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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집의 첫 번째 거미 - 2019 중소출판사 출판콘텐츠 창작 지원 선정작 ㅣ 튼튼한 나무 34
양지윤 지음, 조은정 그림 / 씨드북(주) / 2019년 10월
평점 :

언제부터인가 새 것이 좋고 지난것은 버리는 것이 당연한 그런 사회가 되었을까? 요즘 어린 아이들도 보면 돈이 최고라는 생각, 돈으로 추억도 만들 수 있다 말하는 것을 보며 참 마음이 아프다. 추억의 한자락도 남아있지 않은 내 고향. 문득 고향이 그리워 가본 곳에는 높은 건물만 가득하고 내가 뛰어놀던 곳, 사랑했던 나이 많은 나무, 물고기 구경하던 작은 시냇물은 다 어디로 갔는지..... 지금 살고 있는 이곳도 멀지 않은 미래엔 지난것으로 또 사라지고 없을 것이라 생각하니 씁쓸하다. 옛것을 지키자 말만하지 왜 우린 그러지 못하며 외국의 100년된 건축물을 보며 감탄을 하고 부러워하는지. 모순이란 생각이 드는 지점이 아닐 수 없다.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엔 따뜻한 추억이 많은 그런 세상이 되었음 한다. 아이가 태어나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면서 책을 읽어도 뭔가 따스한 감성이 가득한 것을 찾아 보게 된다. 그런 영향인지 이번에 만나게 된 [새집의 첫 번째 거미] 를 읽는데 엘라도 함께 읽으며 너무 재밌어하는 모습에 참 흐뭇했던 시간이었다.
말을 걸어오는 건축물과 귀 기울이는 인간의 따뜻한 공존,
모든 것의 가치를 '돈' 으로만 평가하는 사회에 울리는 경종
이 책은 인간과 의인화한 건축물의 관계를 그리며 질문과 해답을 동지에 던진다. 오래된 건물은 더는 가치가 없는걸까? 돈이 되지 않으면 전부 사라져야 할까?
책장을 넘기자마자 오래된 책에서 나는 그리운 책 냄새가 물씬 풍겨왔다. 그리고 한장한장 넘기며 마무하게 되는 흑백의 삽화를 보며 작가가 무엇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싶어하는지 어렴품이 느낄 수 있었다.

남한 최초 소주공장인 조일양조장, 인천우체국(우정이), 옛 비누공장(애경이) 등 추억속 건물들의 이야기와 함께 근대화 건축물 사이에 들어선 새집 미선이. 우정이와 애경이는 미선이에게 돈이 되야 건물이 없어지지 않고 깨끗하고 안전해야 한다며 이야기를 해준다. 미선이는 사라져가는 옛 건축물들을 보면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게 되는데, 고양이를 내쫒고 미선이네 집에 사는 식구들이 싫어하는 벌레가 생기지 않도록 무던히 노력한다.
어느날 그런 미선이에게 거미가족이 다가오는데 그들은 미선이가 생길 때 남편 거미를 잃은 엄마거미와 아기 거미들이었다. 자신 때문에 아빠를 잃었다는 죄책감에 그들을 내쫒지 않고 함께 살게 된다. 하지만 살던 가족들이 아기거미를 발견하곤 죽이려고 하면서 미선이는 그걸 막기위해 온몸을.. 집을 흔들어댄다. 깜작 놀란 가족들이 미선이에게서 떠나버리고 '귀신 붙은 집'이란 소문이 돌며 철거될 위기에 빠진다.

첫주인과의 이별 후 귀신이 나오는 집이라는 소문이 돌게 되고 이후 미선이는 외로운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러던 중 재로네가 이사오게 되며 마음씨 따스한 가족 덕분에 미선이는 집으로서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어 간다.
말을 더듬는 재로를 이해하고 격려하고 사랑으로 감싸주는 부모. 그리고 미선이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여주는 가족들. 미선이는 그제서야 사람들을 자신의 집에 받아주고 감싸 안을 수 있는 마음을 갖게 된다. 그리고 친구들과 새로운 학교생활에 대한 재로의 고민을 가만가만 어루만져주는 미선이는 드디어 서로 한 가족이 된다. 하지만, "커서, 다시, 올게." 라는 말만 남긴채 재로네 가족이 이민을 가게 된다.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지만, 시간이 한참 흘러 미선이는 기습 철거되는 옛 비누공장 애경이, 말라 죽어 잘려 나가는 푸조나무 처럼 다시 철거 위기에 놓이게 된다.
이렇게 낡고 오래되고 사람이 떠난 건물은 사람들에 의해 지어졌듯 사람들에 의해 부서지고 만다. 철거될 날만을 기다리던 미선이는 거미여사를 생각하며 보고 싶은 사람을 마지막으로 불러본다. 미선이의 간절한 소원이 이루어진 것일까? 재로가 아이와 함께 찾아와 미선이를 마주보고 서게 된다.

이 책의 배경이 되는 인천은 비극적인 침략의 현장이자 근대 역사를 느낄 수 있는 도시다.
등장하는 조일양조장, 인천우체국, 답동성당, 애경사는 인천의 파란만장한 역사를 한 몸에 담은 혹은 담았던 소중한 유산이다. 하지만 일본인들이 지은 것이 많고 매우 낡아 보전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에 의해 인천시에서는 조일양조장, 애경사 등의 건물을 무절제하게 철거한다. 건축물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소중한 매개체인데 참 가슴아픈 역사가 아닐 수 없다. 남한 최초의 기계식 소주공장이었던 조일양조장 자리에 주차장이 생기고, 비누 공장였던 애경사는 지켜야 한다는 의견과 부숴야 한다는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다 기습 철거되고 그러다 문화재청의 철거 중지로 일부 외벽만 남아 있다. 이 모든 흔적이 창피하지만 우리의 역사다. 있는 그대로 우리가 보고 느껴야 하고 우리의 아이들이 보아야 할 것이란 생각이다.
오래된 것은 무조건 없애고 버려야 하는 것인가? 우리가 지키고 보존해야 할 우리의 역사이자 문화재는 아닌지 다시 한번 곰곰히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새집의 첫 번째 거미]는 실제로 존재했던 근대 건축물의 역사와 가치를 보여줌으로써 긴 역사를 간직하고 있기에 건축물이 단순한 건물이 아니였음을 잘 보여준다. 건축물들이 담고 있는 시간의 흔적과 우리와 함께 했던 추억을 간직했기에 더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