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의 흑역사 - 아름다움을 향한 뒤틀린 욕망
앨리슨 매슈스 데이비드 지음, 이상미 옮김 / 탐나는책 / 2022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저번에 밀라논나 할머니의 책 [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과 대화의 희열이라는 예능프로그램의 출연을 통해 패션에 무지했던 저로서는 옷이라는게 긴 역사와 많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걸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습니다. 신간 책을 쭉 보는데 [패션의 흑역사]라는 책이 있더라구요. 제목에서 받은 느낌은 디자이너들의 실수나 실패에 관한 에피소드가 담겨져 있을거라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 책은 인간의 욕망으로 인해 결국 인간이 피해를 받게 되는 더 심오한 책이더라구요. 저자는 캐나다 토론토에 있는 라이어슨 대학교 패션 스쿨의 교수라고 하는데요. 패션의 전문가로서 해당분야의 이익을 생각하기보다 오히려 패션의 어두운 면을 연구하고 밝혀냈다는 점이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책은 19~20세기초반에 걸친 영국, 프랑스, 북아메리카의 패션 흑역사에 대한 내용을 중점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이 시기는 18세기 후반 영국에 산업혁명이 일어나면서 수공업에서 기계공업으로 전환되면서 큰 공장으로 전환되고 자본주의가 확립된 시기라고 하는데요. 또한 영국을 비롯한 강대국들이 다른 나라를 식민지 경쟁을 하던 시기이기도 합니다. 제가 생각하기엔 이 때는 빈부격차가 커지고 강대국들은 더 많은 세금을 얻기 위해 노력하면서 부를 가진 사람들은 욕망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시기라고 봐요. 이러면서 피해를 보는 사람은 약한 나라의 국민들, 그리고 같은 나라 안에서도 힘이 약한 계층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에 옷이라는 것은 몸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었지만 이 때부터 생존의 수단을 넘어서 옷은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게 된 것 같아요.

각 장은 첫번째 세균을 시작으로 두번째 수은, 비소, 아닐린 등의 독극물과 세번째는 기계로 인한 사고, 마지막은 산업혁명으로 만들어진 새로운 소재로 인한 위험과 피해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사고들이 사람들이 다른 사람에게 더 잘 보이고 싶다는 욕망 때문에 생긴 일들이라는 거에요. 또한 국민들을 보호해야 될 국가가 이익때문에 문제가 있어도 눈감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간단하게 내용을 요약해보면 이 때 당시는 전쟁이 많았는데 제대로 씻지 못 함으로써 몸니라는 기생충을 통한 질병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부자들의 옷을 만드는 가난한 노동자 계층들은 위생을 생각할 겨를이 없기에 각종 질병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런 환경에서 만들어진 옷을 입은 부자들도 질병에 걸리는 등 많은 피해를 받았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점점 자신의 존재감을 들어내기 위해 옷의 기능적인 면보다 심미적인 부분을 강조하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모자와 염색약이었습니다. 모자는 특히 남성들이 계급을 구분하는 수단으로 쓰였는데 처음에는 가볍고 따뜻하면서도 방수효과가 비버모피를 사용했는데 갈수록 비버개체 수가 줄면서 비싸지게 됩니다. 그래서 토끼 등 새로운 저렴한 대체재가 나오게 되는데 비버모피만큼 부드럽게 하려면 화학처리를 해야 되는데 그것이 수은이었습니다. 모자를 만드는 노동자들은 수은을 직접 만지거나 증기를 통해 몸에 축적되면서 자신뿐만 아니라 자식들까지 많이 죽고 피해를 받았지만 국가와 업주는 이익을 위해 수은의 위험성을 무시하게 됩니다. 소비자들에게는 치명적인 피해가 없어서인데요. 약간의 개선으로 끊임없는 수요를 충족시키며 수은은 200년동안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모자에 이어 여성들은 새로운 색에 대한 열망이 엄청났다고 합니다. 그것을 충족시킨 것은 화학물질로 최초로 만든 에메랄드 그린과 그 후에 나온 퍼킨스 퍼플 등이 있습니다. 특히 에메랄드 그린의 주원료인 비소는 눈이 녹색이 되고 녹색의 토를 하며 죽을때까지 경련을 할 정도 심각했는데요. 특히 공장에서 일하는 여성들이 맨손으로 비소가루를 만지는 등 위험에 직접적으로 노출되어 있었습니다. 자연에 없는 이 아름다운 색은 조화나 다른 액세서리에도 많이 사용되었는데 의사들이 그 위험성을 이야기해도 국가는 이 사업으로 돈을 많이 벌었기 때문에 계속 쉬쉬하다가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녹색의 유행은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여성들은 새로운 색 뿐만 아니라 액세서리에도 관심이 많았습니다. 숄이나 스카프를 많이 했는데 그 길이가 길어서 차, 공장 기계 등의 끼어 많은 사고가 일어났다고 하네요. 놀라운 건 이런 사고가 일어나도 유행에 뒤처지지 않으려고 계속 사용했다는 점입니다. 마지막으로 코끼리 상아, 거북이 등껍질 등으로 만든 빗, 누에에서 나오는 실크를 대체하기 위해 셀룰로이드, 레이온 이 나오게 되었는데 이것들은 불에 잘 타는 성질이 있어서 작은 부주의에도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받았다고 합니다.

이 책을 보고 느낀건 각 장에서 공통점이 있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생존에 필요한 걸 만족하게 되면 자신을 표현하고 싶어지는데 그런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한 제품들이 나오게 됩니다. 이 제품들이 유행을 타게 되면 더 많은 사람들이 광적으로 집착하게 되는데 더 많은 생산자들이 더 쉽고 더 싸게 만들 수 있는 방법들을 생각해죠. 오로지 그들만의 이익을 위해서요. 그렇게 되면 가난한 작업자들은 이게 어떤 위험이 있는지 모르고 일을 하게 되고 그 피해는 누구도 알아주지 않고 그대로 본인이 떠안게 됩니다. 국가도 소비자도 생산자도 이런 사고가 처음 시작될 때는 다들 쉬시합니다. 이런 피해가 걷잡을 수 없게 커졌을 때가 되어야 멈추게 되더라구요. 지금 이와 비슷하게 흘러가는게 기후문제라고 생각해요. 강대국들이 이익을 위해서 지금까지 자연을 훼손해놓고 이제 와서 모든 나라가 탄소중립에 동참하자는게 약소국 입장에서는 기가 막힐 것 같습니다. 기후문제 뿐만아니라 패션을 통해서도 인간의 욕망이라는게 얼마나 무서운지, 멈추기가 얼마나 힘든지 또 힘없는 계층이 대부분 피해를 받는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저자는 마지막에 19~20세기 뿐만 아니라 지금도 이런 문제들이 보이지 않게 일어난다고 하더라구요. 패션이라는 건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는데 패션의 희생양을 줄이고 구세주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저 역시 함께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이 세상을 패션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잘 살아갈 수 있는 방향으로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


https://blog.naver.com/iversonchoi7/22281796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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