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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자들 ㅣ 걷는사람 소설집 4
임성용 지음 / 걷는사람 / 2021년 1월
평점 :
먼저 이 책의 표지가 심플하고, 어두운 남색과 흰 스케치 그림, 제목의 조합이 내 마음에 드는 소장하고 싶은 디자인이었다. 그리고 소설을 읽어나가며 책의 디자인이 소설의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은 대체로 기괴하며 어둡고 그로데스크한 분위기가 풍기지만 독특한 소재들과 그것을 풀어내는 작가의 묘사에는 흥미롭고 책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몰입감이 담겨있다. 독특하지만 특별하다.
책의 제목과 어울리게 실린 소설들은 기록의 형식을 주로 차용한다. 그 기록들, 임성용의 세계는 무섭기도 하지만 흥미롭고, 여행하고 싶게 만드는 무엇이 있다.
이 책은 단편 일곱 개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살인자의 기록을 담은 <그게 무엇이든>, 고단하고 반복되는 일상에 비극이 찾아온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의 이야기 <지하 생활자>, 특별한 책장수 조물주의 다소 환타지스러운 <공원 조 씨>, 미스테리한 아버지의 기록들을 담은, 책의 제목이기도 한 <기록자들>, 대한민국의 원주민이 등장하는 <원주민 초록>, 그의 등단작 <맹순이 바당>과 국밥을 좋아했던 아내의 자살을 기억하는 남편의 기록 <아내가 죽었다>가 그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임성용의 단편들, 그의 폭넓은 세계관은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특히 <기록자들>에서는 아버지의 기록에서 <공원 조 씨>에서 등장한 이야기가 그대로 기록되어 있는가 하면, <지하 생활자>에서 ‘나’가 일한 곳이었던 아파트로 보이는 장소가 등장하기도 한다. 이런 부분들 또한 소설집을 읽어나가며 찾을 수 있는 재미있는 포인트가 될 수 있었다. 임성용은 플롯 구성을 다양하게 배치하는데, 등단작 <맹순이 바당>부터 그것은 이야기의 결말을 예상할 수 없게 만들고, 끝까지 소설에 몰입하게 만드는 무엇이다. <맹순이 바당>이나 <아내가 죽었다>, <그게 무엇이든>등에서 볼 수 있듯 그의 소설에서는 주로 죽음이나 인간의 폭력성과 잔인함이 많이 등장한다. 슬픔과 아픔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인간의 어둠에서도 분명히 희망과 빛을 찾을 수 있다. 마치 “거대한 빌딩들 틈에 낀 초록의 밭”처럼 말이다. 인간은 본래 악한 존재지만, 자세히 보면 따뜻하고 그래서 신비로운 것처럼.
인간의 어두운 면을 고찰한 그의 시선과 기록들이 심리적인 몰입을 주는 <기록자들>의 경험은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에 흥미로운 여행으로 다가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