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쉰 평전 - 나의 피를 혁명에 바치리라
주정 지음, 왕더허우 사진편집, 홍윤기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3월
평점 :
절판


'아Q'의 아버지이자 중국현대문학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루쉰. 그가 세상을 떠난지도 어느덧 70년이 넘었지만 그에겐 여전히 '교육자이자 혁명가', '뛰어난 문학가', '위대한 사상가'라는 수식어가 붙어다닌다.

그를 알게 된 것은 중국엔 '짱꼴라'만 사는 줄 알았던 대학 신입생때다. 루쉰의 '길은 처음부터 있는게 아니다'란 유명한 말을 접했던 순간을 아직 기억한다. '어디에도 내가 갈 길은 없다'는 생각에 방황하던 내게 이 말은 절대 지울 수 없는 인생의 지표가 됐다.

이처럼 루쉰이 시공을 넘어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이유는 그가 시대와 공간을 초월한 '거인'이기 때문이다.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나 남부럽지 않은 교육을 받고 의사가 될 수 있었던 루쉰은 제국주의 일본의 침탈에 신음하던 중국의 현실을 접하고 의사의 길을 포기하게 된다.

만약 그가 의사가 됐다면 어땠을까. '명의'로 이름을 날리며 거부가 됐을지도 모르고 '중국 현대의술의 아버지'로 존경받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코 피폐해진 중국인들의 마음의 병까지 고치지는 못했을 것이다.

비록 메스 대신 붓을, 진료기록 대신 원고지를 앞에 둔 그였지만 그 어떤 의사도 하지 못한 일을 해냈다. 제국주의 일본의 압제에 신음하던 중국인들의 가슴에 희망의 씨앗을 뿌렸고 현실을 외면하던 청년들의 마음에 정의의 불을 당겼다.

20세기 초, 격변의 중국에서 문학을 통해 민중계몽에 앞장 선 루쉰.

마오쩌둥이 총칼을 앞세워 중국을 변화시켰다면 그보다 앞서 루쉰은 얇은 붓 하나로 10억 중국인의 마음을 움직였다.

'나의 피를 혁명에 바치리라'

그는 갔지만 그의 피는 여전히 중국에, 중국인의 몸속에 흐르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