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 없이
유지혜 지음 / 김영사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행 준비를 하던 하루였다. 한 배우가 자신은 여행지마다 다른 향수를 들고 가서, 그 향수를 쓸 때마다 여행의 추억을 되새긴다는 말이 생각났다. 그럼 나는 어떤 방식으로 여행을 기억할 수 있을까 하고 고민했다. 나의 선택은 바로 <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 없이>였다. 


“눈에만 살며시 담아본다. 방해하지 않고, 소리 내지 않고, 그것은 주목을 바라지 않는 것들의 아름다움을 인정하는 일이다.

나중에 꺼내 볼 마음까지도 그 순간에 쏟아버리는 것이다. 나는 때때로 놓침에 기뻐한다. 그리고 실감한다. 가장 아름다운 순간들은 기록되지 않았음을.”


이 책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이다. 저자는 자기 경험을 눈으로 담는 것에 온전히 집중한다. 어떠한 방법으로 잡거나 쥐려 하지 않고, 그 순간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인정하고 놓치는 것이다. ‘책’을 좋아하고 독서하는 시간을 즐긴다고 자부하는 나이지만 주위의 다양한 자극에 지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수많은 SNS와 영상매체들, 흘러가는 정보의 흐름에 시간을 내던졌다. 그런 나에게 가장 필요한 말이었다. 이 책과 함께한 여행은 그 언제나보다 다정했고, 때로는 놓치기도 하며 순간을 눈에 담는 데 집중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나는 모든 것을 붙잡으려 하다가 모든 것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했구나.’ 앞으로의 나는 ‘놓침’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한다.


“사랑은 아무리 말해도 그 색이 연해지거나 닳거나 부서지지 않았다. 모든 사랑의 말은 포장지에서 방금 꺼낸 것 같았다. 평생 써도 좋을 우리의 유행어였다.”


저자를 한 단어로 설명하자면 바로 ‘사랑’이다. 한 브랜드와 협업한 제품의 문구가 ‘Love is everywhere’이듯, 작가는 모두에게 사랑에 대해 말한다. 사랑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사랑, 여행지와의 사랑, 살랑이며 부는 바람과 사랑. 우리에겐 수많은 감정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사랑’이 우리를 살아가게 함은 분명하다. 그리고 저자는 그것을 잘 알고 있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고전 작품 속 문구는 작가가 글을 쓰기 위해 얼마나 많은 글을 접했는지를 느끼게 한다. ‘그리스인 조르바’, ‘미카엘’, 에밀리 디킨슨까지. 책 속 틈틈이 소개된 작품까지 함께 읽으면 더 넓은 경험을 할 수 있다.



*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