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레바퀴 아래서 코너스톤 세계문학 컬렉션 3
헤르만 헤세 지음, 박지희 옮김, 김선형 해설 / 코너스톤 / 2016년 6월
평점 :
품절


  놀랍다. 100여 년 전 출간된 소설이 주는 감동이 놀랍다. 고전(古典). 이 단어만 들어도 가슴이 뛴다. 오랫동안 많은 사람에게 널리 읽히고 모범이 될 만한 문학이어서일까? 고전 읽기는 즐겁다. 난 새로 나온, 새로 번역된 고전 책이 더 좋다. 누가 번역을 했느냐에 따라, 언제 발행되었는지에 따라 책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쉴 새 없이 바뀌는 세상에서 가장 최근에 번역되어 발행된 책을 골라야 제대로 맛을 살려 읽을 수 있다. 현대인의 언어로 번역된 책을 골라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이 누군가를 수레바퀴 아래 있게 했다면 이유가 있다. 신은 결코 수레바퀴 아래 혼자 있게 하지 않았다. 신을 찾을 때 신을 만나고 수레바퀴 아래에서 나올 수 있다. 한스 기벤라트는 수레바퀴 아래에서 신음하다 죽었다. 이는 다른 사람이 아닌 한스 본인이 선택한 결과다. 비슷한 상황이었던 헤르만 헤세는 다른 선택을 한다. 1899년 첫 시집을 출간하고 이후 소설을 쓰기 시작했으며 전업 작가가 되었다. 헤르만 헤세가 남긴 작품이 10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많은 사람에게 읽혀지고 있다. 헤르만 헤세는 자신에게 주어진 존재 이유를 찾았다. 살다가 굴곡이 찾아왔을 때 헤르만 헤세는 그 굴곡을 넘어 앞으로 향했다. 그 결과는 엄청나다. 헤르만 헤세는 주옥같은 작품들을 남겼고, 노벨 문학상, 괴테 문학상을 수상했다. 누구에게나 오는 시련이 헤르만 헤세를 만들었다.

 

  올바른 인도자가 누굴까? 신 외에 아무도 없다. 진정한 인도자는 몰아세우지도 부추기지도 않는다. 묵묵히 옆에 있어주고 기다려준다. 기벤라트 씨, 교장, 학교 선생들 등이 잘못한 걸까? 그 부추김을 즐긴 한스 잘못이다. 내 인생은 내 것이다. 다른 누군가가 대신 선택해주지 않는다. 인생 가운데 하는 선택은 모두 본인 몫이다. 공부를 택해도 좋지만 때론 쉬어도 좋다. 지금 이 순간은 다시 오지 않는다. 때론 쉬면서 삶을 즐길 때 공부도 더 잘된다. 한스는 휴학 후 집에서 과거를 추억한다. 동화책과 도둑 이야기책, 자신의 손으로 만든 물레방아, 리제가 들려주는 흥미진진한 이야기, 이런저런 상상, 풀 베는 일, 클로버 수집, 낚시, 가재 잡이, 축제일 등을 추억하며 모든 것이 사라졌음을 알게 된다.(p 157) 한스는 삶을 즐겁게 해주는 기쁨을 빼앗겼다. 한스가 한스를 즐겁게 해주는 즐거움 대신 공부를 택했기에 그것을 탓할 수 없다. 그 선택 또한 본인이 했기 때문이다. 한스는 후회한다. 유년기를 통째로 빼앗았다며 아쉬워한다. 아쉬워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가? 당연히 아니다. 후회와 아쉬움이 남더라도 미래를 보며 전진할 때 인생이 바뀐다.

 

  공부는 본인을 위해 해야 한다. 부모나 다른 누군가를 위한 공부는 옳지 않다. 한스가 삶도 즐기며 공부했다면 결과는 달라진다.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알고 공부가 본인을 위한 선택이었다면 결과는 더욱 다르다. ‘를 위한 공부여야 한다. 숙제도, 책 읽기도 모두 마찬가지다.

 

  학교에 입학한 아이에게 학교가 어떤 곳인지 알려주며 배울 학()을 한자로 설명해 주었다. 책을 펴서 공부도 하지만 친구도 사귀는 곳이라 알려주었다.(‘배울 학()’ 안에 사귈 효()가 있음) 아이는 이를 알아듣고 친구를 사귀기 시작했다. 한 명, 두 명 친구가 늘어날 때마다 아이는 즐거워했다. 학교에서 공부만 하면 무슨 재미가 있을까? 친구도 사귀고 같이 즐거워하고 슬퍼하며 우정을 쌓을 때 삶은 더 풍성해진다. 학교는 나 뿐 아니라 다른 사람과 조화를 이루며 사는 방법을 배우는 곳이 아닐까? 이래서 다양한 친구를 사귀지 못한 한스가 아쉽다.

 

  혼자서는 살 수 없다. 삶은 알 수 없는 많은 사람의 도움을 받으며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누군가 만든 책은 내 삶을 유익하게 하고, 즐겁게 한다. 누군가 만든 자동차, TV, 냉장고 등도 마찬가지다. 어쩌면 세상은 수많은 바퀴들이 맞물려 돌아가는 커다란 기계처럼 보인다. 나는 누군가에게 누군가는 나에게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사는 사회 말이다. 자신이 가진 역량을 알고 일할 때 보람을 느끼며 살 수 있다.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지 않고 살 수 있다. 자부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다. 헤르만 헤세는 이를 일요일이 주는 기쁨, 일요일이면 가게 앞 환한 벤치에 왕처럼 당당하게 앉아있는 가게 주인들, 정교한 수작업에 대한 자긍심이라 표현했다.(p 205~206)

 

  100년 전 독일 교육은 입시 위주, 획일화된 교육이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학생 인권이 보장된, 경쟁, 폭력 없는 교육이다. 나는 입시위주인 교육을 받았지만 내 아이는 지금 독일이나 핀란드에서 하고 있는 학생 인권이 보장된, 학생 중심인, 경쟁보다 인성을 강조하는 교육을 받았으면 한다. ‘수레바퀴 아래서를 읽으며 반성했다. 내 아이에게 과도한 공부를 강요하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보았다. 아이가 스스로 선택하도록 하고 싶다. 내 인생이 아닌 아이 자신의 인생이기 때문이다. 조용히 옆에서 아이가 본인에게 주어진 길을 가도록 돕는 부모가 되어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