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상회 노란상상 그림책 86
한라경 지음, 김유진 그림 / 노란상상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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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상회>는 노란상상에서 출간된 ‘노란상상 그림책’ 86번째 책입니다. ‘노랑’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들이 있는데요, 노란상상 출판사는 봄날의 개나리, 샛노란 병아리와 같이 시작과 성장을 상징하는 ‘노랑’에, 아이들의 '상상'을 응원하고 지지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고 합니다. 다양한 주제를 책 속에 담아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 읽고 감상할 수 있는 책들을 선보이고 있는데, 이 그림책 <오늘 상회> 역시 결코 가볍지 않은 ‘오늘’의 의미와 가치를 그림책 속에 녹여냈어요.

‘아침마다 저를 오늘로 이끄는 작은 존재들을 생각하며 썼다’는 한라경 작가의 글과 ‘한 점 한 점, 오늘이라는 붓질이 모여 우리 삶의 아름다운 그림이 완성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이 책을 작업했다’는 김유진 작가의 그림으로 <오늘 상회>가 완성됐습니다.



아침 해가 아스라이 비춰질 무렵, 오늘 상회에 전등이 켜지고 그 불빛의 색을 담은 <오늘 상회>라는 제목이 책 표지를 밝힙니다.

표지를 넘기면 앞면지부터 그림으로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파란빛이 감도는 방에 바람이 불어 커튼은 흩날리고 있고, 창가에는 뚜껑이 닫힌 병 하나가 보입니다. 핑크빛 액체가 담겨져 있고, 창밖으로는 해가 뜰 때의 하늘빛이 펼쳐지고 있어요. 어떠한 글도 쓰여 있지 않지만 앞면지는 마지막 장면과 비교해서 보시고 무엇을 의미할까 생각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닫힌 병과 열린 병, 가득 찼던 병과 비워진 병, 빈 병 속에 꽂혀져 있는 활짝 핀 꽃 한송이... 저는 하나하나 의미를 부여하게 되더군요.



속표지에는 창가에 병 두 개가 나란히 놓여 있어요. 그리고 이야기는 오늘 상회에 불이 켜지며 시작됩니다. 어스름한 새벽, ‘오늘’이라는 병을 실은 트럭이 들어오면 주인은 오늘 상회의 문을 엽니다. 주인은 손님들이 오기 전에 매일 작은 병을 반짝이게 닦고 병에 적힌 사람들의 이름을 확인한대요.

어제는 있었지만 오늘은 없는 이름도 있고 오늘부터 시작되는 이름도 있다고 이야기하는데요, 각양각색의 병들은 각기 다른 모습으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하루를 의미하는 것 같아요.



어떤 병은 아주 작고 어떤 병은 아주 크고 깁니다. 화려하게 생긴 병도 있고, 단순하게 생긴 병도 있어요. 하루 24시간이라는 하루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똑같이 주어지지만, 그 하루를 채우는 방식은 각양각색이잖아요. 오늘을 의미 있고 알차게 보내는 이들도 있고, 쳇바퀴 돌리듯 무미건조한 일상을 반복하는 이들도 있고요. 작가는 각기 다른 병들을 통해 각기 다른 우리들의 오늘를 그려낸것 같습니다.

오늘 상회 주인과 함께 고양이의 뒷모습도 보이는데, 고대 이집트인들이 목숨이 9개라며 신격화 할 정도로 좋아했다는 고양이가 오늘 상회에 있는게 이 가게의 신비롭고 묘한 분위기와 잘 맞아 떨어지는 것 같죠?



해가 뜨자 '오늘 상회'에 손님들이 밀려옵니다. 바쁜 현대인의 대명사인 회사원부터 교복을 입은 학생들, 뒤이어 노인과 아저씨, 소녀와 소년들이 오늘 상회를 찾습니다. 그리고 이 책의 이야기를 이끄는 머리카락이 새하얀 할머니도 오늘 상회를 찾습니다.

얼굴을 드러내지 않아서 더 미스터리하고 신비롭게 다가오는 오늘 상회 주인은 할머니에게 오늘을 건넵니다. 그리고 이야기는 할머니가 아주 작은 꼬마였을 때부터, 소녀가 됐을 때, 사랑하는 이를 만나 결혼을 하고 출산을 하는 할머니의 지나온 삶을 되짚어줍니다. 피할 수 없는 일들도 할머니의 오늘에 드리웁니다. 비어버린 병에 꽃힌 하얀 꽃, 떨어지는 꽃잎... 할머니 인생의 굴곡을 글과 그림으로 이해할 수 있어요.

할머니의 인생은 계절로도 느끼실 수 있어요. 꽃이 피는 봄, 담쟁이 덩굴이 싱그럽게 벽을 감싸는 여름, 낙엽 지는 가을을 지나 하얀 눈이 내리는 겨울까지... 할머니의 삶이 사계절로 나열되죠.



책 속에 자주 등장하는 '나비'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됩니다. (책등 제목 위에도 호랑나비가 있어요!)

백발이 된 할머니 곁을 맴도는 호랑나비. 무기력해진 할머니에게 지나가던 아이의 인사, 오랜 친구의 연락 등 작은 관심이 찾아들고 할머니는 다시 오늘을 맞이합니다. 그때 할머니는 나비를 쫓아 오늘 상회로 발걸음을 내딛어요.

나비는 여러 문화권에서 환생한 영혼으로 여겨지고 즐거움과 행복을 의미하는데, 우리 선조들 역시 책 속에 등장한 호랑나비를 보면 좋은 일을 점쳤다고 하더라구요. 한편으로는 아름답지만 얇은 날개를 가진 약한 나비가 꼭 우리 사람들의 모습과 닮아 있는듯 해요. 지구라는 행성 위에 존재하는 우리 인간들은 한없이 약하고 유한한 존재들입니다. 하지만 한 번의 날갯짓으로 커다란 변화를 가져오는 나비효과처럼 하루를 대하는 우리 일상의 태도가 우리의 삶 전체를 변화시킬 수 있고, 세계의 미래도 변화시킬 수도 있지요.


오늘 상회의 주인이 할머니에게 오늘을 내밀며 전한 이 말은, 작가가 독자들에게 건내고 싶었던 말이겠지요?

여전히 소중한 '오늘'이 여러분 앞에 아무런 대가 없이 내어졌습니다. 그러니 책 속의 할머니처럼, 눈을 감고 바람을 느끼고 오늘 피어난 꽃과 오늘 더 자란 풀 향기를 맡으며 여러분들도 새로운 '오늘'을 느끼고 누리시길 바랍니다.



*본 서평글은 네이버카페 제이그림책포럼에서 진행한 서평단 모집 이벤트를 통해, 노란상상 출판사로부터 해당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오늘은 천천히, 때로는 빠르게 가지만 소중하게 보내지 않으면 영원히 사라져 버린답니다.

웃고 떠드는 사이, 오늘은 금방 어제가 됐고 소중하게 보내지 않은 오늘은 금방 잊히기도 했습니다.

여전히 소중한 오늘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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