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부처는 고민이 없다냥 - 고양이처럼 인생을 행복하게 사는 84가지 방법
미야시타 마코토 지음, 김희은 옮김 / 한빛비즈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거실에는 아주 큰 창이 있다. 햇살 좋은 오후, 거실에 누워 큰 창을 바라보고 있으면 건너편 담벼락 위에서 한껏 늘어져 졸고 있는 고양이를 볼 때가 많다. 가끔은 창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고양이도 있는데 왠지 창 하나를 두고 나와 대치하는 것 같아 쓸데없는 경쟁심이 들어 한동안 쳐다 볼때도 있다. 문득 밖에서 보면 창 안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럼 저 고양이는 도대체 뭘 쳐다보고 있는 걸까? 정말 내가 보이는 게 아닐까, 아니면 동물적인 감각으로 저 안에서 누군가 자기를 쳐다본다는 걸 느끼는 걸까.

고양이는 참 묘한 동물이다. 가만히 쳐다보는 눈빛을 보고 있으면 가끔 고양이가 아니라 사람이 아닐까 싶을 때가 많다. 아마 <고양이 부처는 고민이 없다냥>의 저자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한 것 같다. 책을 좋아하는 주인 곁에서 법구경을 읽고 고양이 부처가 된 고양이가 인간들에게 들려주는 부처의 가르침은 그 발상부터 무척 놀라웠지만 책을 읽으면서 고양이를 보고 있노라면 '흐음...' 왠지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힘들다, 고되다, 쉬고 싶다는 말이 끊이질 않는 요즘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사표를 쓰고 싶고 현재의 내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있을지 열심히 생각해 보지만 결국엔 지금 내가 있는 이곳이, 최선의 장소라는 결론이 내려지면 또다시 깊은 한숨을 내쉬게 된다. 어떻게 살면 될까, 지금 이 마음을 어떻게 위로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는 내게 뜻밖에 인간보다 더 인간의 삶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고양이 부처가 인생을 행복하게 사는 84가지 방법을 알려준다.

어느 날 주인의 책상에서 발견한 '법구경'을 읽고 깨달음을 얻은 고양이 부처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무척 쉽다. 최초로 '법구경'을 완독한 고양이는 고양이의 시선으로 인간들의 행동에 대해 한마디씩 거든다. 인간이 치열하고 힘들게 살고 있는 것이 고양이 눈에도 보였나 보다.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삶을 편하게 살았으면 한다는 고양이가 들려주는 <고양이 부처는 고민이 없다냥>으로 삶에 지친 내 마음을 힐링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법구경'은 2,500년 전에 인도 북부에서 태어난 부처, 석가모니가 사람들 앞에서 했던 말들의 모음집이다. 이 책을 읽는 고양이가 스스로를 고양이 부처라고 칭하며 자신이 책을 읽고 느낀 점을 우리들에게 이야기한다. <고양이 부처는 고민이 없다냥>에는 삶을 행복하게 만드는 84가지 방법과 부처에 대해 설명하는 붓다 칼럼으로 구성되어 있다. 마음이 편해지는 방법부터 번뇌를 없애는 방법, 행복이 무엇일까, 무관심할 수 있는 비책, 안락하게 살아가는 방법까지 각 주제에 맞는 다양한 글이 들어있다.

글은 길지 않아 읽기 편하고 그 안에 담겨 있는 의미는 깊고 따뜻하다. 법구경의 한 구절을 먼저 들려주고 그 구절에 대한 고양이 부처의 생각이 덧붙여지는 구성이다. 마치 삶에 지쳐 힘겨워 하는 주인 옆에서 한껏 늘어져 있던 고양이가 스르르 눈을 떠 무심하게 들려주는 이야기처럼 <고양이 부처는 고민이 없다냥>의 글들은 빡빡하지 않아서 좋고 힘내라고 등 떠밀지 않아서 좋다. 특히, 각 장마다 그려진 고양이 부처의 캐릭터는 가끔 픽~웃음이 나올 만큼 재치가 넘친다.

적어두고 늘 읽고 싶은 글귀가 많은 책이 있다. <고양이 부처는 고민이 없다냥>은 일상에 지친 사람들을 위로해 주는 책답게 어느 책보다 특히 더 많은 메모를 하게 만들었다. 나는 주로 일찍 출근해서 일을 시작하기 전에 책을 읽는 편인데 <고양이 부처는 고민이 없다냥>을 읽으면서 이전보다 더 많이 옮겨 적었고 일과를 더 편안하게 시작할 수 있어서 좋았다.

 내가 바로 나의 주인이고 내가 기댈 곳이다.
그러니 나를 잘 다스려라.
부처가 이렇게 말한 것도
고뇌에서 자신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이
자신 밖에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고양이 부처는 고민이 없다냥>에는 사람들을 위로해 주는 글뿐만 아니라 제대로 살지 못하는 사람들을 꾸짖거나 어떻게 살아야 할지 용기를 주는 이야기도 있다. 나는 많은 조언과 꾸짖음 중에서도 '한 시간이라도 최선을 다해 노력하라'라는 이야기가 특히 인상깊었다. 일본의 배우 다케이 소가 2015년 8월 프랑스 리옹에서 열린 육상경기에서 우승했는데 배우를 하면서 어떻게 훈련할 시간을 만들었지에 대한 인터뷰 내용이 들어있다.

 "최근 2년간 열심히 일을 하면서도 매일 1시간씩 700일 넘게 최선을 다해 노력했던 결과를 이번 경기에서 보여줄 수 있었다. 매일매일 따분해하며 꿈이 없다는 내 또래 사람들, 젊은 세대에게 하루 한 시간이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지 조금이나마 증명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는 아무리 바빠도 일을 마친 뒤 한 시간씩 훈련하기로 '자신과의 약속'을 했다고 합니다. 한밤중에 거리를 뛰어다닌 적도 있다고 했습니다.

 

'법구경'은 이미 잘 알고 있는 책이지만 선뜻 잡기는 어렵다. <고양이 부처는 고민이 없다냥>을 통해서 나는 위로도 좋았지만 앞으로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하루하루를 시작해야 할지에 대한 조언을 얻었다. 나는 왜 이렇게 살고 있는지를 불평하기 전에 솔직하게 내가 과연 얼마나 제대로 노력했는지부터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100명의 사람이 있으면 100가지의 고민이 있다. 비슷해 보이는 고민일지라도 이야기를 들어보면 각자의 처지에 따라 같은 주제도 전혀 다른 걱정거리가 된다. 그래서 완벽하게 고민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경험이 다르고 가치관이 점점 뚜렷해지면서 상대방의 고민을 온전히 받아들이기 힘들 때가 있고 내 걱정을 솔직하게 말하는 경우도 줄어들게 된다. 그래서 책을 읽는다. 책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들을 통해서 현재 나의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얻는다. <고양이 부처는 고민이 없다냥>을 읽으면서 또 다른, 다양한 방법을 알게 되었다. 지금 어디로 가야 할지,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갈팡질팡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한숨 쉬며 찬찬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해 줄 것이다. 고양이처럼 한껏 여유롭고 부드럽게, 그렇게 내 삶을 다시 살펴볼 느긋함을 알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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