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외 - 한국소설문학대계 42
최인훈 지음 / 동아출판사(두산) / 1995년 5월
평점 :
절판


'바다는 크레파스보다 진한, 푸르고 육중한 비늘을 무겁게 뒤채면서, 숨을 쉰다.' <광장>의 첫 페이지에 적힌 글이다. 나는 이 '廣場'이라는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광장,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단어이다. 많은 무엇인가가 모일 수 있는 곳, 편히 이야기할 수 있는 곳, 무엇인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마음껏 편하게 할 수 있는 그런 곳, 그 곳이 광장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 책을 쓴 최인훈 작가는 어떤 생각으로 이 글을 쓰게 되었고, '왜 이 책의 제목을 광장으로 지었을까?'에 대해서도 궁금했었다.

광장에서는 이명준이라는 주인공이 겪어온 여러 이야기를 해 주고 있다. 사랑에 대해서도, 정치에 대해서도, 부친에 대해서도……. 정말 이명준의 삶 속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되었던 부분은 어느 곳일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그가 살아온 삶이 이해되지 않은 부분이 많았다. 최인훈 작가는 이 글을 통해, 주인공을 통해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책의 분량도 많고 급히 읽느냐고 아직 정확한 답을 찾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명준이라는 주인공이 내게는 여러 가지 삶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 그 중에서도 이명준이 생각하는 정치에 대해서 나는 여러 가지를 느꼈다.

이명준은 정치를 여러 면에서 비유하며 말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혁명에 대해서도, 당에 대해서도……. 아직도 나에게 너무 어려운 말들뿐이었다. 하지만 한 가지 느낀 것은 이명준이라는 인물이 있었던 그 시절의 정치가 어느 정도였는지 사람들이 갖고 있는 생각과, 사상에 대해서는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지금처럼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고, 자신이 생각하는 말들을 이야기할 수 있는 지금 우리들이 살고 있는 광장이 그 때는 없었던 것이다. 나는 다시 한 번 광장이라는 말을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내가 지금 서 있는 광장은 어느 곳일까? 그리고 지금 서 있는 광장에서 나는 어느 정도 나의 생각을 말하고 있는가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사람들은 언제나 자신이 처한 최대한의 행복을 잊고 살아가고 있다. 자신이 서 있는 광장에 대해서 사람들은 아무 생각 없이 살아가고 있다. 조금 더 노력하고 애쓰려 하지 않고 그저 자기 자신이 처해 있는 상황에 불만만 늘어놓고 있을 뿐, 어떤 노력은 할 생각은 하지 않는다.

이 책 속의 주인공 이명준은 어떤 삶을 추구했으며, 어떤 광장에 서고 싶었을까? 그저 작은 욕심에서 시작한 모험이 그를 더 힘들게 하고, 또 많은 생각을 하게끔 했다. 하지만 나는 그가 자신이 처해진 상황을 조금만 생각하고 그저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았으면 어떨까 하고 생각하기도 했었다. 난 아직은 너무 어린 생각만 하고 살아가고 있다. 지금은 나에겐, 책 속의 주인공처럼 깊게 생각할 문제도 없고 고민해야 할 문제도 없다. 아직은 정치가 어떻다고 또 그가 생각하는 사상들이 나에게는 낯설었다. 물론 지금의 내가 서 있는 광장과, 그가 서 있었던 광장과는 많은 변화가 있기 때문에 그의 생각이 낯설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명준이 서 있던 광장에서 그는 자신이 생각할 수 있는 많은 생각들을 마음껏 말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그리고 나는 이 책을 읽고 나서 아직은 이해하지 못한 점들을 내가 조금 더 어른스러운 생각을 가지게 되었을 때 다시 생각해 보리라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 내가 서 있는 광장에서 내가 말할 수 있는 많은 말들을 앞으로 할 것이며, 또 조금씩 나의 광장을 변화시킬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내가 꿈꾸는 광장은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난 생각해 보기로 다짐했다. 그리고 그 광장에 당당하게 서 있을 날을 꿈꾸며 많은 노력을 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불꽃 / 포인트 외 - 한국소설문학대계 34
선우휘 외 / 동아출판사(두산) / 1995년 1월
평점 :
절판


이 소설은 단편이라는 형식으로는 좀처럼 담아내기 힘든 3. 1운동부터 한국전쟁에 이르는 한국사에서 가장 격동이 심했던 30여 년간을 시대적 배경으로 삼고 있다. 또한 '불꽃'은 고현과 그의 아버지, 그리고 그의 할아버지에 이르는 3대의 서로 다른 삶의 태도를 통해 우리가 어떻게 사는 것이 제대로 사는 것이냐를 말해주는 소설인 듯하다. 고현의 할아버지는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가 올바르든, 아니든 그저 자신과 가족의 삶을 부지하기 위해 현실 순응적인 태도를 보이는 사람이다. 그리고 고현의 아버지는 3.1절에 만세운동을 부르다 총을 맞고, 결국 동굴에서 숨을 거두는데, 즉 그는 자신과 민족을 둘러싼 올바르지 못한 현실에 목숨까지도 희생하며, 그러한 불합리하고 옳지 못한 현실에 대항하는 인물이다.

고현은 이러한 두 인물의 과도기적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의 말처럼 할아버지의 혹을 가지고 놀리는 애들과 싸웠을 때, 할아버지에게 오히려 야단을 듣고 부터는 그저 현실에 방관자적인 입장을 거의 지키며 산다. 그러다가 공산당이 인간을 곤봉으로 쳐서 무지막지하게 죽이는 장면을 보다가 '살인이다'라고 말하며, 총을 들고 자신의 아버지가 눈을 감았던 바로 그 동굴로 숨어든다. 그 후, 연호가 현의 할아버지를 앞세우고 그를 잡기위해 현이 있는 동굴까지 온다. 할아버지는 비록 지금까지는 풍수지리에 의존하고, 현실에 그저 순응하며 사는 나약한 인간의 모습이었으나, 결국 마지막 순간에 그러한 자신의 삶을 지금까지 지탱해 온 것은, 풍수지리 등이 아니라 바로 자신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는 손자에게 끝까지 살아남으라는 말을 남기고 연호의 총부리에 숨을 거두게 된다. 다음순간, 현은 할아버지를 부르짖으며 연호를 죽이고, 자신의 나약하고 방관자 적이던 모습에서 변화되어가는 무언가를 느낀다. 즉, 자신의 가슴속에서 불꽃이 생기는 것을 느끼는데, 여기서 불꽃이란 현실참여적이고, 적극적인 인물로 전환되어가는 하나의 상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말 안타까운 것은 왜 현은 좀 더 일찍 각성하지 못했을까? 좀더 빨리 마음에 불꽃이 활활 타올랐어야 했는데……. 왜 새로운 삶을 살겠다고 결심한 순간 죽어야만 했을까.

이 소설이 지어진 시기, 혹은 이 소설이 다루고 있는 시대적 배경 등은 비록 지금과 많은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 소설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적지 않은 것 같다. 나 또한 현의 죽음을 보면서 나는 내 삶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되었다. 현처럼 귀찮은 일이 생길까봐 겁나서 해야 할 일을 못하고 살지는 않았는지. 하기 힘든 일이라고 외면하고 도피하다가 현처럼 새 삶을 돌아볼 기회조차 놓치고 마는 일이 없도록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생각에는 난 아직 현실참여적이라기 보다는 현실 순응적이고, 타산 주의적이라기보다는 이기주의적인 모습이 나의 삶의 태도의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듯하다.

'불꽃'이란 것은 아마도 늘 우리의 가슴 한 편에 자리하고 있는 듯하다. 다만 이 소설의 주인공 '고현'처럼 그러한 불꽃을 튀게 할 무언가의 계기가 있을 때, 그러한 불꽃은 드디어 가슴의 한 편에서 그 자리를 넓혀, 가슴의 전부를 채울 만큼 활활 타오르게 될 것 같다. 지금 사람들이 잘 인식하지 못하더라도, 모두들 가슴속에 그 자신의 '불꽃'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나 역시도 그러리라 믿고, 빨리 나의 '불꽃'을 인식하고 현실참여적이고, 현실의 불합리한 면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자세를 가지고, 보다 의미 있고 보람 있는 삶을 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수난 이대 (외) 베스트셀러 한국문학선 33
하근찬 외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2년 10월
평점 :
품절


이런게 아버지의 마음인 것 같다. 넓고 위대함 같은 마음. 한쪽 팔을 잃어 버린 자신 앞에 나타나 한쪽 바짓가랑이가 흩날리는 바람결에 따라 이리저리 움직이는 모습이 안쓰럽기 만한 아들. 그런 아들 앞에서 두 눈 가득 눈물을 쏟아내고도, 외다리로 살아가야 할 아들의 삶을 걱정해 주는 아버지. 어찌나 슬프던지……. 그토록 그리던 아들이 한쪽 다리로 힘겹게 오는 모습을 봤을 때는 정말 가슴이 찢어졌을 것이다. 한쪽 팔을 잃어 그 아픔이, 고통이 어떤지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아버지였기에 자기가 한쪽 팔을 잃었을 때의 아픔보다 더욱 큰 아픔과 고통이 였을 것이다.

참으로 비극적이 다고 볼 수밖에 없었던 작품 <수난이대>, 우리민족 모두의 아픔과 고통, 비극을 느낄 수 있던 작품 <수난이대> 이지만, 이런 삭막함과 슬픔을 덮어줄 수 있는 사랑이라는 마음이 물씬 풍기는 작품이기도 했다. 자식을 아끼고 소중하게 여기며, 가끔 자식을 위해 좋은 말 한마디 던져줄 수 있는 그런 아버지의 사랑에 나도 모르게 가슴이 따스해지고, 또 앞으로 세상의 편견을 받으며 살아가야 할 두 부자의 안타까움이 가슴 깊숙이 다가왔다. 아들만이라도, 아버지만이라도 그럼 아픔을 겪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안타깝고 슬프지 않았을 것이다.

전쟁. 우리에게는 그 아픔과 시련의 기억이 없어 얼마나 힘들고 괴로운 일인지 그렇게 쉽게 이해할 수 없지만, 요즘 미국과 이라크의 전쟁의 상황을 보면 아무 걱정 없어 보이지만 근심 가득한 만도가, 나라의 부름을 받고 징용 터에서 겪어야 했던 아픔. 6.25 전쟁에 나간 진수나 그 아들을 기다리는 아버지 만도의 초조한 마음 같은 것들이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특히 많이 생각하게 된 부분이 바로 전쟁이다. 이번 미국과 이라크 전쟁으로 만도와 진수의 아픔을 똑같이 겪을 여러 사람들을 생각하면 절로 우울해지곤 한다. 왜 이렇게 까지 해야 하나? 무엇을 위해서 사람보다 어떤 중요한 것 때문에? 몸의 일부분을 나라에 바치고 돌아온 그들에게는, 전쟁 직후라는 이유로 아무것도 남은 게 없었다. 오직 남은 것이라고는 절망. 그리고 세상을 살아가야 할 각박함뿐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서로를 격려하며, 타인을 위해 자신의 몸을 희생하여 업어 줄 수 있는, 극한 상황에서는 힘이 되어 나라를 돕고, 결국 그렇게 희생하고 나면 아무것도 남는 게 없는 서민이었기에, 단지 그 하나의 이유로 자신이 당한 억울함을 술로서, 세상을 비난하는 일로서 풀어야 했던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수난을 극복하려 했던 의지. 그리고 그보다 더 강했던 부자간의 사랑. 개울가의 외나무다리에서 일어난, 아무렇지도 않은 마무리 대목이었지만, 말로 표현 하지 못할 감동이 그리고 안타까움이 울컥 눈물이 치닫게 하는 문학의 아름다움. 그 자체를 맛볼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사막이 아름다운 건, 땅속 깊은 곳에서 흘러나오는 오아시스가 있기 때문이라면, 세상이 아름다운 이유는, 아무래도 가장 낮은 곳, 묵묵히 말없이 노력하는 서민들의 땀방울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신체의 일부분은 비록 모자람이 있지만, 마음만큼은 누구보다도 더 따듯하고, 훌륭한 만도와 진수 부자. 그들에게서 많은 것을 배우고, 또 많은 것을 느끼며 마지막 책장을 덮을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또한 우리나라도 요즘 이런 저런 루머에 휩싸여 있는데 미국과 이라크와 같은 전쟁이, 만도와 진수가 겪었던 아픈 과거가 다시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삼대 - 하서명작선 1 하서명작선 100
염상섭 지음 / 하서출판사 / 199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나에게 과제물이 주어졌다. 그것은 ‘삼대’를 읽고 독후감을 써오는 것이다. 내가 읽고 싶은 책이 아니면 거의 읽지 않는 나로서는 좀 당황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처음으로 입학하는 고등학교에서의 처음으로 주어진 과제! 열심히 하리라 마음을 먹었다. 처음에 이 책을 접했을 때에는 양도 보통 책의 두배 정도가 되어서 지루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조씨 가문의 삼대가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갖고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되게 흥미로웠다

이 소설의 제목인 삼대는 정말 말 그대로 삼대이다. 조씨 가문의 조부인 조의관, 그의 아들인 조상훈, 그리고 손자 조덕기라는 인물이 봉건시대에서 현대로 넘어오는 시대상의 모습과 갈등을 삼대에 걸친 이 세사람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 삼대의 다툼, 시기, 질투는 모두 돈에서 비롯된다. 즉 인물들이 돈에 대한 집착과 욕심이 이 소설을 이끈다고 본다.

할아버지인 조의관은 정말 고리타분한 봉건주의적 사고에 젖은 인물이다 못해 족보를 위해서 거금을 뿌리고 양반행세를 하려한다. 그리고 제사나 규범을 무지 중요시해서 기독교 신자인 아들은 무지 못마땅해한다. 하긴 나 같아도 한숨만 절로 나올 것이다. 해외 유학까지 다녀온 지식인에다가 겉으로는 기독교신자여서 예를 지켜야 한다며 제사를 드리거나 하지를 않고 남들 시선을 의식하며 깨끗하게 사는 척하지만 실제로는 이 소설에서는 술,돈 그리고 여자에 정신이 팔린 가장 타락한 인간이다.

아들인 조덕기는 그 둘보다는 훨씬 났지만 그 사이에서 자신의 위치를 우유부단하게 지키고 있다. 친구인 병화는 나라의 독립을 위해서 일을 하지만 덕기는 가문과 사회의 눈으로 인해서 병화를 위해 조금의 도움밖에 주지못한다. 재물이라는 것은, 인간에게 생각보다 많은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 돈이든 집이든 금은 보화든 그건 단지 약간의 가치를 지니고 교환도구로 이용되는 물건에 불과한데, 그것을 이용해야 할 인간이 오히려 그것에 이용당하는 느낌이 든다.

덕기네 집은 남부럽지 않을 정도의 많은 재산이 있지만, 그 많은 재산을 갖고 있는 덕기의 집안은 오히려 그것으로 인해서 불행하다. 재산이 없는 필순이의 집은, 재산이 너무 없어서없어서 불행하다. 덕기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집안을 유지해 오던 힘도, 실상은 할아버지의 힘이 아니라 할아버지가 갖고 계신 금고 안의 재산의 힘이 아니었을까? 가족간의 끈끈한 정이나 유대감이 아닌 재산으로 뭉쳐진 가족이었으니, 그런 식으로 서서히 몰락해 가는 것도 어쩌면 예정된 결과인 것 같다.

이 소설은 상상 속의 이야기가 아니라 몇십년이 지난 지금 우리 시대에도 계속 일어나고 있는 이야기다. 그래서 마음에 좀 더 와닿은 것이 더 많은 소설인 것 같다.
물질만능주의 풍조에 찌들어 삶의 진정한 가치를 잃어가고 있는 요즘 사람들이 한번쯤 읽어볼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항상 평소에 돈이 많이 있다면 하고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을테니 지금보다 더 행복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돈이 많아도 별로 행복할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없어서도 안되는 것이지만 말이다. 뭐든 적당한 것이 좋다고 돈도 적당히 있어야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