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강철로 살아
김영환 지음 / 시대정신 / 2015년 11월
평점 :
품절


아르헨티나 출신 쿠바혁명 지도자 체 게바라를 존경한다면,

북한민주화에 진력하는 강철 김영환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나 인생을 되돌아볼 시기에 이른 386 세대는 필사적으로 읽어야 한다.

 

남한민주화도 바쁜데 무슨 북한민주화가 웬말이냐, 이런 식으로 통진당 변호사가 따졌다. 당신들이 존경하는 체 게바라는 아르헨티나 국적이지만 쿠바혁명을 성공시키고 볼리비아 혁명에서 산화한 사람이다, 강철은 이렇게 대답했다. 입에서 나오는 말과는 달리 체 게바라를 진정으로 따라 배우려 하지 않는 무늬만 운동권인 사람들이 대한민국에는 참 많다.

 

이 책은 그런 사람이 읽으라고 쓴 책은 아니다. 그런 사람들이 사람들 속에서 최소한 정신차리라고 쓴 책이다. 그러니 기필코 읽어야 한다. 특히나 지난 인생을 되돌아볼 시기에 이른 386세대는 필사적으로 읽어야 한다.

 

1989 7월 강철 김영환은 윤택림을 만났다. 스스로를북한에서 온 연락대표라고 했다. 진짜 간첩인지 확인하는 방법은 방송에 있다. 윤택림은평양의 김영희씨가 서울의 이경수씨에게 보내기로 한 편지에 대해 알려주었다. 며칠 후 야밤에 강철은 평양방송에서 정말 ‘~ 편지를 읽어드리지 않겠다는 방송을 들었다. 윤택림은 진짜 남파간첩이었다.

 

그리고 관악산에 올라가 경건하게 조선노동당 입당식을 거행하고 공작금, 난수표, 무전기를 받았다. 당시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력한 스물여섯살짜리 자생 주사파가 진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노동당원이 된 것이다.

 

그리고 2년 후 1991 5월 강철은 강화도에서 북한 잠수정을 탔다. 두 번에 걸쳐 장시간 존경하는 김일성 주석과도 만났다. 주체사상의 본고장에서 주체사상의 사상적 성취수준에 대해서도 철학자들과 토론했다. 그러나 어찌 알았으랴. 17일간의 평양 체류는 어쩌면 강철의 인생항로를 거꾸로 돌려놓았다.

 

평양은 그의 인생에서 지난 10년동안의 민주화 운동과는 본질에서 격이 다른, 지난하고 고통스럽지만 결코 피할 수도 피하지도 않았던 북한 민주화라는 시대적 사명을 느끼는 시발점이 되었다. 황당하게도 이것은 20세기 마지막 10년의 한반도와 북한 민중의 현주소였다.

 

강철 김영환의 인생을 살펴보자.

 

1982년 서울대 법대 입학, 운동써클 고전연구회 가입, 민주화와 사회주의에 눈뜨다.

1984년 평양방송, 안기부 북한자료로 주체사상 학습, 지하써클 단재사상연구회 창립

1985년 강철서신 팜플렛 제작/유포. 반종파, 품성, 반미, 운동권내 사상적 공감대

1986년 최초 주사파 운동조직 서울대 구학련 조직, 검거, 안기부 47일 조사, 고문당함

1988 12월 출소

1989 2월 반제청년동맹 중앙위원, 7월 남파간첩 윤택림 접선, 노동당 입당

1991 5월 평양방문, 김일성 만남, 17일간 북함체류, 북한사회의 일부모순 목도

1992년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 조직, 사실상 이즈음부터 사상 물줄기 전환시도

1997 7월 민혁당 해산, 부부간첩단 사건 이후 2년간 중국체류, 북한혁명조직 구축

1999 7월 귀국, 국정원과 협상, 9월 국정원 민혁당 사건발표

          (3명기소, 참조; 92년 중부지역당 사건 60명 구속)

전후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조직 등 국내외 북한민주화운동 추진, 민혁당 출신 전향자 등 북한민주화 운동역량 중국 만주지역에 결집하여 목숨을 건 북한민주화 지하혁명운동 전개함.

2012 3월 중국 국가안전부 체포, 4개월간 구금(전기고문 등 자행) 후 추방, 귀국

2012년 대한민국 인권상국민훈장 석류장수훈

현재 다방면으로 국내외 북한민주화운동 전개하고 있음.

 

인상적인 내용이 있다. 조직원들에 대한 강철의 인간적 고뇌. 한반도의 전반적인 민주화와 선진화를 위한 전략적인 판단이다. 당시 민혁당의 정조직원은 100여명, 주위 RO(혁명조직) 포함하면 400여명, RMO(혁명대중조직)까지 포괄하면 수천명 운동가들의 총책이 강철이었다. 이들을 어쩔 것인가. 1992년 그 즈음부터 점차로 주체사상의 모순과 북한인민의 불행을 느낀 그의 총책으로서의 행동은 다소 모순적이었다.

 

강철은 조직 내에서 주체사상으로 사회주의를 무너뜨렸다. 수령과 노동당의 권위로 주체사상의 근저를 허물어갔다. 민혁당 조직역량 전부를 올바르게 살려내자는 시도였다. 민혁당 조직의 상당한 역량이 북한민주화 운동역량으로 전환되었다. 일부는 생활인으로 정착했다. 종북주의자로 지칭될 수 있는 나머지들은 또 다른 숙주 민노당을 찾았고 침투해 들어갔다. 그것이 2012 12월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합법정당 통진당의 해산이라는 침통한 결말로 이어졌다.

 

이 책을 읽어보면 80년대 격정의 시대를 내가 어느 지점에서 어떻게 움직였는지 조금은 엿볼 수 있다. 엿보아야 한다. 그것이 386 세대가 지금 해야 하는 일이고 그것이 성찰이다. 책에는 80년대 초반의 무림/학림도 보이고 이후 NL/ND/PD 등의 운동정파의 흐름도 알 수 있다. 김일성을 만나고 오신 고 문익환 목사님께서 왜 변절자로 매도당하면서까지 범민련 해체를 주장했는지 가슴 시린 그 아픔의 일단도 느낄 수 있다. 느껴야한다.

 

책에는 일제 강점기 만주의 독립운동만큼이나 지난하고 고통스럽지만 결코 피할 수 없는 북한민주화 혁명가들의 활동상도 조금은 보인다. 잘은 모르지만 최소한 이들에게 우리는, 80년대 얻어터지고 감옥 가는 친구들에게 느꼈던 미안함과 내 나름대로의 조그만 역할이라도 찾으려 애썼던 기억을 돌이켜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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