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작은 마을에 사는 언니를 찾아간 여주인공의 심리를 그려낸 단편 천사는 여기 머문다를 이 단편집을 통하여 다시 읽게 되었다. 십 년 전쯤에, 이상문학상 수상작이라고 해서 천사는 여기 머문다를 비롯한 십여개의 단편집으로 처음 만났던 기억이 난다. 그 때 나는 좀 더 젊었고, 패기 넘쳤으며, 이상의 시들을 이해하고 거기서 감흥을 느끼지는 못했지만 이상이라는 한국문학사에 큰 족적을 남긴 시인의 마음과 부합하는 다른 작품들을 만나고 싶은 의지는 충분하다 못해 흘러넘치고 있었다문학은 시간이 지나 읽으면 또 다르게 다가온다고 한다 다른 색채로, 다른 모습으로, 다른 문양으로 걸어와 독자의 가슴에 무언가를 솔찬히 남기고 떠나는 것이다 이 작품 역시 그러했다. 여전히 이해하기에는 다분히 어려웠으나 무언가 잔잔하던 가슴에 퍼석거리는 지푸라기를 들고와 풀썩풀썩 소리나게 쑤시는 것 같은 느낌은 과거에 읽었을 때에는 느끼지 못한 것으로 기억한다. 십 년 전에 읽었을 때보다는 이해는 더 잘 되었고, 작품에 대한 애정은 살짝 떨어졌다. 나이 들어서 보니 그래돋 그동안 살아온 세월 덕인지 작가의 심리도 사알짝 엮여가고 왜 이렇게 되는지 어딘가 서글프고 메마른 공감을 할 수는 있었다. 하지만 그만큼 그 때의 내가 가지고 있던 정신적 순수성을 깨닫게 되어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이 책은 건조하고. 파삭하다.과거와 달리 전경린작가의 십년간의 작품들이 기괴하고 새로운 문장을 가지고 종이 위에 늘어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