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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자리 - 먹히지 않고 늙어가는 동물들을 만나다
김다은.정윤영.신선영 지음 / 돌고래 / 2024년 10월
평점 :
🤍
책의 첫 부분 꽃풀소에 대한 이야기. 도축될 뻔한 여섯 마리의 소를 달뜨는 마을로 데려오기 위해 건강검진을 하던 중, 미나리라는 이름을 가진 소 한 마리가 미끄러져 크게 다쳤다. 보통 그럴 경우, 도살장으로 보내진다고 한다. 하지만 활동가들은 수의사를 찾았고, 기계를 써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왔지만, 미나리는 서지 못했다. 스스로 회복하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열흘 만에 죽어버렸다.
이까지 읽으면서, 넘어져서 다친 소 어차피 죽을 운명이었을 텐데 그냥 도축하면 안 되었을까? 죽고 나면 그 고기를 먹을 수도 없는데. 그나마 건강했을 때 고기가 되다면 그도 더 이상 고통받지 않고 우리도 배부르고,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 되었든 동물은 현재 우리가 먹을 수 있는 식품으로 주어졌고. 그렇다면 그냥 식품으로써 멀쩡할 때 빨리 먹어 버리는 게 이득 있지 않나 하는 매우 인간적인 생각 또는 T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단 열두 페이지 만에 (36쪽에서 58쪽으로 읽어오는 사이에) 작가님의 글이 나의 생각을 바꾸어 놓았다. 건초만 먹은 소의 똥은 역한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것; 소 한 마리 한 마리마다 저마다의 성향과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점. 빗질을 좋아하는 아이, 서열이 가장 낮은 아이, 서로를 핥아주는 행위들, 건초를 먹고 그 부스러기까지 핥아먹는 아이들; 그리고 활동가들이 문을 여닫는 모습을 유심히 지켜본 머위가 스스로 울타리 문을 열어 꽃풀소 다섯 마리 모두가 밤 중에 바깥을 활보하고 다닌 이야기를 읽고, 소들이 어찌나 사랑스러워졌는지 모른다. 자유롭게 마을을 구경하고, 마침 밟아줘야 했던 보리밟기를 해준 소들의 잠깐의 그 일탈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왜 우리는 어떤 동물은 소중하게 대하고 어떤 동물에게는 무관심한가. 어떤 동물에 대해서는 아무 이유 없이 온 몸을 부르르 떨며 사랑하는 이유를 100가지쯤 말할 수 있고, 또 어떤 동물에 대해서는 제멋대로 만든 수식어를 붙여가며 저 혼자 무서워하고 벌러덩 넘어지며 떠는가. (중략) 이런 감정의 격차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동물의 자리>, p.318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점에 대해 계속 생각하며 읽었는데, 이 책에 내 생각이 글로 적혀있어 깜짝 놀랐다.
독자는 261쪽에서 언급되었듯, “알면 사랑한다”가 답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잘 아는 동물들에 대해선 아무래도 관심이 더 가고, 관심이 계속 가서 더 잘 알게 되면, 사랑하게 되는 것 같다. 내가 소에 대해서 잘 몰랐을 때보다, 이 책을 통해 소의 특징을 더 잘 알게 되었을 때 그들이 사랑스럽게 느껴진 것처럼 말이다.
*돌고래출판사에서 지원받아 주간심송분들과 함께 읽고 토론했습니다
왜 우리는 어떤 동물은 소중하게 대하고 어떤 동물에게는 무관심한가. 어떤 동물에 대해서는 아무 이유 없이 온 몸을 부르르 떨며 사랑하는 이유를 100가지쯤 말할 수 있고, 또 어떤 동물에 대해서는 제멋대로 만든 수식어를 붙여가며 저 혼자 무서워하고 벌러덩 넘어지며 떠는가. (중략) 이런 감정의 격차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 P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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