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브르가의 청년 귀족과 빨간 눈의 쥴리는 어째서 그토록 빨리 사랑을 느꼈던 것일까...? 그 둘의 만남은 마치 곪은 상처를 터트린 혁명과도 같이 필연적 이었다.아버지의 죽음. 어머니의 불륜. 딸의 존속살해. 이 몰락해 가는 집안에서 쌍브르가 택한 것은 차라리 더러운 신분을 가진, 가장 붉은 색 처럼 타오르는 열정만 지닌, 그래서 더 순수하고 숭고한 빨간눈의 쥴리 였던 것이다. 시종 칙칙한 갈빛의 세계에서 유일하게 눈에 띄는 것은 쥴리의 붉은 눈.쌍브르가 쥴리에게 끌리고 그녀를 택한 것 처럼 프랑스 역시 몰락 속에 혁명을 끌어 안은 것이 아닐까? 이렇듯 혁명과도 너무 닮은 그 둘의 사랑이기에 더더욱 이 이야기는 애틋 하다.이슬레르의 탁월 한 그림 역시 이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이다. 신경질 적으로 잘게 나누어진 컷 속에서는 부드럽고 유연한 그림체의 사람들이 움직인다. 또한, 그들이 가진 치부 모두를 드러내려는 듯 인물들에게 끈질기게 다가 서면서 탐색한다.어쩌면 이 어두운 색채와 극단적인 인물들의 감정 표출이 부담 스러워 이 책을 보길 포기하는 사람이 생길 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의 생각으로 보건데 혁명은 바로 그러한 것이 아니었나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