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요테의 놀라운 여행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13
댄 거마인하트 지음, 이나경 옮김 / 놀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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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뭔가를 잃어버리면 그걸 얼마나 사랑했는지 깨닫게 된다.
계속 사랑했던 것이라 할지라도... (351p 中)"


노란버스 위에 자유분방하고 유쾌해 보이는 소녀와 귀여운 고양이 한마리의 이미지로 시작되는
코요테의 놀랍고 짠내나는 여행의 여정.. 지금부터 시작해볼까?

 

처음에는 분명 유쾌했고, 가벼웠고 신나는 여행이었다.
5년동안 '아빠'인 로데오와 '딸' 코요테의 '집'이면서 '이동수단'인 노란 스쿨버스 '예거'에는
토마토를 기르는 정원도 있었고, 커튼으로 가림막을 단 코요테의 방과 로데오의 방도 존재했으며 소파를 두어 책을 보거나 쉴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는 남부러울것 없는 생활공간이자 삶터 그 자체였다.

 

목적지 없이 길따라 가는 여행은 미국 방방곳곳을 누비며 캠핑도 하고 강가에서 수영도 즐기며
읽고싶은 책은 실컷 읽고, 먹고 싶은 음식이 떠오를때면 목적지가 어디든, 얼마나 멀리있든 상관없이 찾아가 먹으면서 그 자체로 즐기는 삶이었다.

 

그런 그들의 여행에서 놀라운 일이 시작된것은 여느날과 같이 잠시 들른 주유소에서 새끼고양이
아이반을 만나면서 시작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목적지 없는 방랑여행 동안 누군가를 예거에 태우거나 목적지에 내려주는 일은 종종 있어 왔지만 로데오와 코요테를 제외한 '가족'으로 누군가가 예거에 동행하게 된것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새로운 가족 아이반과 함께 시작된 그들의 여정은 그동안 꽁꽁 감춰둔 그들의 아픈 마지막 추억상자가 조만간 사라진다는 소식을 들으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장소: 5793킬러미터 떨어진 포플린 스프링스 공원으로
시간: 나흘뒤 아침까지
히든미션: 운전자인 아빠 로데오는 행선지를 몰라야 한다.


마냥 자유롭고 행복할것 같은 그들의 방랑은 사실 가슴아프고 끔찍한 비극으로 인해 시작된것이었는데 회피하고 도망다녔던 5년의 시간과도 이제 마침표를 찍어야할 순간이 다가온 것이다.
단란하고 행복했던 가족이 교통사고로 인해 갑작스레 가족 셋을 잃어버리게 되면서 코요테와 로데오는 슬픔을 주체할수 없어 이름을 바꾸고, 집을 팔아 스쿨버스를 사서 미국 전역을 여행하면서 죽은 가족들의 이름과 '아빠'라는 호칭을 스스로 금지하면서 과거는 돌아보지 않는 삶을 살기로 약속한것이다.

 

그렇지만, 죽기 몇일전 엄마와 자매들과 공원에 추억상자를 묻으며 10년뒤 열어보자던 약속을 지킬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사흘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 코요테는 가슴속에 묻어두었던 과거와 마주하기로 결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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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기억할게!"
.
.
.

"봤지? 엘라가 찾을 거야. 엘라가 기억할 거야."

(32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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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93km를 되돌아가 예전에 그들이 추억상자를 묻었던 포플린 스프링스로 돌아가는 사흘의 시간 로데오 모르게 달려가는 길은 때론 조마조마하고 조급한 마음도 들지만 함께 하는 일행들이 있어 치유와 즐거움의 시간도 나눌 수 있게 된다.

3가지 질문을 하고 그의 대한 대답이 마음에 들면 예거에 탑승하여 목적지까지 데려다 주는 룰에 맞게 4명의 승객들은 모두 동일한 질문을 듣고 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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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좋아하는 책은?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제일 좋아하는 샌드위치는?

(124~12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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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음악가인 레스터
아빠의 폭력으로부터 도망친 살바도르
살바도르의 엄마이며 일자리를 찾고자 여행중인 에스페란사 베가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부모와 싸우고 가출한 밸

 

그리고 그외에도
레스터의 여자친구 태미
남자친구로부터 일자리 사기를 당한 살바도르의 이모 콘셉시온
예거의 브레이크 고장으로 인해 만나게 된 염소 글래디스까지!!

 

각자의 아픔과 사연을 싣고 포플린 스프링스로 가는길에는
낭만, 아픔, 즐거움, 음악, 모험, 슬픔, 감동, 상처등 많은 감정들을 경험하고 나누게 된다.
그 과정속에서 유일한 친구도 얻게 되고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도 목격하게 된다.

 

영원한 비밀은 없듯이, 결국 로데오가 과거에 묻어둔 그 장소로 가는걸 알게 되고
반대하지만 결국 '딸'인 코요테의 진심과 마음을 이해하고 과거를 마주보게 되면서
회피하고 도망만 가던 시간에서 벗어나 비로소 아빠와 딸로 마주하게 된다.
더불어 나중에는 로데오만의 히피풍 암호로 메세지를 전달함으로써 적극적으로
코요테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지지해준다.

 


사흘의 초반은 느슨한듯 즐기는듯 지나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벌어지는 각종 사건과 분초를 다투는 조급함, 짠내나는 여행기는 손에 땀을 쥐게 한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어느새 그녀의 추억상자 되찾기를 열심히 응원하게 된다.
그녀의 철듦에, 성숙함에 중간에 깜짝깜짝 놀라기도 하는데..
12살 어린 여자 아이가 대형 스쿨버스를 직접 운전해서 간다던가 
공사인부들이나 경찰관과 대치하는 과정에서 침착하게 두눈을 바라보고 이야기하는 장면에서는 의연함마저 느껴졌다.

 

무언가로부터 달아나는게 아닌, 무언가를 향해 나아가는 코요테의 여정!!
엄마 앤, 언니 에이바, 동생 로즈를 잊지않고 상실의 슬픔과 그리움을 인정하는 것
그리고 현실을 마주보고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가는 것
소중한 추억을 되찾으러 가는 여정에서 그녀는 따뜻함과 진정한 의미의 가족을 되찾는다.
이후에는 떠도는 삶이 아닌 그들이 뿌리를 내리고 안정적으로 사는 미래가 그려지며 끝을 맺는데 부디 엘라 그녀가 제 나이답게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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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요테의 죽은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이 절절하게 느껴졌던 구절

"에이바!"
"에이바!"
.
.

"로즈!"
"로즈!"
.
.

"엄마!"
"사랑해! 엄마!"

(18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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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애정과 사랑이 느껴지던 애칭들

곰돌아
벌새야
아기새야
나비야
블루베리
작은새야
설탕자두야
조그만 자두야
아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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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는 구절

그것은 존재했다. 그리고 나는 봤다. 아, 그랬다.
세상에는 너무 많은 행복이 있다.
세상에는 너무 많은 슬픔이 있다.
세상에는 정말이지 너무 많은 것이 있다.

(36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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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가슴 따뜻하고 '정말' 재미있는 소설 한편을 본것 같다.
요즘은 특히 찾아보기 힘든 몇몇 요소들이 있었는데..
이를테면,
사람이나 동물 구분없이 '일행'으로 셈하는 코요테와 로데오식 셈법!
알지 못하는 타인을 3가지 질문만으로 태워주고 목적지에 데려다주는 방식!
노란 스쿨버스 공간 자체가 주는 로망과 판타지!
지붕위 공간은 다락방 느낌과도 흡사하다.
(요즘으로 치면 캠핑과 비슷할것 같다)
공원 나무 밑에 묻은 추억상자!

 

아날로그적인 이상과 한번쯤은 꿈꿀만한 공간들이 책을 읽는내내 그려져서 
마치 예거에 탑승한 일행중 한명으로써 코요테와 함께 여행하는 기분을 내내 느낄 수 있었다.
행복한 시간이었고 웃고 우는 시간들이었다.

 

지금 이 순간! 놓치지 말자!!
사랑하는 모든것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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