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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라이너 마리아 릴케 지음, 김재혁 옮김 / 문학과의식사 / 2001년 9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구입하게 된 동기는 작가 공지영님 덕분이다.
『 십 몇 년 전 쯤인가 서른 중반의 나이에 생을 힘겹게 넘고 있을 때 릴케가 그렇게 말하더군요.'당신은 서두르지 마시고 당분간 그 문제 속에서 사십시오. 그러면 언젠가 당신은 그 대답속에서 살고 있는 자신을 발견 할 것입니다. 병의 치유에는 의사도 기다려야만 하는 나날이 있습니다.'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였을 거예요. 그 책을 붙들고 한 일년쯤을 끙끙 거렸던 것 같아요. 』
공지영님의 이 글을 읽고 난 이 책이 너무도 궁금해졌다. 여러 출판사에서 나온 책들을 비교해봤지만,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옮긴이와 책의 사이즈 때문이다.
먼저 옮긴이에 대해서 말하자면,'김재혁'이라는 분인데,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외국 소설이나 시는 번역가에 따라서 와닿는 느낌이 다르다. 한 번은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를 여러 사람이 번역해 놓은 것을 봤는데, 같은 시인데도 어떤 것은 확─와닿고 어떤 것은 별 감흥이 없었다. 그래서 번역이 이렇게 중요한 것이구나 하고 새삼 느낀 적이 있었다. 그리고, '김재혁'이라는 분은 릴케에 대해 공부를 좀 하신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번역가가 외국작품을 번역할 땐 그 작가의 내외적 성향을 알아야 그 글에 가장 적합한 우리 말을 끌어다 쓸 수 있다고 여겨지는데, 이분은 릴케의 또 다른 시집 <소유하지 않는 사랑> 이라는 책도 우리 말로 옮겼는데, 여러분에게 이 책도 권하고 싶을 정도다. 하지만 아무리 번역을 잘했다 하더라도 어렵고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있기 마련이다. 이것은 릴케 자신의 내면의 깊이를 우리가 다 알 수 없는 데에서 기인한 것이라 봐야겠다. 우리나라 시인들의 작품을 대할 때도 가끔은 난해한 부분이 있지 않은가?...
이 책을 사게 된 또 다른 이유는 책의 사이즈 때문이라고 얘기했는데, 난 큰 시집을 좋아하지 않는다. 가방에 넣고 다니기에 부담이 없어 언제 어디서든 꺼내볼 수 있는 시집이 좋다. 사실 이 책도 세로가 2센티쯤 더 작았으면 좋을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책 표지가 두꺼워 오래도록 곁에 두고 읽어도 쉽게 훼손되진 않을 것 같고 책 표지와 똑같은 색깔에 릴케의 옆모습이 그려진 책갈피도 코팅해서 쓰면 참 좋을 것 같다. 그리고 활자가 읽기에 적당해서 눈도 쉽게 피로해지지 않아서 좋다.
난 이 책의 편지글 하나하나를 릴케가 나에게 쓰는 것이라 생각하고 읽고 있다. 가끔 정말 나를 두고 하는 말 같아서 가슴이 짜 ─ 안 할 때도 있다. 여러분도 릴케가 여러분에게 쓰는 편지를 얼른 받아 보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