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내력 호밀밭 소설선 소설의 바다 2
오선영 지음 / 호밀밭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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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유의 도시적 감수성과 속도감으로 일상의 단면을 예리하게 오려내는 솜씨는 여전히 발군이다. 간결하면서도 명쾌한 문장에 실린 날카로운 현실 인식과 자유분방함은 단편에서 더 큰 여운을 발휘한다. 작가는 이 소설집에 관해 내용과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풀어낸 소설이라고 했다. 마음 놓고 자유롭게 쓴 소설이기에 작가적 상상력이 더 강력하게 내뿜는 듯하다. 감정적이지 않고 다소 차가운 느낌이지만 흡입력이 있었다. 그래서 잠시 생각을 요구했다. 흥미진진한 여러 요소가 있었다.
이 책의 특징은 일단 두드러지는 제목이다. 제목을 잊어버릴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하다. 제목과 내용 연결이 자연스러웠다. 나를 어디까지 몰아갈 수 있냐의 의미로 생각했다. 어떤 의미로 적었든 난 이 문장으로 인해 책장을 덮고도 마음이 편안하다. 전혀 착잡하지도 죽음이나 그 어떤 우울한 인자에도 감염되지 않는다. 그것이 이 문장의 힘이고 작가의 힘이라고 여긴다. 결국, 어디로 흘러가거나 도망쳐도 달라지지 않는 게 인생이다. 타인과의 소통이 끊어지고 다가서지 않는 차가운 무관심. 그 소리 없는 침묵의 힘은 그 어떤 것보다 파괴적이다. 다시 제목을 돌아본다. 우울함에 잠식당한 현대인의 피상적인 영혼을 위로하며 희망적 당위성을 찾아 나서게 하는 힘은 그리 멀리 있지 않다.

 

 

 

 

 

우리가 텍스트를 통해 읽어낼 수 있는 의미 있는 것들과 새롭게 부여한 나름의 정의. 역시 작가는 독자를 집요하게 꿈꾸고 생각하게 독려하는 존재들이다. 인물들이 누구인지,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그 이후 어떻게 됐는지 아무도 모른다. 돈벌이를 할 줄 모르는 이야기꾼이다. 원래 이야기꾼이란 자고로 이야기의 완급을 조절하여 울리거나 웃기거나 당혹스럽거나 엽기적이거나 하는 부분들에서 맺고 끊어서 돈을 벌어먹는 자들이 아니었던가.
연결 짓지 않고 한 장면 한 사건을 집어내어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것도 최고조에 이른 부분만을 골라서 말이다. 너무나도 정갈하게 써 내린 그의 문체는 어쩌면 작가의 외모는 앙칼진 눈을 가진 깡마른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해보게 되기도 한다. 내 마음대로 부르는 이름이고 내가 지향하는 바이지만 '마른 문체'가 작가의 문체에선 조금 느껴지기도 한다.
가벼울 수 있으므로 정말 가볍고 너무나도 가볍게 넘겨버리기에 너무나도 무거운 글감들은 어쩌면 스스로 세계와 단절된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자화상일지도 모른다. 무엇보다도 문장이 깔끔하다.  재치가 넘치면서 속도감을 느낄 수 있었고 일기도 수월했다. 저자는 글의 재미가 무엇이며, 어떤 지점에서 책을 읽는 사람이 감동하는지를 제대로 알고 있는 것처럼 책이 짜임새가 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많은 것을 이야기하고 있지 않는다. 보편적이고 평범한 일상의 일이야기를 소재로 작가의 다양한 경험도 책의 구성에 한 몫 하고 있다. 저자는 자신의 수필 속에서 자기를 완전히 구기고 망가뜨리면서까지 우리에게 쾌활한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여타 수필집과는 다르게 소설을 읽는 것처럼 재미도 상당했다

 

 

 

소설 속 인물들이 내 얼굴을 바라본다.

인물들의 얼굴을 애써 외면하지 않겠다.  

그들이 걸어가는 방향으로 같이 어깨를 기울이며 뚜벅뚜벅 걸어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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