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 교도관이야? - 새로운 시선과 그림으로, 개정판
장선숙 지음, 김지영 그림 / 예미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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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책은 교도관이라는 직업이 가진 진짜 얼굴을 보여주는 이야기예요. 제목인 «왜 하필 교도관이야?»라는 물음에는 단순한 호기심 이상의 무게가 느껴져요. ‘왜 하필’이라는 말 속에는 차가운 시선과 편견, 이해받지 못하는 삶의 이야기가 담겨 있고 그 안에서 저자는 35년 동안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 온 교도관으로서의 길을 따뜻하게 들려줘요.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교도관이 수용자에게 단순히 통제자나 감시자가 아니라 보호자로서의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는 부분이에요. 수용자들이 저자에게 엄마라고 부른다는 대목에서는 가슴이 먹먹했어요. 교도소는 차갑고 절망적인 공간으로만 생각하기 쉬운데 그 안에서도 누군가를 품고 돌보는 일이 있다는 사실이 참 깊게 와 닿았어요.

작가는 교도관의 일을 ‘소명’이라 부르고 자신이 받은 것을 ‘선물’이라 표현해요. 교도소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여러 사람을 만나며 자신이 어떻게 성숙해졌는지를 진솔하게 고백해요. 사회의 부정적인 시선 속에서도 묵묵히 일을 해온 동료 교도관들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이 직업이 단지 감시와 통제의 역할을 넘어선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사람을 변화시키는 일은 어려운 일이지만 환경을 바꾸고 기회를 주려는 노력 자체가 한 사람을 살릴 수 있다는 믿음이 느껴졌어요.

이 책에는 여러 학자의 시선도 등장해요. 사회적으로 낙인찍힌 사람들과 매일 마주해야 하는 교도관의 일을 ‘혐오노동’이라고 부르는데 그런 정의가 현실적으로 이해되면서도 교도관들이 스스로의 일을 존엄하게 만든 이유도 알 수 있었어요. “한 사람을 살리기 위해 오늘도 담장 안으로 들어간다”는 문장은 단순한 의무감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사랑의 표현으로 읽혔어요.

책 후반부에서 저자는 원형옥이라는 제도의 인문학적 의미를 이야기해요. 단순한 감금시설이 아니라 사람을 교화하고 다시 사회로 돌려보내기 위한 철학이 담긴 공간이라는 점이 흥미로웠어요. ‘사람을 어떤 환경에 담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변화 가능성도 달라진다’는 말은 직업이나 역할을 떠나 모든 인간관계에도 통하는 이야기처럼 느껴졌어요.

마지막 장에 이르러 작가가 전하는 말은 단호하지만 따뜻해요.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지만 상황과 환경은 바뀔 수 있다고 해요. 그 말이 오래 남았어요. 인간을 포기하지 않는 마음, 한때의 잘못으로 인생 전체를 단정 짓지 않으려는 태도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시선이라 생각해요.

«왜 하필 교도관이야?»를 읽다 보면 결국 이 책의 화두는 ‘사람에 대한 믿음’이에요. 누구나 절망의 순간에 서지만 그 자리에서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조금의 관심과 사랑이 절망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해요. 책을 덮으며 저자의 존재 자체가 하나의 빛처럼 느껴졌어요.

절망의 밑바닥에 있는 누군가에게 나는 희망이 되어 본 적이 있을까. 그런 인생을 살고 있는가. 교도관이라는 직업을 통해 타인의 인생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사람들처럼 저도 내 자리에서 누군가에게 작은 희망이 되는 삶을 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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