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방구 일러스트 - 매일이 즐거운 책상 위 소품 꾸미기
미즈타마 지음, 장인주 옮김 / 미디어샘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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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방구 일러스트는 '미즈타마'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고 있는 일본의 일러스트레이터 '다나베 가스미'의 문구 활용법이 담겨 있는 책이다.  책은 6개의 chapter로 미즈타마의 작업실 방문, 미즈타마의 예쁜 공책 만들기, 미즈타마의 문구 제작 체험기, 미즈타마의 문구 수납법, 문구를 매우 쉽게 즐기는 아이디어집, 미즈타마가 애용하는 문구들로 구성되어 있다.

문구류를 정말 좋아하는 이들은 자신이 직접 문구류를 제작해 판매하기도 한다. 요즘 인스타그램에만 방문해 보아도 떡메(떡 메모지)나 인스(인쇄소 스티커)를 판매하는 문구 마니아(문구 덕후)들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에 문구류를 제작하는 다양한 팁이 나와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이 책의 저자 역시 자신의 일러스트가 들어간 마스킹 테이프를 제작해본 경험이 있고 그 경험담을 이 책에 자세히 풀어놓았다.

 

 

마스킹 테이프를 보관하기 위해 DIY 가구를 활용해 마스킹 테이프 수납장을 제작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녀의 마스킹 테이프 전용 책장은 남편이 만들어준 것이라고 한다.

이 책의 저자는 도장 지우개 작가이기도 한데 원래는 간판 제작을 하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2005년부터 지우개 도장을 만들기 시작했고 그 결과물을 블로그에 올렸던 모양이다. 그녀의 지우개 도장 작품들이 큰 인기를 얻으면서 지우개 도장 교실까지 열게 되었고 문구 업체와 협업하여 상품을 제작하고 판매하게 되었다고 한다. (취미가 직업이 된 케이스인 것 같다) 

 

                                            
저자는 마스킹 테이프 마니아로 이 책에는 다양한 마스킹 테이프 활용법도 나와 있었다. 책에 나온 활용법을 따라 하면서 동심으로 돌아가 이것저것 만들어 보는 시간을 가졌다.  간단 연필 뚜껑 만들기는 어느날 폼폼 펜케이스에 연필을 넣으면서 "연필 뚜껑 같은 건 없나" 생각했던 적이 있어서 그런지 꽤 유용했다. 실제로 시중에 연필 뚜껑이 판매되고 있기도 하고 작아진 연필(몽당 연필) 뒤에 꽂아서 쓸 수 있는 연필 캡도 나와 있지만  이 책에 나오는 팁을 보고 간단하게 만들어볼 수 있어 좋았던 것 같다. 

 

 

마스킹 테이프로 리본을 만들어볼 수 있는 팁도 나와 있어서 따라 해보기도 했다. 쉽고 간단하게 따라해볼 수 있는 유용한 다꾸 팁들이 많이 나와 있어서 문구 덕후나, 다이어리 꾸미는 취미가 있는 사람, 마스킹 테이프 마니아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사진과 그림, 활용팁으로 구성되어 있어 실제적인 팁을 얻기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아마 만족할 수 있는 책일 것 같다. 또 사진이나 그림이 많이 담겨져 있어서 (책 특성상 텍스트 보다는 이미지 중심이다)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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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알랭 드 보통 지음, 김한영 옮김 / 은행나무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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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 드 보통은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썼고 나는 그의 이야기들을 좋아한다. 다소 철학적이기도 하지만 남녀 관계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듯한 작품이 많아서 그의 통찰력에 감탄하며 읽어내려가곤 했었다.

 

 

이 책은 한 남녀가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지고,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한 그 이후의 일상들을 가감없이 다룬다. 사랑은 이 사람 외에 다른 사람은 나를 이해해주지 못하리라는 착각에서 비롯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이라는 착각. 그러다 '이 사람도 나를 이해하지 못하고 나도 이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는구나'를 깨달아가면서  그 차이들을 어떤 부분에서는 견디면서 또 극복하려고 노력하며 살아가는 것이 '결혼 생활'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한다. 물론 사랑이 기반이 되어야 하겠지만. 사랑하지 않는다면 그 노력이라는 것도 어려운 일이 될 테니까.

결혼은 낭만적인 연애의 연장선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그다지 그렇지는 못할 때가 있는 법이다. 결혼은 다른 성장환경에서 자라온 남녀가 함께 살아가는 일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사소한 취향의 차이들로 부딪히고 사소한 생각의 차이로 싸움을 하면서 합의점을 찾으려는 시도를 하게 된다. 그런 시도들의 연속이 결혼 생활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서로 완벽하지 못함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거기서부터 다시 나아가는 것. 그것이 낭만적 연애를 지속시키는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라는 보통 나름의 연애관이 녹아 들어 있는 리얼한 러브 스토리였다.

 

그들은 여기까지 온 것, 서로의 마음속에 있는 광기를 이해하기 위해
몇 번이고 다시 노력하고 그때마다 새로 평화협정을 맺으면서
결혼 생활을 지켜온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여기까지 함께하지 못할 이유가 많기도 많았을 텐데,
이별이 자연스럽고 거의 불가피한 일이었을텐데 말이다.
결혼 생활에 머무른 것은 기이하고도 신기한 업적이며
두 사람은 그들만의 전투로 단련된 상흔 입은 사랑에
충성심을 느낀다. (290쪽,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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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두근거리는 노트의 마법 - 전 세계 노트왕에게 배우는 기록의 정석 20
컴투게더 노트연구회 지음, 강은혜 옮김 / 라이팅하우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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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전 세계 노트왕에게 배우는 기록의 정석 20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그 부제가 잘 어울리는 책이었던 것 같다.

손으로 기록한 것은 왠만하면 잘 잊혀지지 않는다. 그래서 더 잘 기억하기 위해서는 손으로 기록을 해야 하는 것 같다.

일상의 소중한 순간을 잊지 않기 위해 노트를 쓰기 시작한 사람들, 그날 먹은 음식까지도 노트에 그리고 쓰면서 더욱 특별한 것이 되기도 한다. 노트왕들에게는 일상의 모든 순간들이 노트에 기록할 풍부한 소재이고 이야기이다.

 

 노트에 항상 긍정적인 일들만 남는 것은 아니다.  부정적인 감정도 노트에 남게 된다. 노트에 그날의 부정적 감정을 기록하면서 그런 감정들이 해소되는 경험을 하는 이들도 있다. 웨딩 포토그래퍼라는 직업을 가진 제인 리는 다른 이들의 행복한 순간을 담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을 상대하는 직업을 가져서인지 스트레스를 받는 일들도 있다. 사실 세상 모든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문제와 부딪히고 그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일들이 빈번하게 일어나지만 말이다.

 

 

 ▲ 스트레스가 많을 땐 노트에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쓴다는 제인 리의 노트는 멋진 그림들로 가득하다.

이 책에는 노트 마니아들의 노트 활용법과 그들의 노트 사진으로 가득하다.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 그 자체만으로도 흥미롭게 읽히는 부분이 있었던 거 같다.

노트 쓰기는 어쩌면 순간을 줍는 행위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인생이라고 말은 하지만 사실 사람의 인생이란 순간들의 총합이 아니던가. 기억들이 과거의 나와 오늘의 나를 이어주긴 하지만 결국 오늘이라는 순간들을 살아가는 것이 사람이다. 그러니 오직 사람의 삶이란 순간 밖에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시간이라는 실에 순간들을 꿰어 차곡 차곡 모으면 인생이 되는 것이니까 결국 중요한 건 오늘일 것이다.

오늘 행복하고, 오늘 더 많이 사랑하고, 오늘이라는 순간을 충분히 느끼며 살아가는 것. 노트 쓰기는 그런 오늘을 충실히 담아내는 도구이고 예쁜 그릇인지도 모른다. 지금 이 순간을 충분히 느끼게 하고 더 소중하게 여기게 만들어주는 것이 무언가를 기록하는 행위이고 노트 쓰기가 아닐까?

노트 활용법 및 문구류에 관한 설명도 간략하게 나와 있어서 문구류를 좋아하거나 노트 쓰기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여러 정보도 얻으며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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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과 물 배수아 컬렉션
배수아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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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기 다른 지면에 발표된 소설들이 뱀과 물이라는 장편 소설로 묶였다. 내용이 연결되는 지점이 보이기 때문에 연작 소설로 쓰여졌던 것을 장편으로 묶어 낸 거 같다. 소설집이었다면 소설집이라고 표기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장편 소설로 나오기 때문에 연작 소설을 묶어 단행본으로 펴낸 거 같다.

이 소설 속에는 아이들이 등장한다. 이 아이들에게는 하나같이 아버지가 없다. 아버지를 찾는 아이들이 등장한다. 아버지가 있었으나 잃은 아이들, 애초부터 없었던 것처럼. 이 소설에 등장 하는 아이들은 '고아'다. 아버지라는 단어는 종종 기독교에서 예수 그리스도나 하나님을 상징한다. 이 소설 속에서 아버지라는 존재는 '나를 구원해줄 이'로 드러나고 있는 거 같다.

이 소설을 읽으며 눈의 여왕을 떠올리기도 했다. 안데르센의 동화 <눈의 여왕> 속에서 카이에게 눈의 여왕은 말한다.

네가 영원이라는 단어를 맞출 수 있으면
그때는 네가 너 자신의
주인이 될 것이다.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아버지를 찾지만 찾지 못한다. 이 소설 속에서 작가는 말한다.

어린 시절은 망상이에요.
자신이 어린 시절을 가졌다는 믿음은
망상이에요. 우리는 이미 성인인 채로
언제나 바로 조금 전에
태어나 지금 이 순간을 살 뿐이니까요.
그러므로 모든 기억은 망상이에요.
모든 미래도 망상이 될 거예요.
어린아이들은 모두 우리의 망상 속에서
누런 개처럼 돌아다니는 유령입니다.
(94쪽, 뱀과 물)

어린 시절의 기억들은 스스로에게는 대부분 몇 개의 장면으로 가까스로 기억될 뿐이다. 나머지는 나의 성장을 지켜봐주는 존재인 부모나 어른의 증언에 의해서 그것이 존재했다는 것을 가까스로 알 수 있을 뿐이다. 어린 시절은 그렇게 채워진다. 아무리 떠올려 보려 해도 7살 이전의 기억이란 까마득한 것으로 좀처럼 기억나지 않는다. 엄마의 얼굴을 기억하지도 못할 때 엄마 곁을 떠난 아이는 엄마의 얼굴을 알 수 없거나 알아보지 못한다.

어른이 된 아이는 과거의 자기 자신, 아직 어린 아이였을 때의 자신과 마주치지만 애써 아는 척 하지 않는다. 어린 시절의 기억이 흐릿하거나 성장의 과정이 너무 고통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린 시절을 지워버리는 대신 자신의 어린 시절을 대신할 이야기를 상상으로 만들어낸다.

뭐라고요? 우리는 어디로 가느냐고요?
(221쪽, 뱀과 물)

누구나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한다. 그래서 미래 역시 망상이 되고 그건 허상이 되거나 내 머리 속에서만 존재하는 세계가 된다. 가까스로 알 수 있는 건 지금 내가 여기 존재한다는 사실이고, 순간을 사는 존재가 인간이라는 사실 뿐이다.

이러한 인식 속에서 구원은 지금의 이 세계가 아닌 다른 세계로 향해 가는 것이 아니라 허상의 세계인 거울 속의 세계를 깨뜨리는 것에서 얻어질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버지를 잃은 아이들은 아버지를 잃은 채로 성장한다. 어린 시절을 갖지 못한 채로, 갖지 못했으니 없었던 것으로 여기며 어른이 된다. 지워진 과거 속 아이들은 어른이 된 자신과 마주친다. 그러나 아이는 어른이 된 자신을 알아 볼 수 없고 어른이 된 아이는 과거의 아이를 외면한다.

그리고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고통스런 삶 속에서 막연히 죽음을 기다린다. 죽음이 구원이라 믿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죽음 뒤에 펼쳐질 것이라 믿는 아름다운 세계 안에서의 안식 역시 죽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허상이다. 허상을 붙잡지 않고 현실 속에 있을 때, 거울 속의 자신을 보지 않고 거울 밖에 있는 나를 인식할때 세계는 명확하게 구체적으로 존재하는 어떤 것으로 손에 잡힌다. 순간만을 손에 쥘 수밖에 없는 이 삶 속에서 말이다. 영원은 결국 순간들의 무한한 연결과 확장 속에서 손에 잡히는 것.

카이에게 영원은 눈의 여왕에게 끌려온 자신을 찾으러 온 게르다의 마음 속에 있었다. 카이의 심장과 눈에 박힌 세상의 모든 것을 나쁘게만 보이게 했던 거울 조각 역시 게르다의 카이에 대한 사랑으로 제거됐다.

그제야 나는 올라타는 사람도
내리는 사람도 없는 그 대관람차가
사실은 대관람차가 아니라,
시간의 실체를 실어나르는
바늘 없는 시계라는 것을 깨달았다.
(16쪽, 뱀과 물)


이 소설 속에서 시간의 흐름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마치 대관람차의 그것처럼 무한히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어떻게 삶을 포획할 것인가?

눈의 여왕이 깨뜨린 거울 조각이 눈에 박힌 카이는 게르다와 함께 하는 순간의 소중함을 보지 못하게 된다. 거울 조각이 그것을 보지 못하도록 카이의 눈을 멀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게르다가 다시 카이를 찾아왔을 때 카이는 게르다의 따뜻한 심장을 느끼며 게르다와 함께하는 순간의 소중함을 되찾는다.

순간 속에 삶이 있기 때문이다. 과거와 미래라는 거울 속에는 순간이 없다. 과거란 오래전에 잊혀진 것이거나 지나가버린 것이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거울을 깨뜨리면 보이는 순간과 영원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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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
김숨 지음 / 창비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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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물고 쏘는 책만 읽으라고 프란츠 카프카는 말했다. 이 책을 읽으며 카프카의 그 말을 떠올렸다. 읽으면서 어쩐지 읽기 불편했던 건 이 책이 내가 외면하고 싶었던 어떤 것들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었기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를테면 구제역으로 살처분이라는 이름 아래 생매장되는 돼지들에 관한 생각 같은 것. 구덩이라는 작품은 그런 것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들었다. 그는 그냥 구덩이를 파는 것 뿐이라며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따라붙는 죄책감을 지워내려 하지만 그건 쉽게 떨쳐지지 않고 결국 그를 피 흘리게 한다.

막차

이 소설집에서 맨 처음 등장하는 막차는 경제적으로 무능력한 남편을 만나 미장원을 운영하며 악착같이 살았던 중년 여성이 화자로 등장한다. 그녀는 죽어가는 며느리의 문병을 가기 위해 탄 막차 안에서 며느리에게 병원비로 보태준 돈을 아깝게 생각한다. 그런 중년 여성이 화자로 등장하는 소설을 읽는 것이 어쩐지 불편했다. 그녀의 물질만능주의에 찌든 모습이 돈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의 삶을 생각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국수

국수는 아이를 낳지 못해 소박을 맞고 자신의 아버지와 재혼을 한 계모를 위해 직접 반죽을 해 국수를 끓이는 여자가 화자로 등장한다. 기혼 여성인 그녀는 아이를 가지려 하지만 아이가 잘 들어서지 않아 인공수정으로 아이를 임신했다가 유산한 상태였다. 그녀는 그것이 어쩐지 계모 탓인 것만 같아 그녀를 원망한다. 그녀가 설암에 걸린 것을 알고 그녀가 어린시절에 자주 끓여줬던 국수를 그녀의 집에서 끓인다. 그리고 국수를 끓이며 계모의 삶에 대해 연민을 갖게 되며 이해하게 된다.

옥천 가는 날

옥천 가는 날은 구급차에 돌아가신 어머니를 태워 장례식장이 있는 옥천으로 향하는 자매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자매들 중 애숙은 요양급여를 타기 위해 옥천에서 홀로 살던 어머니를 모시고 살며 어머니에게 치매 노인인척을 하라고 했던 일을 후회한다. 자매들은 어머니가 생전에 다시 한번 가보고 싶어하셨던 옥천을 모시지 못하고 간 것을 후회한다.

아무도 돌아오지 않는 밤

아무도 돌아오지 않는 밤은 홀시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며느리가 주인공이다. 홀시아버지는 혼자 사는 독거노인으로 중풍이 온 후 거동이 불편해지게 되자 아들 내외와 함께 살게 된다. 그녀는 은근히 홀시아버지를 홀대하고 홀시아버지도 그러한 점을 눈치 채고 집을 나가 요양원에서 살고 싶어한다. 그러나 홀시아버지의 집을 판 돈을 남편이 주식 투자를 했다가 홀랑 날려 먹어서 어쩔 수 없이 같이 살아야 하는 처지였다. 그녀는 집을 나가기 전 홀시아버지가 이웃집 여자에게 돈을 빌려줬다는 얘기를 듣고 그녀가 돈을 갚으러 올 거라는 소리에 그 여자를 기다리다가 홀시아버지를 찾으러 집을 나선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자식이 있어 기초생활 수급자가 될 수 없는 노인이 주인공이다. 얼마 전까지 아내와 함께 살았지만 아내가 먼저 세상을 떠나고 떠돌이 개와 산다. 떠돌이 개는 유기견으로 안락사를 당할 처지에 놓인 것을 가엽게 여긴 아내가 생전에 집으로 데려와 키우던 개였다.

노인은 개를 미워하고 추운 날씨 속에서 금니를 내다 팔 생각까지 한다. 그러나 개에게 물려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명당을 찾아서

명당을 찾아서는 노후 자금으로 땅을 사서 시골에 가서 살려는 부부가 주인공이다. 그러나 귀농을 생각하고 사려던 땅 구경은 커녕 사채업자나 빚쟁이에게 쫓기는 듯한 부동산 업자에 의해 석모도까지 가서 돈만 빼앗기고 죽게 된다.

그 밤의 경숙

콜센터에서 일하는 경숙이란 여자가 주인공이다. 그녀는 남편과 함께 집에 돌아오는 길에 퀵서비스 기사와 시비가 붙는다. 고성이 오가는 속에서 그녀는 자신의 일들에 대해 생각한다. 얼굴이 지워진 목소리들이 둥둥 떠다니는 그 밤에.

구덩이

구덩이는 구제역 살처분을 위해 구덩이를 파는 일을 하게 된 굴착기 기사가 주인공이다. 그는 젊은 시절 바람을 피우고 집을 나와 처자식을 제대로 돌보지 않았다. 그런 그를 그의 아들은 미워하고 부모를 이혼시키려 한다. 그는 아들의 전화를 받지 않고 돈사에서 주인의 아들과 마주친다. 돼지를 묻어 죽일 구덩이를 파는 그에게 돈사 주인의 아들은 적의를 감추지 않고 개새끼라는 욕을 퍼붓는다. 그는 그 욕을 들으며 자신의 삶에 대해 반추한다.

대기자들

사랑니를 발치 하기 위해 치과에 간 남자가 주인공이다. 그는 이혼 소송 중이다. 진료 시간이 훌쩍 넘었는데도 의사는 진료를 시작하지 않고 그는 대기자들 속에서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며 자신이 몇 번째인지 잊지 않으려 노력한다.
 
국수를 읽으며 때론 뭉클했고 또 때론 마음이 불편했지만 그런 불편함이 내가 애써 외면하려 했던 무언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들었다. 그래서 그 불편함이 좋았던 거 같다.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것은 누군가의 죽음이고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그 죽음과 관계되어 있는 사람들이었다.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기초생활 수급 자격조차 얻지 못하는 빈곤 노인이나, 자식에게 얹혀 살며 며느리 눈치를 봐야 하는 노인, 온갖 욕설과 씨름하고 성희롱까지 견뎌내가며 생계를 위해 열심히 일하지만 그저 목소리로만 남는 콜센터 직원의 삶 같은 것들이 이 소설집 속에는 잘 드러나 있다.  

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들, 그늘진 곳에 사는 사람의 이야기가 한데 뭉쳐져 있는 국수는 우리 사회의 그늘, 자본주의 사회의 그늘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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