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파트 향기 도사 - 제14회 소천아동문학상 신인상 수상작 작은걸음 큰걸음 32
성주희 지음, 권영묵 그림 / 함께자람(교학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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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아파트 향기도사
성주희 장편동화, 권영묵 그림
함께자람

‘냄새’ 혹은 ‘향기’가 주는 힘을 느껴본 적 있으신가요?

지나가다가 어떤 향을 맡았는데, 기억이 나더라구요. 중학교 때 다니던 학원에서 얼굴은 기억나지 않던 선생님이 뿌리던 (정말 지금도 이름이 알고 싶은) 향수 냄새다! 하고요.

혹은, 어학연수를 갔던 옛날에, 지나가던 도넛 가게에서 나던 그 냄새가, 그 밝은 햇살과 너무나 행복했던 내 기분에 겹쳐져, 시차도 잊고 친구에게 전활 걸어 ‘나 너무 행복해!’ 하던 경험도 있지요.

6개월만에 태어나 망막에 문제가 있어 두꺼운 안경을 쓴 노을이는, 아주 예민한 후각을 가졌어요. 보자마자 생일과 태어난 시간까지 맞히는, 노을이처럼 코가 큰, 그리고 랩을 하시는 향기의 달인, ‘김향달’ 경비 할아버지를 만나게 되죠.

친구들과의 트러블을 피하기 위해 향기도사가 되고 싶은 노을이는, 할아버지를 졸졸 쫓아다니며 노하우를 배우려고 해요.

김향달 할아버지는 ‘권법’을 알려주기 위해 대단한 노하우를 알려주려는 것 같지만, 그 평범해 보이는 일상 속에 숨은 그 권법들은 사실, 촌철살인 같이 우리 사회의 모순들을 풍자하는 작가의 의도가 담겨있는 도구가 되네요.

두꺼운 안경을 놀리는 친구들
멋진 전교회장이지만, 뒤에서는 친구를 괴롭히고, 핸드폰을 빌려 게임머니를 마구 쓰는 심찬성형
찜통처럼 더운 경비실
귀신의 집에서 안경을 뺏던 친구들
할아버지와 함께 악취를 맡으며 분리수거를 하다 유리에 손을 다치는 노을이
법정쉬는 시간이 지켜지지 않는 경비원
본업무가 아닌 택배 분리
경비실 밖의 작은 창을 보며 마음을 닦는 다는 할아버지의 모습
치킨을 먹는다고 컴플레인하고 무릎꿇기를 강요하는 입주민

우리가 최소한 한 번 이상씩은 (한번이 아니라 더 씁쓸합니다만) 뉴스에서 보았던 주제들이, 아이들의 이야기 속에 잘 스며들어 있어요.

책을 읽는 동안 아이들도 ‘최소한의 인간관계에서의 옳고 그름’에 대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권리’ 혹은 ‘타인에 대한 배려 혹은 이해’,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서 ‘내가 등한시 했던 나의 역할’ 등에 대해 자연스럽게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착한 마음, 좋은 의도 혹은 행복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은 좋은 향기가 난다고 하네요. 우리의 마음에서 풍기는 냄새를 맡는 누군가가 (우리 아이들?!) 우리 주변에 있지 않을까요 ㅎㅎ

오늘도 행복한 냄새를 좀 풍겨야 하는데, 이미 악취를 좀 풍겼어요. 저녁엔 좋은 향기로 마무리 해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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