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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천재들은 어떻게 말을 할까 - 정재승, 김영하, 유시민, 손석희의 수사법
정재영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9월
평점 :
저는 말을 잘 못 하는 편입니다. 지금이야 책도 읽으면서 와이프랑 대화를 많이 하다보니 이제야 평균수준에 약간 못 미치는 말솜씨를 갖추게 되었는데요. 어렸을 때 워낙 내성적이어서 주로 듣는 편이었고 블로그에도 몇 차례 적었지만 공부를 해도 그냥 외우고 게임/운동만 하다보니 말의 즐거움에 대해서 잘 모르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학생 때는 공부만 하면 되니깐 별 생각이 없었는데 저를 다시 돌아보게 된 두 사건이 있습니다.(오늘은 저의 경험도 들어가서 내용이 길 수 있는 점 양해부탁드립니다. 그래도 도움이 되시지 않을까 싶어요^^;;)
첫번째는 대입을 위해 수시 구술면접을 봤을 때인데요. 생물 관련된 응용문제였는데 책상에 앉아서 학교에서 내는 문제만 외웠으니 그 이외의 것을 제대로 아는게 있을리가 없었죠.. 교수님께 한줄 정도의 간단한 대답을 하게 되고 추가 질문에 대해선 모른다고 했어요. 이렇게 2-3번 정도 반복되니깐 교수님이 대뜸 "자네 자기소개 한번 해보게." 이러시더라구요. ㅎㅎ 얼떨결에 자기소개를 했더니 "그래 자네는 자신감이 부족한 것 같아. 앞으로 그렇게 자기소개 하듯이 적극적으로 이야기하면 된다네. 들어가봐" 이러셨습니다. 전 진짜 아는게 없어서 그런건데...-_-a
두번째는 회사 인턴면접 때였습니다. 내성적이었던 저는 군대를 갔다오면서 성격이 많이 활달해졌어요. 크진 않지만 축구/농구 동호회 회장도 하게 되면서 고등학교 때 쟤가 맞나 싶을정도로 많이 변했죠. 이제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취업전선에 뛰어들어들게 됩니다. 지원한 회사 인턴면접이 주제가 자유였는데 전 제가 활달하고 긍정적이며 마음과 몸이 건강한 사람을 강조했습니다. 특히 동호회 때 재미있었던 경험을 토대로 이야기했는데 면접위원분들이 웃으면서 들으시더라구요. 분위기가 좋다가 한 분이 이렇게 질문합니다. "우리 회사가 이 지역에 더 많은 걸 기여하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 되나?" 갑자기 망치를 한 대 맞은 것처럼 어버버 대면서 "봉사활동도 하고 새로운 걸 많이 해야 됩니다." 이랬더니 "그럼 새로운 걸 뭘 해야 되나?" 물어보시더라구요. 결국 고등학생 때 면접 때처럼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를 말하고 인턴면접을 떨어졌습니다. ㅎㅎ
저는 이때가 되서야 난 말을 정말 못 하는구나라는 걸 느꼈습니다. 그냥 일상생활의 살기 위한 기본적인 의사소통을 제외하고 조금만 깊은 이야기를 나눌 때가 그렇더라구요. 책을 읽고 생각을 하지 않으니 제 안이 전혀 채워진게 없었던거에요. 그래서 고민도 안 하고 스피치학원을 등록하게 됩니다.ㅎㅎ 생각없는게 이럴 땐 장점이 되더라구요. 여기서 말하는 방법을 배우고 인터넷에 나오는 명언들을 스스로 찾아보고 면접 때 나올 예상문제를 달달달 외우고 연습하면서 인턴에 떨어진 그 회사를 합격하게 됩니다. 다행히 준비한 질문들이 많이 나왔는데요. 면접위원들이 질문하자마자 너무 바로 투다다다다 말해서 "자네는 원래 말을 잘 하는건가, 연습을 한건가?"라는 말을 들었을 땐 뭔가 뿌듯하더라구요. ㅎㅎ
스피치학원에서 정말 많은 타입의 사람을 보았습니다. 신도들 강연을 준비하시는 스님, 내성적인 초등학교학생, 마케팅 회사직원 등이 있었고 아직도 기억에 남는 분이 있습니다. 평생 농사만 하시다가 혼기를 놓친 서른 중반정도 된 남자분이신데 첫 선 자리에서 마음에 드는 분이 나왔지만 말이 안 떨어진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5분동안 거의 말을 못 하다가 "에버랜드... 가실래요?" 이러고 에버랜드를 가는 차 안에서도 말을 안 했다고 해요. 이 선자리에서 너무 말을 못 한 자신이 싫어서 스피치학원을 등록했다고 합니다. 어린아이처럼 정말 순수하게 떨면서 발표하시는 모습이 아직도 생생한데요. 나중에 전해 들었지만 이렇게 말연습을 해서 에버랜드 같이 간 분께 다시 연락해서 결혼에 성공하셨다고 합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에 말을 잘 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되는지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리고자 저의 경험을 써봤어요. 정말 언변이 훌륭한 사람만큼은 아니지만 전보다는 훨씬 나아진 제가 느낀건 평소에 내 안을 얼마나 채웠느냐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책도 많이 읽어야 되고 나에 대해서, 그리고 세상에 대해서 생각하고 그것을 나만의 언어로 해석을 해놔야 면접같은 중요한 자리에서 말이 나오는 것 같아요. 이렇게 하면 남들보다는 조금 더 말을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ㅎㅎ
하지만 여기서 만족할 수는 없죠. TV나 유튜브를 보면 말로 사람을 들었다 놨다하는 사람들이 엄청 많잖아요. 특히 뉴스기사에 역시 한국인들은 대단해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과거시험 장원급 댓글을 많이 봅니다. 어떻게 이렇게 생각할 수 있을까 나도 저렇게 글을 쓰고 말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그런데 이런 장원급 댓글과 명언들을 조사해서 책으로 만드신 분이 계시더라구요. 책 제목은 [언어 천재들은 어떻게 말을 할까]이고 훌륭하신 분들의 말을 모아서 공통점과 특징을 정리했는데 말에도 이런 특징이 있구나와 함께 예시로 든 명언에서 느껴지는 경이로움을 덤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유시민, 정재승, 김영하, 유발 하라리 등 유명한 사람들의 놀라운 말솜씨 비결은 수사법이라고 먼 옛날부터 동의를 얻는 말의 기술이라고 합니다. 말의 내용이 아니라 방법과 기술로 얼마든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럼 여기서 제가 감명깊게 본 명언들과 수사법 몇 가지를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 가정문으로 자기 자랑하기, 자부심을 숨기거나 대체하기
누구든지 자기 자랑을 심하게 하면 반감을 살 수 있죠. 다른 사람의 눈총을 안 받으면서 이게 자기자랑인지 아닌지 모르게 하려면 가정문을 쓰거나 그걸 대체되는 말을 쓰는게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아래는 김영하 작가와 정재승 박사가 자신의 능력에 대한 말을 할 때 입니다.
김영하 : 제가 언어에 약간 민감해졌다면 많은 전학 경험인 것 같아요.
정재승 : 재능이 있다기보다는 어려운 문제를 풀었을 때 기분이 되게 좋은. 이 마음이 모두가 느끼는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죠. 초등학교 4,5학년 정도에.
자신의 능력을 자랑하는건지 안 한건지 애매모호하면서 뭔가 전달되는게 느껴지시나요. 스스로에게 직접적인 자랑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그 결정권을 넘기면서 겸손을 챙길 수 있는 멘트라고 생각합니다. 실전에서는 "제가 기여한게 있다면, 팀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살피고 도와준 것 뿐입니다.", "우리 아이가 대단한 천재는 아니야. 책 읽기를 좋아하는 평범한 아이야." 등이 있다고 합니다.
2. 뇌리에 박히는 대조법, 반복법, '유일한' 강조법 등
이것은 많이 아는 방법이지만 상황에 맞게 적절하게 썼을 때 그 효과는 엄청납니다. 단순하게 똑같은 말을 반복하면 지루할 수 있으니 뜻은 같지만 다른 용어를 써야되고, 정말 강조해야 된다면 반복해야 되는 상황이 있습니다. 그리고 대조를 통해 이미지를 확 떠올리게 할 수 있어요. 과거에는 시, 요즘은 랩 가사에 펀치라인과 라임에서도 많이 나오는 수사기법들입니다. 또 유일한 방법을 제시하는 것도 효과적입니다. 이건 사실 예시가 너무 좋아서 쓴 부분도 없지 않아 있네요. ㅎㅎ
반복법) 마틴루서 킹의 연설
나는 꿈이 있습니다. 조지아의 붉은 언덕에서 과거 노예의 아들과 과거 노예주의 아들들이 언젠가 형제애의 테이블에 함께 앉는 꿈입니다. 나는 꿈이 있습니다. 부정의의 열기와 억압의 열기로 찌는 듯했던 미시시피주조차 언젠가 자유와 정의의 오아시스로 변하는 꿈입니다. 나는 꿈이 있습니다. 언젠가 나의 네 아이가 피부색이 아니라 인격의 내용으로 평가받는 나라에서 살아가는 꿈입니다. 나는 오늘 꿈이 있습니다.
대조법) [알쓸신잡]에서 왜 사람들이 바위에 연인들의 이름을 쓸까라는 의문에 김영하 작가가
사랑도 불안정하고 자아도 불안정하잖아요. 불안정하니깐 안정돼 보이는 바위에 새기는거죠.
'유일한'강조법) 마크 저커버그가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실패를 보증하는 유일한 전략은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 것이다.
3. 예측에서 벗어나기(유머)
사람들은 웃는 걸 좋아합니다. 보통 웃을 때는 예상치 못 한게 나왔을 때 많이 웃죠. 그 방법 중에 하나는 안티클라이막스라고 해서 심각하고 중요한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것입니다. 저는 이 것을 할 줄 아는 사람들이 머리가 좋다고 생각을 했어요. ㅎㅎ
위기의 순간에 나는 상황을 빠르게 판단하고 단호해지고 근육을 수축시키고 주먹을 쥐고 조금도 떨지 않으면서 어김없이 잘못된 일을 저지르고 있다.(조지 버나드쇼)
이 신형 스마트폰을 구입하시면 세련되어 보일 것이고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어요. 또 최신 게임도 몰두할 수 있으니까 잔소리하지 않는 좋은 아빠가 되실 겁니다. (책의 예제)
마음이 존재의 불안을 느낀다면 책을 읽거나 사랑하는 사람을 하나하나 떠올려봐. 간곡히 기도를 올리는 것도 위안이 되지. 그런데 가장 좋은 방법은 청소와 설거지더라고. (책의 예제)
여기에는 이 세가지 말고도 많은 수사법이 있습니다. 말의 앞과 뒤를 바꾸기, 점층법, 역설법 등이 있는데요. 제가 이 책을 읽고 느낀 것은 다른 사람을 얼마나 많이 생각하고 배려하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수사법의 근원은 상대방에게 더 효과적으로 내용을 전달하면서 불편함을 없애고 재미를 줄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서 출발한 것 같아요. 단순히 내 말을 전달하면 되지 않나 생각이 들 수 있지만 거꾸로 나라는 사람은 재미없고 지루한 말을 좋아하는지 생각해보면 이제는 짧은 말을 하더라도 표현방법에 대해서 더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 전에 저부터 내면이 꽉 찬 사람이 되어야 될 것 같구요. ^^ 오늘따라 글이 더 길어졌는데 읽어봐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