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미는 괜찮다

에미는 괜찮다 - 그동안 몰랐던 가슴 찡한 거짓말
이경희 지음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12년 5월

 '에미는 괜찮다'는 저자와 산골에 살고있는 어머니와의 전화통화들을 기록한 내용이다. 처음에는 제목 때문에 굉장히 마음 한구석이 찡하고 약간은 눈물 글썽이면서 봐야 할 내용들일거라고 짐작했었다. 그러나 의외로 담담하게 어머니가 말씀하신 그대로 구어체로 서술해 놓아서인지 무겁지 않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오랜 세월을 가족을 위해 희생하면서 살아왔고 지금 또한 자신보다는 자식을 더 끔찍히 생각하는 부모의 마음,가끔은 여자로서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언뜻언뜻 비치는 욕구들을 드러내기도 한 것을 보면서 내 어머니도 저런 마음으로 살아가고 계실거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며칠동안 전화가 없는 자식들 때문에 혹시 전화가 고장났나 살피는 저자의 어머니를 통해 내 모습을 투영해 보기도 했다. 가끔씩 전화 한통 없다고 타박 아닌 타박을 하시는 친정엄마가 떠올랐다. 내 입장에서는 '오빠들이 전화를 자주 하니까'라는 핑계와 끊임없이 했던 이야기를 반복하시는 엄마한테 들었던 얘기라고 말은 못하고  처음 듣는 것 처럼 들어주다 보면 지쳐서 때로는 짜증이 날 때가 있었다. 가끔씩 걸려오는 자식들의 전화 한통이 부모에게는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알면서도 자주 드리지 못함에 미안하기도 하지만 '이해하시겠지'라는 간사한 마음은 어쩔 수가 없는 것 같다.

  남편을 떠나보내고 의지할 것이 없어서 개와 텔레비전에 의지하면서 살아가시는 쓸쓸한 모습과 당신 스스로 수의와 영정사진을 준비해놓는 저자의 어머니를 보면서 내 자신의 미래가 떠오르는 것은 왜인지 모르겠다.그러나 담담히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살아가시는 어머니를 보면서 우리네 인생이 별 거 아니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저자의 어머니와 같이 기뻐하고 외로워하면서 책을 읽어가고 있는 동안 나도 모르게 인생을 다 살아버린듯한 느낌이 든 것은 왜일까? 적막하고 한적한 산골마을에서 평생을 사신 노인네에 불과하시지만 늘 변함없는 모습으로 타인들과 더불어 살아가시고 남을 따뜻하게 배려하시는 모습들을 보면서 읽는내내 마음이 따뜻해지고 편안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때론 드러내놓고 외로워하시진 않지만 문득문득 드러나는 외로움들에 나 역시 노년의 쓸쓸함이 느껴져 막막함이 밀려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