 있었다. 정작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으냐는 물음조차 우물거리고 있었다. (p.161)

 


1부는 같은 세대 안의 또 다른 시선을 담은 칼럼이 수록되어 있다. MZ세대를 트렌드를 주도하는 소비계층으로서만 주목하는 반쪽짜리 세대론에 맞서 그 속에서 배제된 이들의 현실, 생각, 감정 등을 DZ세대라고 정의한 저자만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2부는 솔직한 저자의 일생을 통해 한 세대를 이해해 보고자 하는 르포타주가 담겨있다. 때로는 적나라하게, 가끔은 자조적이게, 몇 번을 공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마냥 웃플 수만은 없는 삶의 페이지들은 불확실한 것만이 확실한 우리네 고달픔을 함께 들여다봐 준다. 손목이 조져지도록 뚝배기를 닦아 모은 돈을 아끼고 아껴 뿌링클만큼은 망설임 없이 시켜 먹을 모든 이들에겐 압력솥의 배출구와 같은 책이다.

 


나는 이를 악무는 내 모습이 좋다. 내가 믿지 않는 것을 대표해 가장 높이 가는 것보다는 내가 믿는 것으로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시험해보고 싶다. 이제 오늘의 나를 직시할 수 있다. 흐리게 선망하던 미래를 재정립하고, 너저분한 실패로 점철된 과거를 돌아보되 후회하지 않는다. (p.332)

 


계속되는 실패, 거듭 놓쳐버리는 기회, 누구보다 바쁘게 살았던 것 같지만 무엇 하나 남은 것 없는 것 같은 느낌. 우리는 누구이고 나는 누구인가 꼬리를 무는 답 없는 질문들. 반쪽자리 세대론 속에서 개인사와 콤플렉스를 껴안은 채 그럼에도 살아가고 살아내고 있다. 처참하게 조져지기도 했지만 무력하게 포기하지만은 않는 끈질긴 투쟁을 나름대로 이어가는 게 우리네 청춘들이다. 이제, 편향성을 극복하고 다양한 환경 속의 청춘들을 조명할 차례다.



*본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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