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사용 설명서 - 아플 때 병원보다 인터넷을 찾는 당신을 위한
황세원 지음 / 라온북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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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댁쪽에 신경외과 의사인 분이 있다. 2년 전 쯤, 집안 잔치가 있어 온 친척들이 다 모여서 한참 얘기를 하던 중, 한 이모님께서 "우리 집에 의사있으니 좀 물어보자." 하시며 그동안 궁금했던 질문들을 쏟아내셨다. 질문이 터지기 시작하니 너나 할 것 없이 질문들을 하셨다. 그 질문 중에는 꼭 이런 말이 들어갔다. "~~그렇다던데, 진짜야?" 다 여기저기서 들은 말로 채운 정보들을 진짜 의사에게 확인받고자 하시는거였다. 예상대로 진짜 의사의 답변은 대부분 "아니요."로 시작되었다.

<의사 사용 설명서>는 이처럼 아플 때 병원보다 인터넷이나 주위에서 정보를 찾는 사람들을 위해 쓰여진 책으로, 오염된 가짜 의학 정보들에 의지하지 않고 병원과 의사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들을 소개하고 있다.

 

아파도 괜찮겠거니, 이러다 말겠지 싶은 생각에 병원을 가지 않고 버티거나 긴 대기 시간에 진절머리가 나서 큰맘먹고 예약잡은 후에나 가는 경우가 많다. 더욱이 요즘은 코로나때문에 병원가기가 더욱 겁이 난다. 그러다 어딘가가 진짜로 고장나면 그제서야 찾게 되는 병원..

이런 이유로 <의사 사용 설명서>의 저자는 국가건강검진을 꼭 권유한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검사항목이 다소 적긴 해도 이 정도 검사만으로도 일부 환자들은 질병이 초기에 발견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정기적으로 국가건강검진을 하면 결과지를 보관해두었다가 다음 검진 때 비교해보면서 자신의 상태 변화를 알수 있다. 작년에 나도 국가건강검진 대상이여서 기초적인 검사 외에 위내시경 검사까지 받았다.

위내시경 검사에서는 위에 용종이 다수 있다고 조직검사를 의뢰했다.

뭐요? 용종이요? 용종은 암으로 가는거 아닌가??

내 나름 검색을 하다하다 위암까지 찾아보게 되었다. 일주일 후 병원을 가니 아무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착한 용종이니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받으면서 추적관찰하면 된다는 말을 들었다. 그날 얼마나 안심이 되던지 룰루랄라 신나서 장을 보고 집에 온 기억이 난다. 하고 나면 별거 아닌, 오히려 속이 시원한 건강검진이다.

혹, 양성, 종양, 결절, 용종, 낭종 이런 헷갈리는 용어들도 정리되어 있어 확실히 이해에 도움이 된다. 내 담당의는 아마도 양성을 '착한'이라는 말로 바꿔서 나를 이해시켜 주신 것 같다.

나의 눈길을 가장 사로잡은건 바로 이 부분이었다.

'뇌 MRI에서는 이상이 없는데 왜 머리가 아픈가?'

나는 20년이 넘게 두통이 수시로 찾아와서 정말 뇌에 문제가 있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항상 있었다. 실제로 뇌 검사를 해보려고 까지 하다가 무슨 검사를 어떻게 받아야 할지를 몰라서 그만둔 적이 많았다.

이 책을 보니 MRI와 MRA, CT의 차이도 명확히 이해가 가고, 병원 진료가 필요한 두통의 양상을 알려주어 한결 안심이 된다. 더불어 두통은 신경외과가 아닌 '신경과'의 진료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실 이런건 의사에게 물어보기도 참 힘든 내용이다.) 의사가 신경과라고 알려줘도 아마 '신경외과'로 알아들었지도 모를 일이다.

 

 

 이 부분을 읽고 '아 진짜,, 이런 어르신들 꼭 있지..' 의사가 무슨 독심술을 하는 것도 아니고, 무슨 이유로 병원에 온지 말도 안하고, 맞추나 못맞추나 테스트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실제 이런 부류의 환자들로 인해 의사도 설명이 길어지고, 밖에서 대기하고 있는 환자들의 시간도 낭비된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요즘 코로나 때문에 체중 증가에 모두가 예민한 시기인데, 이 부분이 참 비수로 꽂힌다. "만보 걷고 숨이 찬가?" 라는 질문에 아니라는 대답이 나오는건 우리 모두가 알고 있을터, 적당히 걸었다고 오늘 운동은 이걸로 끝이다 할 때가 많았는데.. 기억하자 숨이 차야 한다는걸!

<의사 사용 설명서>는 환자가 의사에게 무엇을 질문해야 하는지 소개하기도 하지만, 어떻게 대답해야 하는지도 잘 제시해 주고 있다.

그저 기운이 없다는 대답만으로 의사가 어떻게 진료를 정확히 볼 수 있을지.. 내가 봐도 난감할 듯 하다. 우리가 의사에게 정확히 진료를 받고, 속시원한 답을 듣고 싶다면 환자도 그만큼 정확한 증상과 몸의 변화를 설명해 줘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의사 진료의 실마리는 환자의 대답에서 나온다는 것을 기억해야겠다.

<의사 사용 설명서>는 나 혼자만 알자고 보는 책이 아니라 이 책 하나로 우리 가족, 친가, 외가 식구들의 주요 증상과 주의점까지 찾아볼 수 있을 우리집 상비 도서가 될 것 같다.

가족 중에 의사 하나는 있어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의사의 소견을 직접 들어보는 것이 중요한데, 이렇듯 경험많은 의사가 친절히 안내해주는 책을 가지고 있으니 한결 마음이 편하다. 다음에 병원을 찾을 일이 있을 때 미리 <의사 사용 설명서>를 읽어보고 만반의 준비를 갖춘다면 짧은 시간 내에 내가 궁금했던 질문들을 하고 두렵지 않게 병원 문을 노크할 수 있을 것 같다.

 

 

라온북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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