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의 초상
이연호 지음 / 좋은땅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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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n의초상 #이연호



🏷 내가 제일 불쌍한 줄 알았던 시절에 만난 n

예전의 R은 아무와도 관계를 맺지 않고 혼자서 삭혀 내는 타입이었다. 하지만 n은… 그 모든 외로움을 타인에게 투영하며 R을 쓰다듬는 손길로, 자신을 쓰다듬는 것이 아니었을까? (176쪽)

아버지의 폭력과 어머니의 가출.
그 와중에도 착한 아이로 살았던 R은.
제대로 된 꿈을 꾸고 싶지 않았고
그저 엄마와 어서 죽었으면 좋겠다 싶었다.

그렇게 밤을 지새며 스트리밍하던 채널에서
같이 잠못이루는 n을 만난다.

자기보다 어리고 작지만 강아지같던 n은,
폭력과 절망으로 찌든 R을 위로하고 기다려준다.

나보단 당연히 행복하겠지 싶던 n은
어느 날 갑자기 떠나고 연락이 끊긴다.


🏷 누구나 자신만의 n을 쫓기도 닮아가기도 한다

그렇게 R은, n의 기억을, 더듬어 가며 여기, n의 초상을 그려 내어 간다. 그리고 20년이 훌쩍 지나, 여러 R과 숱한 n을 만나고, 마지막엔 T를 통해 R은 한 가지 깨달음을 얻는다.

-아, 그냥 받아들이는 것이구나,

어머니도, 아버지도. 왜 그랬을까? 생각하면 고통의 굴레에서 영영 벗어나지 못할 뿐, 사랑을 나눠 주셨을 때를 기억하며 왜 변했는지 생각하지 말자. (183쪽)


읽는 내내 n이라는 명칭이 참 마음에 들었다.

나의 n은 누구였을까 싶기도 하고,
지명하지 않은 인물명칭은 상상을 더해갔다.

특히 R이 다른 이들을 만나
자신이 n처럼 행동해보기도 하고,
n같은 사람을 만나 R또는 n의 역할을 한다.

한없는 사랑과 이해, 기다림을 갖춘 n은
20년이 지난 날까지 R에게 신과 같은 존재다.

무엇이든 흘려보내고 나면
아쉽고 애틋하며 예뻐지는 것 아닐까 싶었다.

우리에게 n은 누구였을지.
나는 누군가에게 무엇이었을지 생각해보게 하는
어른스러운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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