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거슬러 간 나비 - 데뷔 30주년 기념 초기단편집
듀나 지음, 이지선 북디자이너 / 읻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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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이라는 시간이 얼마나 긴 지 생각해보면 까마득해진다.
내가 살아온 온 생애를 다 합쳐도 30년이 채 되지 않는데.
이 사람 내 삶보다 긴 시간을 글을 써왔구나.


『시간을 거슬러 간 나비』는 언제나 베일에 가려진 작가 ‘듀나’의 데뷔 30주년 기념 초기 단편집이다.

듀나 작가는 30년 전부터 ‘하이텔’이라는 인터넷 공간에서 짧은 단편을 써왔다.
언젠가 듀나의 소설을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너무나 예쁜 표지와 디자인으로 작가의 다양한 소설을 볼 수 있다기에 기쁜 마음으로 독서를 시작했다!


시간 여행이나 성경을 비트는 등 초반에는 조금 심오한 느낌이었다면, 후반부로 갈수록 조금 더 동시대적 감각이 드러나는 게 신기하고 좋았다.

내가 가장 재밌게 읽은 단편은 「홍장표 씨의 경우」라는 단편이다. 은퇴 후 무료한 시간을 보내던 ‘홍장표’씨가 자신을 무시하는 가족에 참지 못하고 아내를 살해하는 이야기다. 생각해보면 이 소설집에서 가장 SF스럽지는 않다. 하지만 듀나 작가가 소설 말미에 붙여두는 작가의 말에 이렇게 다음과 같이 적었고 나는 그 말 때문에 이 소설이 더 좋아졌다.

“전 이런 이야기를 소설로 쓰지 못합니다. 제 장르가 아니기도 하지만 너무 인위적으로 느겨지니까요. 하지만 원래 실화라는 게 그렇죠. 세상은 우리에게 자연스럽게 보여야 할 의무감을 느끼지 않으니까요.”

소설은 삶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다른 이름으로 저장하기’다, 라는 문장을 읽은 적이 있다. 실화를 그대로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듀나는 듀나만의 장르로, 방법으로 고민하고 글을 써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좋았다. 두껍지만 생각보다 잘 읽히고 이야기도 흥미롭다. 또한 각 소설 말미에 어떤 생각과 고민을 담았는지도 실려있어서 SF 소설 쓰기에 관심이 있으신 분도 완전 추천합니다!


마지막으로…
책 디자인에 대해서는 꼭 말하고 싶은데 살면서 본 책 중에 내 취향으로는 5 손가락 안에 들 듯…! 책 배에까지 다자인이 있어요ㅜㅡㅜ

*‘읻다 서포터즈’로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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