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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라리스 랩소디 1 (반양장) - 제국의 공적 제1호 ㅣ 폴라리스 랩소디
이영도 지음 / 황금가지 / 2000년 12월
평점 :
품절
1998년 7월 2일. '소설가' 이영도씨의 첫 작품인 드래곤 라자가 인쇄소에서 찍혀져나온 가장 첫번째 날이다. 1997년 PC통신 하이텔에서 연재하던 당시, 판타지에 목말라했던 네티즌들의 욕구를 단번에 해결해주었던 드래곤 라자(이하, D/R)는 오프라인 상에서도 여지없이 그 위력을 발휘하여.그때까지만 하더라도 단순히 '서양판 무협지'정도로 인식되었던 판타지를 단숨에 양지로 끌어올렸다.
그 후로, 판타지는 여실히 장르문학의 한 분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고(비록 지금은 많이 타락했다 하더라도), 그리하여 D/R와, 이영도씨의 평가는 날로 드높아만 갔다. 그러나, 그 후로 이영도는 '드래곤 라자의 저자'라는 이미지를 벗기 위해 무던히 노력을 해야 했다.
D/R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차기작 '퓨처워커(이하, F/W)'를 내놓았을 때도 그랬다. D/R의 뒷이야기라는 말을 들은 사람들은 책방으로 달려갔고, 이내 책장을 덮어버렸다. 후치라는 소년의 관점으로 사건을 유쾌하게 그렸던 D/R와는 달리, 다소 어렵고 철학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던 F/W는 대중들의 관심을 끌기 어려웠던 것이다. 결국 F/W는 높은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상업적으로는 실패하고 말았다.
확실히, D/R가 그를 많은 명예와 돈방석(?)에 올려놓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소설가'로서의 이영도에게는 좋지 못한 결과였던 것이다. 그러나, F/W는 대학교재로도 쓰이는 등, 어느 가능성을 보였다.
그리고 이영도가 잠깐동안의 공백을 거친 뒤 내놓은 작품이 바로 이 '폴라리스 랩소디(이하 P/R)'였다. 이 작품을 처음으로 접한 나는 진정으로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이것이다'라는 식으로 작자가 말하고 싶은 것을 직접적으로 독자에게 제시하던 D/R와는 달리 P/R는 그 모든 것을 잘 갈무리하여 훨씬 뛰어난 완성도를 보였다.
소설 자체로도 볼거리는 흥미진진했다. 1권에서의 제국의 공적 1호 키 <노스윈드> 드레이번 선장과 판데모니엄의 하이마스터 중 한명인 구울의 왕자 직스라드가 펼치는 1:1전투라든가, 3권에서의 키 선장이 교수대로 걸어가면서 보여주는 막강한 카리스마 등, 볼거리는 많았다. 그렇지만, 직접 작품을 통해서 보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P/R에서 보여줬던 등장인물들의 개성은 정말 놀라울 정도였다. 저자인 이영도의 말처럼 작중에서 등장인물들이 벌여준 각자의 활약은 '누가 주인공이 누구인지 분간이 안되게 할'정도였다(실제로 나는 주인공이 키 선장인지, 노예 오스발인지, 공주 율리아나인지, 혹은 가수 휘리인지 고민했으며 심지어는 법황 퓨아리스 4세의 애완식물인 플로라가 주인공이 아닌지 의심하기도 했다).
물론, 'Made in 이영도'에서 항상 보여져왔던 '전 캐릭터의 독설가 화'는 여전히 문제점으로 남아있었다. 그러나 그 때문에 P/R의 캐릭터들이 더욱 더 사랑스러웠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아쉽게도 황금가지 사에서 한정된 분량으로 판매한 '폴라리스 랩소디 양장본'은 더 이상 구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P/R의 소장가치가 떨어진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종이재질도 꽤 깨끗한데다가, 표지자체도 수준이 높은 것이어서, 책장에 꽂아놓고 한번씩 보기에 나쁘지도 않다고 생각한다. 자아. 어떤가. 북극성의 광시곡에 관객으로서 동참하는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