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절과 기분
김봉곤 지음 / 창비 / 2020년 5월
평점 :
품절


애정하는 작가 몇몇을 제외하고는 단편일지라도 소설을 연거푸 네번을 읽은 적은 처음이었다.
독후감이라는 걸 써본지가 30년도 더 지난 것 같은데, 서평쓰기에 응모를 했다. 글이라는 거, 그게 독후감이든, 일기든 뭐든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었다. 타인의 글을 읽고, 타인의 말을 듣고, 나는 과연 얼만큼 그들이 전하고자 하는 바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느낄 수 있을까.. 궁금해졌다.
독후감에 대한 압박이 절반 이상은 되겠지만, 나쁘지 않았다.
아니 좋았다.
맨 처음 한번 어렵지 않게 읽고나서 든 생각은 슬프고 아름답다였다.
평범하지 않은, 조금은 다른 정체를 가진 사람의 이야기가 현실과 가까운 소설로 만들어진 것은 처음 읽었다.
단편 소설 하나만으로 그들의 깊은 바닷속 같은 마음들을 감정들을 이해 할 수는 없지만, 헤아려 보고 싶었고, 짐작하고 싶었다.
그들이 고민하는 사랑과 감정, 전해오는 외로움과 쓸쓸함들을 온전히 느껴보고 싶었다.

'나' 가 되어보기도 하고,
'해인'이 되어보기도 하고,
'해준'이도 되어보았다.

여전히 뛰는 심장과 닿았다 떨어진 가슴의 감촉에서 전해지는 저릿한 감각을 느끼면서
그것의 정체가 무엇일까, 무수한 고민을 했겠지만,
'나'는 나의 마음을 구분하지 않기로 했다고 했다.
어떤 답을 찾고 싶지도 않다고 했다.

이미 구분하지 않고도 답을 찾으려 하지 않고도 알았을 것이다.
사랑이었다는 것을.
사랑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변한 것은 시절일뿐.
남아 있다는 것을.

'나'는 혜인을 사랑했고,
'혜인' 은 '나'를 사랑했고,
'나'는 해준을 사랑하고,
'해준'은 나를 사랑한다.

아주 오랫만에 책을 읽으면서, 중간중간 책을 덮으면서
스무살 무렵의 나와 너를 떠올렸다.
누구에게나 충분히 아름다운 시절이 있었고,
아름다웠던 그시절의 마음은 남아있다.
그 때는 그게 사랑이었는지, 아름다웠는지 몰랐다.

지나와 보니 모든게 사랑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와 '해준'이 어떠한 길을 갈지,
여전히 쓸쓸함체로 서로를 안고 있을지,
나는 모르겠다.

하지만
'나' '해준' 그리고 '혜인' 모두의 안녕을 바란다.
조금은 덜 쓸쓸하게 이 시간들을 지나기를 바란다.
지금만큼의 시간이 더 흘러
이때의 아름다움을 얘기할 수 있을 때까지.

스무살 무렵의 나에게 오랫만에 안부를 물었다.
너의 안부도.

애정하는 작가의 명단에 김봉곤 작가의 이름이 새롭게 올라왔다.
따뜻하고 섬세한 슬프지만 아름다운 김봉곤 작가가 너무나 궁금해졌다. 그의 이야기를 하나씩 하나씩 꺼내어 읽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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