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필의 아주 특별한 상대성이론 강의
이종필 지음 / 동아시아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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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종필 교수의 <상대성이론 강의>는 대중과학서와 전공 교과서의 경계를 허물며 물리학의 정수를 수학적으로 정면 돌파하려는 독창적인 시도를 담은 책이다. 


이 책은 물리학은 물론, 이과 수학의 기초도 모르는 비전공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집합, 미적분, 벡터 등 고등학교 수학 기초부터 시작하여, 최종적으로는 아인슈타인의 중력장 방정식의 도출에 이르기까지의 지난한 과정을 책 한 권에 압축하여 강의하는 무모한 시도를 한다. 


단순한 이론 설명이 아니라, 비전공 독자를 대상으로 1년간 진행된 스터디의 전말과 수강생들의 좌충우돌 성장기를 기록하여 소설처럼 읽히는 재미가 있다. 


저자는 교양 과학 서적들이 주로 사용하는 '비유와 은유'를 배제하고, 수식 중심의 전개를 택하여 일반상대성이론의 뼈대를 직접 보여주려는, 가능한 최단 지름길을 선택했다. 


기본적인 물리 이론이나 고등학교 수학은 아직도 내심 자신있다고 생각한 나도 이 책 후반부에서 나오는 텐서(Tensor) 해석, 미분 기하학, 크리스토펠 기호 등을 만나면서는 한계점에 봉착했다. 


최종 목적지인 우주의 구조를 설명하는 아인슈타인 중력장 방정식의 유도 과정에 이르러서는 저자의 설명도 너무 압축적일 뿐더러, 독자인 나의 이해도 거의 불가능할 지경이라, 그냥 읽고 넘어가는 수준에 그쳤다. 


상대성이론은 시공간의 '기하학'이므로 시각적 이해가 매우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수식 전개에 치중한 나머지, 이를 보완해 줄 수 있는 도표, 그래프, 시각적 일러스트레이션이 부족하여 독자가 추상적인 수식 속에서 길을 잃기 쉽다. 


기초부터 시작한다고 선언했음에도, 장이 넘어갈 때마다 난이도가 급격히 상승한다. 수학적 배경지식이 얕은 독자 입장에서는 "어째서 이 수식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지"에 대한 중간 유도 과정이 생략되어 있어 좌절감을 느낄 것이다. 


총평하자면 이 책은 비유에만 의존하던 기존 과학 교양서의 한계를 깨고 "진짜 물리학의 맛은 수식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 과감한 시도이다. 다만, 교양서와 전공서 사이의 애매한 경계에 서 있어 독자의 수학적 역량에 따라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 것이다. 


평범한 독자는 수식의 의미 파악과 단원간의 수준 비약을 못 따라갈 것이므로 절망하기 쉬울 것이고, 물리 전공자에게 있어서는 수백년 자연과학사의 정수를 너무 수박 겉핥기 식으로 넘어가는 것처럼 보일 것이기에 새로운 재미는 얻지 못할 것이라는 단점이 있을 것 같다. 


나 같은 일반 독자 입장에선 이 책을 두고두고 시간 날 때마다 들춰보면서, 컬, 그라디언트, 텐서, 해밀토니안, 크리스토펠 같은 개념을 하나하나씩 곱씹어보면서 죽기 전에 아인슈타인 중력장 방정식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해보겠다는 희망을 갖게 해 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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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과학철학
H.I.브라운 / 서광사 / 198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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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과학을 '논리적 분석'의 대상으로만 보던 기존의 시각에서 벗어나, 과학이 역사적 흐름과 인간의 능동적 지각에 기반한 역동적 활동임을 선언한다.


1. 전반부: 논리경험주의 과학철학의 한계와 붕괴

브라운은 전반부에서 당대를 지배하던 논리경험주의(Logical Empiricism)의 핵심 도구들을 정밀하게 해부한다.


• 분석의 대상: '확증', '이론적 용어', '설명', 그리고 포퍼의 '반증' 개념을 차례로 검토한다.

• 핵심 비판: 논리경험주의는 과학을 엄격한 연역 논리와 고립된 관찰 중립성으로 정당화하려 했다. 하지만 브라운은 그들이 세운 엄격한 기준들이 정작 실제 과학자들이 지식을 도출하고 이론을 폐기하는 현실적 과정과 완벽히 괴리되어 있음을 폭로하며 그 체계의 내적 붕괴 과정을 추적한다.


2. 후반부: '새로운 과학철학'과 역사주의적 전환

후반부에서 저자는 토머스 쿤, 폴 파이어아벤트 등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과학철학'의 흐름을 제시하며 전통적 인식론에 정면으로 도전한다.


• 이론적재적 지각 (Theory-laden Perception): "관찰은 순수하지 않다." 지각은 단순한 감각 수용이 아니라, 우리가 이미 가진 이론과 전제(Commitment)에 의해 구조화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 과학혁명과 패러다임: 과학의 발전은 누적적인 데이터의 결합이 아니다. 기존의 전제와 개념적 틀이 통째로 뒤바뀌는 혁명적 재구성의 과정이다.

• 새로운 인식론의 모색: 저자는 절대적이고 기계적인 규칙(알고리즘)에 의존하는 합리성 대신, 숙련된 과학자 사회의 '정보에 근거한 판단'과 실천적 지혜를 새로운 합리성의 척도로 제안한다.


총평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대조를 통한 선명한 이해'에 있다. 논리경험주의의 정교한 논리적 실패를 먼저 보여준 뒤 새로운 과학철학의 필연성을 이끌어내는 구성은, 독자로 하여금 현대 지성사의 거대한 물줄기를 자연스럽게 따라가게 만든다.


브라운은 과학을 '차가운 법칙의 축적'이 아닌, '인간의 신념과 지각, 그리고 공동체의 합의가 개입된 역동적인 탐구'로 재정의한다. 이 책은 과학이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가 세상을 어떻게 인식하는지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양서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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