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고전古典 - 생각하는 젊음은 시들지 않는다
김경집 지음 / 지식너머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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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불어닥친 인문학열풍은 꺼지지 않고 있다. 내노라하는 CEO들과 석학들이 인문학의 중요성에 대해 설파하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인문학강좌로 몰려들고 있다. 그러나 국내 대학에서는 인문학이 무너져간다고 많은 이들이 걱정을 하고 있으며 인문학전공자들의 취업률이 좋지 않아 많은 젊은이들이 인문학을 외면한다는 걱정이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다. 이런 이율배반적인 세태가 왜 나타나고 있는 걸까?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얼마전 읽은 줄기세포에 대한 신문기사가 생각난다. 우리나라의 경우 줄기세포이론을 실용화한 제품만들기에 골몰하고 있지만 정작 원천기술에 대해서는 정부지원도 없고 연구하려는 전공자도 많지 않은 반면 외국에서는 줄기세포에 대한 원천기술확보에 집중하고 있다는 기사였다. 인문학과 줄기세포로 보여지는 내용은 다르지만 현상은 동일한 것 같다. 개발도상국으로 선진국을 빨리 따라잡는 일이 체화된 우리사회는 과정보다는 결과에 보다 집중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게 아닐까 생각해봤다.

 

 이 책을 읽기 전에 고전이란 무엇인가하는 생각을 먼저 해봤다. 고전이 우리에게 많은 가르침을 준다는 얘기는 많이 듣기 때문에 읽고자 하는 시도를 여러차례 하였으나 딱딱한 고전읽기는 생각보다 힘들다.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나는 한동안 열풍이었던 자기개발서를 많이 읽었고 자기개발서와 같이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는 지를 빠르게 알려주는 책에 너무나 익숙해 있다. 그런데 고전은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는 지를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해야하는 지 스스로 생각해보라고 그리고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옳은 것인 지를 두루뭉슬하게 알려주고 있다. 초중고 12년과 대학 4년동안 선생님과 부모님은 우리에게 사회에서 성공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하는 지 항상 정답을 알려줬다. 부모님세대에 맞는 정답을 기준으로 자식들을 가르쳐온 그분들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그 가르침대로 살기에는 세상이 너무나 많이 변해버렸다. 1997년 외환위기로 우리사회의 질서는 바뀌어 버렸고 그 이후에는 어떻게 살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지 알 수가 없는 혼란스러운 사회가 되어버렸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직장생활을 하고 남은 교훈은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순간 나를 잃어버리고 나를 잃어버리는 시점에서 불행한 삶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나를 곧추세우고 시선을 멀리하며 당당하게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나에 대한 사색이며 이는 고전으로 시작된다는 막연한 나의 생각은 서문에서 저자가 역설한 고전의 중요성과 맞닿아 있었다. 저자는 고전의 진정한 힘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인간의 본래적 가치를 담고 있다는 데 있다고 얘기하고 있다. 또한 고전을 통해 지식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예의와 가치를 탐색하고 그것을 내 삶으로 실현하려는 힘을 얻어야 한다고 얘기하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크게 세가지, 작게는 열일곱가지 주제를 관련된 고전과 함께 이야기 하고 있다.

첫째, 관계와 감정들에서 제일 재미있게 읽은 주제는 "완벽"에 대한 주제이다. 매사에 완벽하게 해내고 싶은 건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런데 예상되는 결과를 알고 있는 일은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지만 처음하는 일은 예상되어지는 결과가 있을 수 없다. 그런 일에조차 완벽을 추구하다보면 자칫 내 발목을 잡는 일이 일어나고 만다.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것이다. 완벽을 추구하는 일보다 알 수없는 길에 도전하고 어려움이 닥치면 이겨내고 보완하고 진보하는 것이 청년의 몫이라는 저자의 말에 많은 것을 느끼게 된 것은 아마도 실제 그런 경험이 있기 때문이 아닌 가 싶다.

 

둘째, 가치들에서 제일 재미있게 읽은 주제는 "검색이 아니라 사색"이다. 정보가 권력인 시대도 있었지만 현재는 지식이 넘쳐나고 모든 정보가 개방되어 있어 누구나 접근할 수 있고 사용할 수 있는 정보과잉시대이다. 그러나 너무나 많은 정보가 쏟아져나오기 때문에 사람들은 정보를 내것으로 만드는 수고를 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조금만 궁금하면 바로 검색하는 시대이기에 머리속으로 유추하고 사고하는 시간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 같다. 정보과잉의 시대에서는 정보를 검색하는 능력이 아니라 많은 정보중에서 중요한 부분을 골라내고 분별하며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는 능력이 가장 중요한데 이때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 사색의 과정이라고 저자는 얘기하고 있다. 나 자신도 항상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며 조금만 궁금하면 구글링하는 습관이 있는 사람이라 크게 공감이 가는 얘기 였다.

 

셋째, 생각들에서 제일 재미있게 읽은 주제는 "즐겨라, 그러나 제대로 즐겨라"이다. 최근 개봉한 영화중에 수상한 그녀라는 영화가 있다. 주인공인 할머니가 청춘사진관에서 사진을 찍고 나오니 20살이 되어서 일어나는 해프닝이 줄거리인데 친구들과 이 영화를  보고 20살이 되면 뭘할까를 얘기했다. 난 다시 대학생이 되면 재미있게 놀거라고 얘기했다. 대학다닐때 치열하게 공부를 한 것도 아니지만 재미있게 논 적도 없는 것 같다. 그렇다고 허송세월을 보낸 것도 아닌 데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로 4년을 보낸 게 못내 후회스럽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생각해보니 대학다닐때와 별반 차이가 없는 것 같다. IT계통의 직장을 다니기때문에 야특근도 많고 일도 많이 하고 있어 내 삶을 누리고 충실히 살아가는 데 있어서는 너무 무심한 게 아닌가 반성을 해본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왜 그렇게 고전을 읽지 못했는 지 생각해보니 단순히 딱딱하고 읽기 어려워서가 아니고 A는 B다라는 정답이 없고 사색을 하면서 읽어야 하는 책이 익숙하지 못하고 답답하여 읽지 못한 것 같다. 내 삶을 농밀하게 채우고 행복한 인생을 살기 위해서라도 이제부터 다시한번 심기일전하여 고전을 읽는 노력을 해봐야 겠다. 먼저 저자가 이 책에서 언급한 책부터 찬찬히 읽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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