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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비와 국자 전쟁 - 3 ㅣ 소년한길 동화 3
미하엘 엔데 지음, 크리스토프 로들러 그림, 곰발바닥 옮김 / 한길사 / 2001년 7월
평점 :
3학년 아이들과 이 책을 또 한번 읽었다. 6월이면 호국보훈의 달을 기념하여 전쟁과 평화를 주제로 하는 책들을 함께 읽게 된다. 이런 주제로 나와 있는 어린이 책이 많이 있지만 미하엘 엔데의 이 책은 독특한 상상력이 재미를 더 하는 매력이 있다. 게다가 삽화가 환상적이어서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냄비와 국자 전쟁은 결코 나뉘어져서는 행복할 수 없는 것들의 전쟁과 합일의 과정을 이야기한다. 아이들에게 냄비와 국자처럼 함께 있어야 더 좋은 것들을 말해보게 하니까 단순하게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것들 이외에 '남자와 여자'를 꺼낸 아이가 있다. 기특하다.
냄비와 국자는 왼쪽과 오른쪽의 나라를 상징한다. 이 두 나라를 이간질하고 고소해하는 심술궂은 마녀는 이 나라에 각각 국자와 냄비를 선물한다. 외세의 침략과 선물공세를 두고 이렇게 비유한 대목부터 눈길을 끈다. 국자와 냄비를 가진 왕과 왕비는 서로 자기 것을 꼭 쥐고 나누어 쓸 생각은 없이 남의 것을 탐내기 시작한다. 서로 바꾸어보자고 협상을 하기도 하지만 쓸모없는 물건이긴 마찬가지다. 결국 비밀요원을 고물장수로 변장시켜 도둑질을 하게 한다. 물건은 도로 제 자리로 돌아왔지만 어리석은 행동이었다는 걸 느낀다.
하지만 욕심은 욕심을 낳고 급기야 전쟁이 일어난다. 상대가 가진 것을 무력으로라도 빼앗을 생각에 이른 것이다. 나라는 잿더미가 되고 백성들은 배고픔에 시달린다. 조금도 양보하지 않고 고집만 부리려는 왕과 왕비의 마음은 다른 나라와 서로 대화를 할 기회조차도 앗아간다. 왼쪽과 오른쪽으로 갈라져 돌아갈 생각만 하니까 서로 만날 수 있기란 하늘에 별 따기 같다. 이들은 산꼭대기에서 만나야겠다는 결론에 이르고 그곳에 올라가보니 뜻밖의 광경이 벌어지고 있다. 과연... 어떤 기적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책 표지의 그림을 보면 상상해볼 수 있다.
3학년 아이들과 이 책을 보며 위쪽과 아래쪽으로 나뉘어있는 우리의 현실과 빗대어보았다. 아이들과 나누어보기에 적당한 정도에서 그 원인과 통일에 대한 생각까지 가볍게 나눠보면 좋겠다. 아이들은 대체로 마녀의 계략대로 노는 어른들이 어리석고 아이들이 오히려 지혜롭고 착하다고 말한다.
여기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이 부르기 어려워 읽기를 방해할 수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내용의 흐름(냄비와 국자가 바뀌었다가 다시 돌아왔다가 합쳐지기까지)과 상징들을 잘 이해하면 무리가 없을 것이다. 미하일 엔데다운 고급스러운 상상력이 돋보이는 근사한 동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