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있어 고양이
김영글 외 지음 / 돛과닻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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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때 삐약이에게 내 한 몸 바쳐 복종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분명 누추한 집도, 부족한 집사도 너그러이 받아주실 듯했다." 77

 

나만 없어 고양이? 나는 있어 고양이!

 

골수까지 트위터리안인 나는 제목을 보자마자 웃어버렸다. 그리고 바로 그 자리에서 책을 구매했다. ‘나는 있어 고양이라는 제목은 단순히 트위터를 중심으로 인터넷 커뮤니티에 퍼진 나만 없어 고양이라는 고양이 앓이 밈을 따온 것에 그치지 않는다. 드립을 사용한 당당한 고양이 자랑, 팔불출처럼 자신의 고양이를 번쩍 들고 온 세상에 외치는 집사들의 커다란 사랑을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제목이다. 이 커다란 사랑에는 나의 고양이가 귀여우니 보아라! 보고 감탄해라!’ 는 마음도 물론 있겠지만 이 고양이를 내가 얼마나 지극정성으로 모시고 있는지 아느냐!’ 는 자긍심과 고양이와 함께하는 삶을 각오하는 집사의 자부심도 함께 담겨있는 것을 나는 느꼈고, 덕후의 직감은 명중했다. 고양이와 살을 부대끼며 행복한 공존을 위해 사유하고 고민하는 집사들의 이야기가 이 책에는 담겨있다.

 

이 책은 8명의 미술가이자 애묘인의 고양이 고찰 에세이이다. 종이 다른 개체가 함께 살아가기 위해선 어느 정도 서로의 성격이나 특성이 맞아야 할 것 같기 때문일까,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은 왠지 야외활동을 좋아하지 않고 야행성이며 예술과 관련된 일을 할 것 같다는 인식이 있는데, 딱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아 엮었다. 미술가의 고유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고양이. 주로 재택근무를 하며 다른 직종을 가진 사람들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고양이와 함께 하는 사람의 시선이기에 이야기의 중심은 고양이 그 자체이며, 인간중심에서 조금은 벗어난 시선에서 본 풍경은 마음을 울리기도 하고 생각할 거리를 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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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고양이는 완벽한 타자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사랑하는 것이다" 200

 

다들 오냐오냐해주는 분위기에서 애지중지 커가지고 아주 저밖에 모르는 고양이 너무 좋다라는 트윗이 1227일에 올라왔고, 많은 인기를 끌었다. 그만큼 고양이의 마음을 여는 것이 힘들다는 것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의미일 것이다. 아니면, 대중들이 사랑하는 특정한 고양이의 모습이 고정되어있다는 의미이거나.

 

고양이는 인간이 가득한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으로 인간을 관찰하고, 인간은 고양이의 인내와 관용에 감사하며 그들이 내어주는 보들보들한 털과 박치기에 감동받는다. 소리를 잘 내지 않고 기척을 잘 숨기기 때문에 인간은 온 감각을 동원해서 고양이를 읽어보려고 하지만, 그 시도도 빈번히 실패한다. 결국 인간에게 맞추는 것은 고양이이다. 고양이는 언제나 인간 사회에 적응했고, 스스로의 독립심과 판단력을 기반으로 인간과 공존한다.

 

고양이를 기반으로 한 캐릭터는 큰 인기를 끌어도 고양이그 자체에 대한 사회의 관심은 적은 아이러니가 착잡하다. 좋은 것만 취하고 싶은 인간의 욕심이다. 고양이는 이런 어리석은 인간을 그 자체로 바라보고, 가끔은 눈물이나 위험의 냄새를 맡고 다가와 줄 때도 있다. 이 순간을 아름답다고만 말하는 인간중심적인 시각을 조금 틀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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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의 동물들 그리고 집안과 거리의 고양이들에게 우리는 어떤 관계와 역할을 요구하고 있는 걸까." 118

 

고양이 알레르기, 아이와 함께 키우는 고양이, 창문, 산책냥과 집냥 사이의 경계, 캣맘, 다묘가정, 고양이의 폭력성, 종을 뛰어넘은 교감, 고양이의 간택, 이별, 위험감지능력 등, 다양한, 혹은 미처 알지 못했던 고양이와 애묘인 사이의 둘만의 세계를 엿보았다. 이 책은 고양이를 기르는 것을 권장하거나 자신의 고양이를 자랑하는(물론 글 중간에 삽입되어있는 치명적인 사진을 보면 그 미모에 반해 덕통사고를 당하게 되지만) 글이 아니다. 고양이를 그 자체로 이해해보려는 애절한 집사의 시도와 성찰의 기록이다. 고양이를 키우지 않더라도 고양이와 함께하는 공기를 느끼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나는 있어 고양이김영글, 김화용, 우한나, 이두호, 이소요, 이수성, 정은영, 차재민 지음, 돛과닻

 


오늘날의 동물들 그리고 집안과 거리의 고양이들에게 우리는 어떤 관계와 역할을 요구하고 있는 걸까. - P118

나와 고양이는 완벽한 타자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사랑하는 것이다

- P200

나는 그 때 삐약이에게 내 한 몸 바쳐 복종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분명 누추한 집도, 부족한 집사도 너그러이 받아주실 듯했다.

-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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