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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하나님을 어떻게 믿어요?
김기현 외 지음 / SFC출판부(학생신앙운동출판부) / 2013년 7월
평점 :
품절
이런 아이를 어떻게 키웠어요!
김기현의 <그런 하나님을 어떻게 믿어요?>(SFC)를 읽고
약간은 도발적인 제목의 이 책은 목사인 아빠와 고딩 아들이 주고받은 편지를 엮은 것이다. 고딩 아들이 기독교에 대해 가지고 있는 궁금증을 질문하면 목사인 아버지가 답해주는 형식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 먼저 질문하는 고딩 희림에 대해 놀란다. 질문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그의 질문을 통해 나타나는 인문학적 내공이 보통 아니기 때문이다. 리처드 도킨스, C.S. 루이스, 조지 오웰, 칼 마르크스, 베이컨, 벤자민 프랭크린, 프랜시스 콜린스 등 그가 인용하는 저자들은 나의 상식을 뛰어넘었다. 그래서 그런지 고등학교 2학년인 희림이가 적은 게 맞는지 아버지인 김기현 목사에게 물어보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희림이가 관심을 가진 주제는 악, 기적, 인간, 기도, 종교다원주의, 성경, 예정, 돈, 과학, 천국 등 10가지다. 어느 것 하나 만만한 주제가 아니다. 성인 그리스도인들도 그냥 지나쳤을 그런 주제들을 희림은 곱씹고 있다. 그가 이런 주제에 대해 관심을 가진 것 자체가 놀랍다. 나의 고등학교 시절을 봐도 그렇고 지금 고 2인 우리 아들을 봐도 그렇다. 도대체 희림이는 어떻게 이런 주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일까? 궁금하기도, 부럽기도 하다. 그런데 이와 같은 희림의 수준 높은 질문이 이 책의 약점이 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청소년 일반과 거리가 있는 질문과 내용이기 때문이다.
희림의 수준 높은 질문은 아버지의 수준 높은 답변으로 이어진다. 희림의 아버지 김기현 목사는 복음과 상황에서 발간한 <그 사람의 서재>에 실릴 만큼 책과 친숙한 사람이다. 그리고 이미 11권의 책을 저술했다. 그는 아들이 던진 질문에 칼빈의 <기독교 강요>에서부터 칼 포퍼의 <열린 사회와 그 적들>을 포함해서 존 오스틴의 <화행이론> 그리고 철학자 ‘메킨타이어’도 인용하며 설명한다. 물론 이와 같은 저자들의 책은 희림이가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이다. 과연 그 아버지의 그 아들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일반 고딩들에게는 여전히 생소하고 어려운 이름들이다.
내가 고딩들을 너무 과소평가하는 것일까? 사실 희림이의 질문과 이 질문을 풀어내는 글은 수준급이다. 그러나 이 글을 쓴 희림은 성인이 아니라 고딩이다. 희림이 고딩이기 때문에 모든 고딩이 모두 이런 수준의 질문과 글쓰기를 해야 한다고 이 책이 강제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이와 같은 질문과 글쓰기가 고딩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임에는 틀림없다. 그렇다면 일반 고딩들과 희림의 차이는 어디에서 온 것일까? 이 둘 사이의 갭은 극복할 수 있는 것일까?
물론 개인차가 있다. 그리고 학자이자 작가인 아버지 김기현 목사의 영향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희림의 질문과 글쓰기가 남다른 것은 훈련의 결과다. 희림은 아버지 김기현 목사가 운영하는 청소년 인문학교에 다니고 있다. 중딩과 고딩들은 이곳에서 매주 한 권의 책을 읽고 글을 써서 발표한다. 로고스 서원 홈페이지에 가서 이들이 읽는 도서목록을 보기 바란다.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희림은 벌써 중딩 때부터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자신의 생각을 발표하는 것을 성실하게 감당했다. 그 열매가 바로 이 책이다.
책을 읽고,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글로 표현할 줄 아는 아는 것이 교육의 목표가 아니겠는가! 하지만 오늘 우리가 경험하는 교육의 현장은 이와는 너무나도 다르다. 독서량은 지극히 제한적이다. 질문하며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것은 금기다. 단지 주어진 정보를 제한된 시간에 암기해야 한다. 그리고 주변의 세속문화들은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빼앗아 가고 있다. TV와 스마트폰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와 같은 제도권 교육과 문화에 물든 아이들에게서 희림의 질문과 글쓰기를 기대하는 것은 사막에서 물을 찾는 것과 같다.
그래서 내 생각엔 중딩은 물론이고 고딩들도 이 책을 어려워할 것 같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은 이 책을 꼭 읽어야 한다. 이 책을 통해 같은 또래인 희림의 생각을 접하고 자극을 받으면서 자시의 생각을 키워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서 또 다른 질문을 해나가고, 희림의 질문은 물론 김기현 목사의 답변은 올바른 것인지 의심해보기도 하며, 이 책에 소개된 또 다른 책들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찾아 읽어볼 수 있기를 바란다. 이렇게 조금씩 책과 가까워지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다보면 이 책을 읽는 또 다른 아이도 희림처럼 책을 쓰게 될 날도 오지 않을까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