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색깔
콘스탄케 외르벡 닐센 지음, 아킨 두자킨 그림, 정철우 옮김 / 분홍고래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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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란 단어 자체가 주는 무거운 느낌이 있다. 해서 단어 자체를 언급하길 꺼려한다. 헌데 아이는 어느날 죽음에 대해 묻기 시작하고 주변인의 존재를 확인하고자 했다. 마냥 감추고 피할 부분은 아닌지라 제대로 알려주어야 할 때란 생각이 들었다. 아이 스스로 그 의미를 정립해 가고 있는 과정이기에 부모로서 밝고 예쁘지 않다고 숨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사라진 색깔>> 은 그런 의미에서 아이와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기에 아주 적합한 주제의 책이었다. 책 표지는 파스텔톤의 따뜻한 느낌을 표현했지만 한장만 넘겨도 무채색의 어두운 느낌을 물씬 풍기고 있다. 내 주변의 모든 아름다운 색은 다 가져가버린 듯.

 

 

전쟁으로 삶의 터전을 빼앗겨 버린 모녀, 그들의 촛점 잃은 눈동자. 첫 장면부터 너무나 강렬해 엘라가 살짝 겁을 먹긴 했지만 엄마는 언제나 아이를 지켜주니 걱정말라며 이야기를 계속 읽어 나갔다. 삶의 의미를 잃었을 그들이지만, 매일매일 죽음을 마주하는 공포 속에 노출되어 있지만 모녀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묵묵히 견디며 버텨나간다.

 

 

절망뿐인 현실이지만 새와의 대화를 통해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려보며 미래를 꿈꾸는 모습은 뭉클하기까지 했다. '음악 소리는 지금 이곳에도 있어. 네 마음속에 말이야' 라는 새의 말에서는 생각의 차이, 마음먹기에 따라 그 행복을 알고 느낄 수있는 자격이 주어짐을 알 수 있었다. 또한 혼자의 힘으로는 어려운 일도 함께 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음을~ 비록 흔적만 남은 마음이지만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이상 언제나 함께할 것이라는.

 

 

2월말 친정아버지께서 소천하시고 나 스스로도 죽음을 받아들이기 힘든 시간~ 그 모습을 바라보았던 엘라. 아이에게 죽음은 무섭고 영영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 마음 속에 언제나 함께 한다 말해주었는데 정작 나 스스로에겐 말해주지 못한거 같다. 비록 전쟁이란 소재로 전개된 이야기나, 죽음을 마주하는 자세에 대해선 비로소 이 책을 읽으며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세계 곳곳에는 다양한 위험으로 생명을 위협받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그러한 기사를 접할 때 왠지 나와는 먼 세계의 일이라고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그러한 위협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사라진 색깔>>은 참혹한 모녀의 삶을 어떻게 구해낼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혼자" 보다 "많은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이야기를 통해, 이 책을 읽는 수많은 독자에게 "함께" 하는 것에 관한 깊은 성찰을 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잔인한 현실, 막막하고 두려운 공간, 낯선 공간 속에 떨어진 나의 두려움을 적절한 이야기와 그림으로 묵직하게 전달해 주는 이 책. 희망이 무엇인지 함께의 의미가 무엇인지 되새겨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꼭 읽어보라 권하고 싶다.

깊은 밤, 어둠 속에서 검은 새가 노래해요

부러진 날개지만 날 수 있다고, 오직 자유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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