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델라이언 데드맨 시리즈
가와이 간지 지음, 신유희 옮김 / 작가정신 / 2017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직장생활을 하면서 책을 읽는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나는 주로 일찍 출근해서 근무 전 30분 정도, 점심 식사 후에 30분 그리고 퇴근하고 1~2시간 정도 틈틈이 책을 읽으려고 한다. 물론 시간이 생길 때마다 조금씩 읽다 보면 책의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없을 때도 있고, 한창 재미있을 때는 아쉽게 덮어야 할 때도 있어서 주중에 읽는 책과 주말에 읽는 책을 구분해서 보는 편이다.

소설의 경우는 한 번에 읽어야지 이야기의 흐름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고 재미를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여유롭게 읽을 시간이 있을 때 보려고 하는데 어쩌다 보니 <단델라이언>을 제일 힘들게 일하고 온 평일 저녁에 읽기 시작해 버렸다. 일본 추리, 스릴러 소설을 좋아하는 편이고 가와이 간지의 <데드맨>을 무척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단델라이언>은 주말에 읽으려고 책장에 꽂아두었다.

마치 추리 소설에서 사건이 일어날 것만 같은, 날씨도 습하고 유달리 피곤해서 잠도 오지 않았던 그날 밤 <단델라이언>이 눈에 띄었다. 아직 본격적으로 잠들기에 조금 이른 시간이었고 얼른 읽고 싶었던지라 한두 시간만 읽고 자야지라는 생각에 책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그것은 나의 잘못된 판단이었다.


<단델라이언>은 옛날 옛날의 어떤 이야기로 시작한다. 다소 괴기스러워 오싹하기까지 했던 민담을 읽으면서 생각했다. 괜히 시작했구나. 계속 읽어보고 싶어지겠는걸. <단델라이언>을 반 정도 읽고 시계를 보니 10시 50분이었다. 눈도 뻑뻑하고 정말 피곤했는데 끝까지 읽고 싶었다. 결말이 너무 궁금해서 계속 읽을까? 잘까? 한참을 고민했다. 가와이 간지의 독특한 세계 속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 결국 졸린 눈을 부릅뜨고 <단델라이언>을 끝까지 읽어버렸다. 피곤했지만 결말과 범인을 알고 나니 왠지 뿌듯하게 잠들 수 있었다.

<단델라이언>은 <데드맨>으로 요코미즈 세이지 미스터리 대상을 수상하며 천재 작가라는 찬사를 받은 가와이 간지의 네 번째 장편 소설로 <데드맨>, <드래곤 플라이>, <데블 인 헤븐>에 이은 시리즈의 완결편이다. 빈틈없이 꽉 짜여 있는 구성과 물 흘러가듯 잔잔하지만 지루함 없이 살인 사건을 해결해 가는 가와이 간지만의 매력을 마음껏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이야기는 1988년부터 시작되고 1998년에 사건이 일어나며 현재에서 그 모든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간다. 현재와 16년 전, 혹은 더 먼 과거까지 돌아갔다가 다시 현재로 이어지는 각각의 사건과 사람들의 관계는 처음엔 복잡해 보이기도 하지만 작가가 놓아주는 다리를 한 개씩 밟으며 따라가다 보면 어렵지 않게 <단델라이언> 속으로 빠져들 수 있다.

두 명의 소녀가 있다. 일란성 쌍둥이인 히나타 유메와 히나타 에미는 혼자 가정을 이끌어가느라 늘 바쁜 엄마의 빈자리를 서로의 존재로 채워간다. <단델라이언>은 둘 중의 한 명인 히나타 에미가 열아홉 살의 나이로 죽기까지의 이야기, 그리고 그녀가 16년이 지난 후 하늘로 날아가는 듯한 모습의 시체로 발견되면서 시작된다. 광신도 집단에 의해 의도된 것인지, 어떻게 그런 모습으로 남겨질 수 있는지부터 의문인 에미의 시체는 바싹 말라 미라화가 된 채로 쇠파이프가 명치를 꿰어 허공에 고정되어 마치 하늘을 날아가는 듯했다. 마사야 경위는 그 시체를 보며 말한다.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의 시신은 생전 처음 본다.' 그렇게 16년 만에 발견된 에미의 사건을 시작으로 그동안 숨겨져 있는 사회문제와 인간의 모습들이 하나씩 벗겨져 간다.


에미의 시신이 발견된 후 또 하나의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사방이 트인 건물 옥상에서 불에 탄 채로 발견되는 가와호리 데쓰지. 가부라기 팀은 이 사건을 '개방형 밀실'이라고 부른다. 갇혀 있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범인이 빠져나갈 방법이 없는 옥상에서 벌어진 사건과 하늘에 뜬 채로 발견된 시신의 사건은 전혀 다른 것일까? 서로 연관되어 있다면 도대체 왜, 누가 이 두 명을 살해한 것일까.

<단델라이언>은 재미있다. 물론 재미뿐만 아니라 그 속에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사회적인 문제와 함께 어떨 수 없이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슬픈 인생들의 모습도 들어있다. <단델라이언>에는 수많은 선택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왜 그때 그런 선택을 했냐고 묻지만 만약에 다시 그 당시로 돌아가더라도 아마 그들은 같은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단델라이언>은 친절하면서도 친절하지 않는 책이다. 작가는 독자들에게 어렵지 않게 16년을 넘나드는 시간 속의 이야기를 조곤조곤 설명해준다. 하지만 작가의 말에 현혹되어 정신없이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길을 잃을 것이다. 처음부터 의심을 가지고 읽을 필요는 없지만 작가의 친절함에 속아 누가 범인인지 쉽게 알 것 같다는 생각은 버리고 <단델라이언>을 읽기 바란다.

범인이 전부는 추리소설은 없다. 나는 재미있는 추리소설이란 누가 범인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왜 그 사람이 범인이 될 수밖에 없었느냐에 대한 과정이 탄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단델라이언>은 왜 범인이 될 수밖에 없느냐에 대한 이유를 충분히 이해하고, 그 감정에 공감할 수 있도록 이야기하는 책이었다. 말 그대로 단숨에 읽어버렸다. 만약에 <단델라이언>을 읽기로 했다면 여유로운 시간에 첫 장을 펼치시길. 그것이 <단델라이언>을 더욱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첫 번째 방법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