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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릭
도메니코 스타르노네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24년 5월
평점 :
이 책의 제목은 줌파 라히리가 번역한 미국판 제목이기도 하다. 역자에 의하면, 줌파 라히리는 원제인 ‘스케르체토’를 ‘짓궂은 장난’이라는 의미로 이해했다. 그래, 인생은 우리에게 늘 짓궂지. 예술가로서 자아를 우선시하며 살아온 다니엘레는 손자인 마리오의 집이자 자신의 옛집에서 유령을 본다. 그것은 다니엘레가 도박을 일삼던 아버지로부터의 핏줄을 끊기 위해 자신의 재능을 길러온 과거의 잔흔이다. 그 잔흔 속에서 다니엘레는 마리오의 예술적 잠재력을 발견하고 남모를 질투를 느낀다. 누가 알았을까. 이들 사이의 미묘한 균열이 마리오의 짓궂은 장난을 계기로 극에 치닫게 될지 말이다. 카드 게임에서 누군가 트릭을 하면, 남은 건 승리 혹은 패배이다. 살면서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일이 일어난 후 우리에게 남는 게 있다면, 그건 무엇일까. 적어도 이 책은 둘의 이야기는 누군가의 승리 혹은 패배로 정의할 수 없다고 말하는 듯하다. 학회에서 돌아온 부모님에게 할아버지의 그림을 따라 그렸다는 마리오의 대사로 책은 끝난다. 마리오의 그 말은 앞으로도 종종 곱씹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