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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귀신 잡는 날 ㅣ 북멘토 가치동화 35
신은경 지음, 이수진 그림 / 북멘토(도서출판) / 2019년 8월
평점 :

조선시대에도 지금의 소방관과 같은 일을 하는 관리들이 있었다. 바로 멸화군인데 역사책을 읽다 몇차례 마주한 단어라 엘라도 어떤 내용인지 무척이나 궁금해 하며 함께 책을 읽어나갔다. 조선시대 소방관인 멸화군은 군역으로 온 사람들이 순찰하고 종루에서 불이 났는지 안 났는지 망을 보고, 불이 나면 불씨를 잡는 것에서부터 불이 주위로 퍼지지 않도록 집을 허물는 일까지 매우 위험을 일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작년에 강원도를 화마가 휩쓸고 간 뉴스를 접한 후 더욱 존경하게 되는 소방관! 당시 뉴스를 보며 어찌나 불이 무섭던지.... 엘라도 당시 뉴스에 나오는 장면을 눈을 살짝살짝 가려가며 보던 것이 생각난다. 소방차가 줄지어 출동하는 모습을 보고 불속으로 뛰어드는 모습을 보며 인상깊었는지 소방관이 되겠다고 말하는데, 솔직히 어린아이라 꿈이 또 바뀌겠지만 그래도 살짝 겁이 났었다. 가장 존경하는 직업이지만 내 아이만은 부디~ㅋㅋㅋ
현재의 소방관과 크게 다르지 않은 조선시대의 멸화군. 다만 멸화자라는 도구로 불을 끄는 것을 보자니 얼마나 위험하고 힘이 들었을까 싶었다. 현재는 소방 호스에 헬기에 여러 장비의 도움을 받는데도 위험한 일인 것을 말이다.

[불귀신 잡는 날]에는 멸화군이 하는 일과 불 끄는 과정이 자세하게 담겨있다. '불이 나지 않게 미리 준비하는 것도 멸화군의 업무라는 차돌이 아버지의 말씀대로 다섯 집마다 놓인 물독이 제대로 채워져 있는지, 불이 번지지 않게 집과 집 사이에 담을 제대로 쌓았는지 등 확인하는 것도 그들의 중요 업무였다.
멸화군의 업무에 대한 이야기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 차돌이를 둘러싼 이야기의 전개도 매우 흥미로웠다. 한양에 오자마자 시전에서 사기를 당하는 이야기는 아이의 순수한 마음을 보여주어 읽는내내 귀엽고 사랑스러워 미소짓게 하였다. 그리고 아버지를 돕고 싶은 효심에 대나무 물쏘개를 친구와 함께 어렵게 만들어내지만 책임관은 어린아이의 장난감으로 치부하고만다. 예나 지금이나 아이들의 창의적인 생각에 칭찬은 못할망정 무시를 하다니. 어른으로서 반성하게 하는 대목이었다.
[불귀신 잡는 날]에선 다양한 생활 모습을 만날 수 있는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저화와 남자들이 귀걸이를 하는 모습이었다. 저화에 대한 이야기는 역사책에서 본적이 있어 엘라도 저화가 무엇인지 바로 알아차렸는데, 남자가 귀걸이를 했다는 부분에선 신기해했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바로 차돌이와 진남이가 보여 주는 참된 우정의 의미, 용기의 미덕일 것이다. 첫만남이 좋지는 않았지만 어린아이들이라기엔 성숙하고 정직하고 마음 따뜻한 이야기를 읽다보면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진다. 비록 진남이가 혼자 죄를 뒤집어 썼을 때 선뜻 나서지 못하는 차돌이를 보며 엘라가 비겁하다고 말하다 뒷 이야기를 보며 용감한 차돌이네요 라며 말한 것처럼 저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기에 누구의 용기가 더 크고 작다고 판단하는 건 공평한 일이 아닐 것이다. 다만 엘라가 이 책을 읽으며 '진정한 용기'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