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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거짓말 ㅣ 오늘의 젊은 작가 11
전석순 지음 / 민음사 / 2016년 5월
평점 :
신예 작가들의 책을 자주 읽는다.
전석순의 첫 작품 <철수 사용 설명서>에 이어 두 번째 작품인 이 책도 사 읽었다.
그리고 전석순이 세 번째 작품을 쓴다면 그 책은 사 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철수 사용 설명서에서 느꼈던 것과 다르지 않다.
인간 사용 설명서와 거짓말 자격증이라는 신선하고 도발적인 컨셉은 확실히 눈에 띈다.
하지만 거기까지.
막상 책을 펼쳐보면 이렇다 할 이야기도 긴장도 감동도 사유도 없다.
책 표지에서 볼 수 있는 제목과 소개 글의 신선한 글, 그게 끝이다.
전작 철수사용설명서도 비슷했지만, 전작이 용인되었던 이유는, 사용설명서에는 재치있는 착상 정도면 충분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말그대로 등장인물과 다른 인물들, 사건, 대화, 갈등이 필요한 두 번째 소설에서도 전 작가는 이전의 형식을 그대로 차용했다.
간단히 말해,
컨셉은 눈에 띄는데, 이야기를 이끌어 갈 힘이 없는 작가다.
주인공 화자(라고 하지만 너무도 전석순 본인이 뒤에 서 있는 게 빤히 보이는, 그냥 전석순인)는 소설 처음부터 끝까지 구구절절 꼬치꼬치 거짓말에 대한 독백같은 설명만 반복한다.
대화와 사건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지는 않는다.
상황은 독자들에게 그려지지 않고 작가만 아는대로 여기저기서 '남자'라는 대명사로 서로 다른 인물들을 등장시킨다.
소설 속 배경도 어느새 갑자기 바뀌어있고, 거짓망 자격증을 중심으로 한 협회니 승급이니 하는 것도 전 작가의 머리 속에서 임의로 급하게 그려져서 글로 내뱉어질 뿐, 탄탄한 세계를 설계한 후 몰입도있게 전개하는 느낌이 없다.
당신이 한국 문학의 트렌드와 신예 작가, 작품을 빠르게 따라잡고 싶거나,
문학성에 심취한 고상하고 수준 높은 '문학도'나 '업계 종사자'라면 이 책을 한 번쯤 읽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하지만 당신이 독서와 사유를 좋아하고 고전 몇 권을 틈틈이 읽는 '지성인'이나 '교양인'이라면
이 책을 굳이 읽을 필요는 없어 보인다.
겉표지에서 읽는 소개글 그거면 다 읽은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