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 속의 불만 문명텍스트 21
지크문트 프로이트 지음, 성해영 옮김 /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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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그문트 프로이트. 심리학의 한 갈래인 정신분석학의 창시자라지만 학부에서 심리학 전공을 거의 다 마친 지금까지도 그를 제대로 접해본 적이 없다. 개론 수업 첫 시간에 10분 정도 언급되고 넘어갔던 때가 그를 마주쳤던 유일한 순간이었다. 그마저 프로이트가 마치 심리학계의 ‘이름을 말해서는 안 되는 자’인 듯한 인상을 남겼을 뿐이었다. 과학을 지향하는 현대의 심리학과는 어울리지 않는 구시대적 유물인 주제에 이름이 많이 알려진 탓에 일반 대중에게 심리학이 마치 토속학문인 듯한 잘못된 인상을 남기는 문제아라고. 그러나 저자 성해영의 섬세한 설명과 함께 따라가 본 프로이트의 저서, <<문명 속의 불만>>은 그러한 평가가 부당하다는 주장을 뿜어낸다.

노년기의 프로이트가 집필한 <<문명 속의 불만>>은 ‘승화’와 ‘대양적 느낌’이라는 두 가지 개념을 통해 문명, 그중에서도 종교가 어떤 식으로 인간의 본능을 억압하고 눈멀게 하는지 이야기한다. 개인 차원에서의 ‘리비도’나 ‘에로스’, 혹은 ‘타나토스’ - 프로이트가 정립하여 줄곧 이야기한 인간 욕동, 즉 거부할 수 없는 본능적인 욕구이자 에너지 – 가 인류 역사를 통해 인간 욕동이 승화된 형태인 문명이 제시하는 여러 규범들과 충돌하는 지점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충돌은 강한 ‘죄책감’ - 문명의 규범과 함께 발달해 우리의 행복을 저하하는 무의식적 기제 –을 들게 할 뿐만 아니라 상당히 과격하고 폭력적인 형태로 모습을 드러내곤 한다. 이는 문명이 존속되는 한 필연적이며, 이러한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문명 속의 불만’이 너무 과해지지 않도록 개인적인 차원과 사회적인 차원에서 모두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명에 관한 책인 줄 알았는데 종교를 이야기하고, 종교에 관한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인간 잔인성에 관한 이야기라니. 이게 다 대체 무슨 이야기인가. 사실 위의 줄거리는 형식적일 뿐, 과도한 요약으로 정확하지도, 중요하지도 않다. 그러나 이 책을 추천하는 입장에서 이러한 줄거리의 ‘허접함’이 충분히 타당하다고, 아니 필수적이라고 감히 이야기하고 싶다. 이는 두 가지 이유에서이다. 그 첫 번째 이유는 내가 책에서 전달받은 것은 역동적인 사고이지 하나의 고착된 사상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그의 이론을 세세히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그것의 타당성을 따져보는 것이 나에게는 그리 중요한 일로 느껴지지 않는다. 단지 인간을 바라보는 그의 통찰과 그러한 통찰을 획득하는 데에 필요한 예리하고도 종합적인 사고력을 엿보았을 뿐이다. 두 번째 이유는 한 세기째 이어져 오고 있는 프로이트와 그의 이론을 둘러싼 스캔들을 고려했을 때, 사고체계를 전달하는 데에 있어 언어라는 수단이 얼마나 무력한지 이 책을 통해 절감했기 때문이다. 나의 언어라는 한정적인 도구를 활용해 전달받아 나의 부족한 사고력으로 이해한 것을, 마치 그것이 쉽게 정리되거나 전달될 수 있는 것처럼 또 언어를 사용해 적어내려는 것이 조금은 무의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내가 잘못 선택한 단어 하나가 프로이트 사상에 대한 매우 그릇된 이해에 매몰되는 일을 초래할 수도 있기에.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항문기’, ‘종교는 집단신경증’, 등 자극적인 언어를 사용하며 인간 사상을 집요하게 뜯어보고 의문을 제기하다 ‘무지의 자각’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그를 지켜보다 보면 소크라테스가 떠오른다. 이에 소크라테스가 그 특유의 도발적 언변으로 죽음을 맞이하고 말았듯 우리도 프로이트의 언어가 주는 불편감이 그가 가진 통찰의 가치를 깎아내리고 있지는 않은지 주의하며 그의 이론을 접근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다행히도 옮긴이 성해영은 그러한 작업을 아주 쉽게 만들어준다. 사고의 자유로움, 열린 태도, 그러나 무분별하지 않고 비판적이고 예리한 시각, 인간 마음에 대한 호기심과 집요함, 그러나 끝끝내 유지하는 관망하는 태도, 불확실성과 복잡함을 아우르는 관점, 등 저자 프로이트와 상당히 유사해 보이는 특성을 뿜어내며 프로이트를 소개한다. 그리고 그의 전문 분야인 종교학과 프로이트의 이론을 엮어 새로운 관점을 또한 제시한다.

서평을 쓰고자 했는데 이 책을 읽다 보면 ‘서평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만이 떠오르며 헛웃음을 짓게 되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종합적인 사고와 비판적인 사고를 전제로 관망하는 태도를 심어주는 책이기 때문이다. ‘성’이나 ‘종교’와 같이 우리에게 때로 자극적으로 다가오기도 하는 표현을 사용했을 뿐, 프로이트는 결코 하나의 관점만을 고집하는 독불장군이 아니다. 단지 인류 앞에 놓인 불확실성에 두려워하거나 불안해하지 않고 이해하려 했으며, 많은 이들에게 지독하게 머리 아프게 다가올 복잡하고 난해한 사고 놀이에 탁월해 그것을 즐기던 사람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책을 읽으며 고개를 갸웃거리다가도 그것이 나의 프로이트 사상에 대한 부분적 이해에서 비롯되었거나 충분히 반박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곤 했다. 이에 프로이트 사상에 대한 내 개인적인 비판을 정리 및 공유하는 것보다는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에서 엮은 <<문명 속의 불만>> 통해 각자의 방식으로 프로이트가 제시하는 관점에서의 인간세계를 직접 탐험해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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