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무엇
레자 달반드 지음, 김시형 옮김 / 분홍고래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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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부터 매우 강렬하다. 아주 까만 무언가가 놓여있는데 재밌게도 그림자의 색이 아주 다채롭다. 아주 동그랗지 않은 모난 모습이 완전한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닌거 같고 검은 무엇인데 검지만은 않은... 참 낯선 '검은 무엇' 이다. 왜 이름이 없는걸까? 도대체 정체가 무얼까? 궁금증 한가득 안고 첫장을 넘기게 하는 아주 신비한 책을 만났다.

엘라는 무섭다며 책을 가까이 두는것조차 거부를 했다. 8세 여아가 보기에 표지에서 느껴지는 어두운면이 다소 거부감이 들었나보다. 내가 이 책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아이가 막연한 두려움과 어른들이 무의식중에 심어준 편견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자신만의 생각과 감정을 펼쳤음 좋겠다는 바램에서였다. 지금은 아이가 무서워하니 굳이 읽게 권하지는 않을 생각이다. 항상 그랬듯 아이가 준비가 되었을 때 그 책의 진가를 바라볼 수 있을테니까.... 책장 한켠에 고이 모셔두어야겠다. 

 

 

어느 날 아침 빛으로 반짝이는 숲의 나무 사이에 검은 무엇이 나타났다. "이게 뭘까?" 동물들은 검은 무엇이 궁금해서 요리조리 살피고 냄새를 맡아본다. 그러고는 스스로 그것의 정체를 넘겨짚고 다른 동물에게 알린다. 일순간 숲속은 난리가 나고 모두 공포에 휩싸인다. 표범은 자신의 무늬가 떨어졌다고 생각하고, 까마귀는 하늘의 조각이 떨어졌다 믿는다. 여우도, 사슴도, 부엉이도 모두 저마다 자신만의 상상 속에서 단정짓고 두려워하기만 한다. 하지만 숲은 조용하다. 그 어떤 일도 벌어지지 않는다. 검은 무엇은 여전히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책 속 숲과 동물들은 너무나도 다채롭고 화려한 색으로 빛난다. 그 사이 새까만 무엇이 놓여 있다. 근데 참 신기한 것이 이질적이란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냥 거기에 원래부터 있었던것 마냥 자연스럽다. 아마도 그 검은색이 가진 다양함을 우리가 익히 알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알다시피 검은색은 다양한 색을 섞어야지만 만들어지는 색이다. 그래서 검은색도 자세히 보면 수많은 검은색이 존재한다. 다른 색과 달리 수많은 색을 품어야지만 얻을 수 있는 검은색은 포용의 색일지도 모른다. 검다고 무서워할 색이 아닌 그리고 나와 달리 화려한 색이 아니라고 차별할 필요도 못 느낀다. 그저 검은 무엇! 그냥 그 이상 이하도 아닌 그런 색인 것이다.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시선~ 성장할 수록, 어른이 되어 갈수록 왜 우리들은 그 순수한 시선에서 자꾸만 벗어나는 건지..... 막연한 두려움과 편견에 갖힌채 살아가고 있는 우리 어른들에게 많은 생각을 건네주는 감사한 동화책을 만나 행복한 시간이었다. 어쩌면 엘라가 좀 더 커서 읽는다면 엄마와 어느 정도 마음을 나눌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처음 접하는 무언가에 대한 두려움보단 호기심을, 오랜 시간 고착된 다수의 생각이 깃든 편견보다는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자 하는 열린 마음을 가진 아이로 자랐음 참 좋겠다.

 

 

 

<분홍고래로부터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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