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사람들
박솔뫼 지음 / 창비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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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언어를 통해 세계를 명명한다.
그 원리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작가가 박솔뫼다.
박솔뫼는 『그럼 무얼 부르지』로 우리 곁에 등장한 이후로 계속 자신의 머리 속을 부유하는 어떤 언어들을 읊조렸을 뿐 그것으로 무언가를 정의내리거나 호명한 적이 결코 없었다. 때문에 박솔뫼의 소설들을 읽고 있노라면 한 편의 이야기라기보다 내밀한 일기장을 읽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렇다면 박솔뫼의 소설들은 무엇을 명명하는가, 혹은 명명하지 않는가?
나는 작가의 소설을 읽으며 부조리극을 떠올렸다. 언어 형식이 완전히 파괴한 부조리극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유행한 장르이다. 부조리극은 세상을 살아가는 일이 결코 '잘 짜여진 이야기'처럼 기승전결과 딱 맞춰진 형식을 갖고 있지 않으며, 오히려 그 모든 것이 엉망진창으로 뒤집혀진 부조리극이야말로 실재의 세상을 더 명징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한다.
내겐 박솔뫼의 소설 속에 담긴 읊조림이 그러한 시선으로 보였다.

예전에 이런 유행어가 있었다.
"아무 것도 안 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고 적극적으로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이 우스꽝스러운 유머가 보여주는 것은 하지 않음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더 자명하게 드러내는 현대인의 삶 그 자체다. 박솔뫼는 그렇게, 말하지 않겠다고 말함으로써 더 명징한 말로 이 세계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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