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에 울다
마루야마 겐지 지음, 한성례 옮김 / 자음과모음 / 2020년 12월
평점 :
절판


#달에울다 #마루야마겐지


수묵화 한 점을 감상하듯 읽어 내리다


🏷 달에 울다

나에게는 야에코가 있다. 우리 사이를 갈라 놓으려는 자는 아버지라도 용서하지 않으리라. (57쪽)


사랑하는 야에코의 아버지를 죽인 나의 아버지
먹고 사는데 만족하며 계속 추락하는 부모
그러함에도 야에코와 사랑을 나누는 주인공

부모는 끝없이 몽매하며
주인공도 현실을 바꾸지 못하고
고향에서 사과나무를 키우며 중년이 된다.

야에코는 누군가의 아이를 낳고
다른 도시로 떠나지만
주인공은 그저 그녀를 배웅하고 보낸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그의 현실이
매우 현실적이어서 더 답답하고 안타까웠다.

그렇다고 부모님을 어쩌지도 못하고
부모님을 여의고도 야에코의 빈집을 떠돈다.

그는 모든 글을 7-8줄의 문단으로 끊어
시적으로 표현함에 있어 매우 아름다웠다.


🏷 조롱을 높이 매달고

가장 안쪽에 있는 구식 의자에 앉아, 목에 감은 흰 천을 늘어뜨리고 기묘한 표정으로 금이 간 거울을 들여다보고 있는 소년, 그는 바로 나였다. (142쪽)


가족들에게 버림받고 내팽겨진 주인공은
늙은 개 한마리 차에 두고 한 마을에 도착한다.

오래된 온천 마을은
늙은 노인 한 명이 있는 온천 하나밖에 안 남았다.

그 노인은 하루 종일 온천에 누워
낮잠을 자고 피리새 소리를 듣는 게 전부인
하릴없는 인간에 불과했다.

더군다나 그 노인의 생계를 위해
딸은 옆 도시에서 몸을 팔며 배회한다.

그걸 안 주인공은 도저히 참을 수 없어
노인에게 욕지꺼리를 남긴다.

결국 자살한 노인을 마주하고
피리새를 조롱째 들고 놓아준다.

세상의 온갖 짐을 짊고 사는
가장들의 무게가 담긴 고독한 소설이었다.
끝이 난 듯 끝나지 않은 긴 여운의 한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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