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후의 글쓰기 - ‘좋아하는 마음’을 나만의 언어로 표현하는 문장 수업
미야케 카호 지음, 신찬 옮김 / 더페이지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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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책은 좋아하는 대상을 단순히 ‘좋아요’로 표현하기보다, 내가 왜 좋아하는지를 스스로 분석하고 언어로 정리해 보는 과정을 안내한다는 점에서 흥미로웠어요. 미야케 카호의 «덕후의 글쓰기»는 말 그대로 ‘좋아하는 마음’을 자기 언어로 번역하는 법을 배운다는 의미의 책이었어요. 아이돌, 소설, 식물, 운동 등 어떤 취향이든 상관없이 그 대상을 어떻게 언어로 표현할지,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에게까지 그 감정을 전할 수 있을지를 자세히 설명해 줘요. 책을 읽는 내내 ‘나의 감정도 이렇게 세밀하게 다룰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책에서는 ‘최애를 이야기하는 일은 자신의 인생을 이야기하는 일’이라고 말해요. 단순히 좋아한다는 감정을 넘어서 왜 좋아하는지를 파고드는 순간 내 안의 욕망이나 가치관이 드러난다는 뜻이에요. 저도 책을 읽으며 일상 속에서 무심코 쓰던 표현들이 얼마나 상투적이었는지를 돌아봤어요. 예를 들어 “그 사람 너무 멋있다” 혹은 “그 장면 진짜 감동이야”라는 말을 자주 썼는데 막상 왜 그런지 구체적으로 설명하려 하면 단어가 떠오르지 않았어요. 작가는 이것이 문장력 부족이 아니라 ‘감정의 원인을 세분화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짚어요. ‘놀랍다’, ‘뭉클하다’, ‘기대와 달랐다’ 같은 세밀한 구분이 쌓일 때 비로소 자기 언어가 생긴다고 강조해요.

읽다 보면 ‘공들인 글쓰기’의 중요성도 절감하게 돼요. 작가는 덕질이든 감상문이든 간에 결국 상대와 나 사이의 거리를 줄이려는 ‘공유’의 행위라고 말해요. 그만큼 글에는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고 문장 하나를 더 이해하기 쉽게 손질하려는 자세가 곧 진심을 전달하는 길이라고 설명해요. 저는 예전에 메모할 때 문장을 간단하게만 적었는데 앞으로는 감정을 조금 더 세밀하게 기록해 보려고 해요. 책에서 추천하는 비공개 일기나 짧은 메모 습관이 바로 글쓰기의 연습장이 되겠다고 느꼈어요.

책의 후반부에서는 글쓰기의 막힘을 해결하는 현실적인 조언도 많이 담겨 있었어요. 예를 들어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때는 ‘시작이 이상할 가능성’을 먼저 점검하라고 해요. 글을 억지로 이어가기보다 마음이 움직이는 주제로 방향을 바꾸는 게 낫다고요. 이런 얘기는 단순한 글쓰기 기술을 넘어 일상에서의 표현 태도를 돌아보게 만들었어요.

한 문장이 완성되기까지 얼마나 공을 들였는가가 문장력을 결정한다는 말도 인상 깊었어요. 글재주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글을 보며 배운다는 작가의 시선이 오랫동안 마음에 남았어요. 그 말처럼 구성과 표현에 신경 쓴 다른 사람의 글을 읽다 보면 한 문장이 달라지는 지점을 알아차리게 되더라고요.

책을 덮고 난 뒤에는 자기 언어로 쓴 글이 가진 힘에 대해 오래 생각했어요. SNS나 블로그에서 흔히 쓰는 표현을 그대로 빌리면 내 감정이 금세 희미해져요. 하지만 내 말로 내 감정을 정리하면 그 순간의 애정이나 감동이 사라지지 않고 오래 남는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작가가 말하듯 언어로 한 번 남긴 감정은 사라지지 않고 내 안에 머물러요.
예를 들어 제가 최근 짧게 쓴 글을 책의 시선으로 첨삭해 본다면 이렇게 바꿀 수 있을 것 같아요.
“오늘 책상 위에 새로 산 귀여운 북마크를 꺼냈다. 작고 단단한 모양이 손에 꼭 맞는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기분이 살짝 좋아진다. 딱딱하거나 번잡하지 않아서 읽는 시간마다 마음이 깔끔해지는 느낌이다. 이런 작은 물건이 생각보다 큰 힘이 된다. 오늘도 금방 리프레쉬된 하루였다.”
여기에 작가의 조언을 적용하면 ‘금방 리프레쉬된 하루였다’ 대신 ‘책장을 넘길 때 손끝이 차분해지고 머리가 맑아졌다’라고 쓸 수 있을 거예요. 이렇게 구체적인 감각을 언어로 전환할 때 독자에게 더 생생하게 다가오는 문장이 돼요.

이 책은 ‘좋아하는 것을 설명할 줄 아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은 누구에게나 유용한 지침서예요. 읽다 보면 단순히 글쓰기 기술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이해하는 시간이 돼요. 앞으로는 누군가에게 내 ‘최애’를 이야기할 때 “정말 좋아요”라고만 말하기보다, 왜 좋은지, 어떻게 좋아하게 됐는지를 나의 말을 통해 차분히 풀어낼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것이 이 책이 말하는 ‘자기 언어의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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