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이 아이를 바꾼다 - 긍정의 건축으로 다시 짓는 대한민국 교육
김경인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을 오랬동안 찾아 헤맸다. 특히 책 표지에 실린 학교도서관이 어느 학교 도서관인지, 누가 디자인 했는지 찾아헤맸다. 예전에 인터넷을 하다 어느 잡지에서 창틀을 넓게 해서 아이들이 앉을 수 있도록 리모델링한 학교에 대한 기사를 읽었는데 그 다음에 찾으려하니 찾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이 책을 넘기다가 그 도서관이 '부산 신선초등학교'의 도서관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싸!!


그런데 이 책, 실망이다. 일단 문장이 너무 식상하다. "우리의 미래가 달려 있는 학교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우리의 무관심이 현재의 생기 없는 교실과 삭막한 학교 풍경을 만든 것이다." 와 같은 문장들은(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ㅜ.ㅜ) 너무 재미가 없어서 읽기 힘들었다. 나라면 작가가 이런 내용으로 이런 문장을 써 왔다면 다 들어냈을 것 같다. 출판사가 '중앙books'인데 출판사 문제인가? 작가 문제인가? 아마 둘 다 문제겠지..

 

그리고 자꾸 사람들 말을 직접 인용하는데, 이 부분이 책을 읽는 데 몰입하는 것을 방해한다. 작가가 그때 그때 녹음해서 받아 적은 게 아니라면 그냥 기억나는 대로 재구성해서 쓴 것일텐데 굳이 큰 따옴표 안에 넣어서 쓸 필요가 있었을까? 직접 녹취해서 쓴 게 아니라면 그냥 이런 식의 말을 했다 하고 간접인용하는 것이 더 믿음이 갈 것 같다.

 

게다가 한 챕터가 끝날 때마다 그 챕터와 관련된 정보를 담은 짧은 글을 실어놨는데, 이 아이디어 별로 좋지 않은 것 같다. 책 읽는 데 흐름을 끊고 내용의 깊이도 없다. 만약 책 내용과 관련된 연구 성과나 외국 사례를 들고 싶었으면 군데군데 이런 정보를 흩어놓는 것보다 아예 한 챕터를 잡아서 심층적으로 다루는 것이 더 흥미로웠을 것 같다. 학교 건축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면서 말이다.

 

이 외에도 거슬리는 부분이 많았으나 꾸역꾸역 읽었더니 재미있는 부분이 드디어 나왔다!!

 

현재 학교 건축이 왜 이렇게 획일적인지를 설명하는 부분이었다. 현재 초, 중, 고등학교 건축 형태는 모두 비슷비슷한데, 이는 베이비붐으로 인해 학생수가 급증했을 때 많은 학교를 짓기 위해 교육청이 표준설계도를 만들었고 이 때 만든 표준설계도가 고착화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교실 하나 크기는 가로 9미터에 세로 10미터, 가로 6미터 내에는 창문 두 개, 건물 외벽에 가로와 세로 안에 들어가는 벽돌의 갯수는 몇 개. 이것을 하나의 모듈로 해서 교실을 가로로 붙이고 위로 쌓으면 학교 완성인 것이다. (<- 이 내용은 '학교를 만들자!'란 일본번역서에서 인용한 것으로 보이나 인용 표시가 없다;;;)

 

다음으로 재미있었던 부분은 학교 공공 디자인 프로젝트를 추진할 때 세운 원칙을 설명한 부분이다. 원칙은 모두 두 개인데, 두 원칙의 차이점을 잘 모르겠지만 어쨋든 가장 직접적인 시설 사용자인 학생의 의견을 청취하여 디자인에 반영한다는 것이 신선했다. 그런데 뒷부분에 가면 시각장애인을 위한 학교에 가서 시설 리모델링을 할 때 시각장애를 가진 학생들이 일반 학생들보다 공간에 대한 아이디어를 더 섬세하고 꼼꼼하게 제시했다고 하는 부분이 나온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일반 학생들이 공간에 대해 깊게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당시 시설을 사용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물어서 반영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이것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공공 시설의 표준에 대한 연구를 어른들이 진지하게 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것 같다.

 

공공 시설의 표준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나는 이 프로젝트가 어떤 학교의 화장실, 다른 학교의 도서관, 또 다른 학교의 복도 리모델링. 이런 식으로 하지 않고 매년 신설되는 학교 중 한 군데만 잡아서 전체적으로 디자인해 봄으로써 공공 시설의 표준을 연구하는 식으로 이루어졌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이 프로젝트에 참가한 학교의 일부 시설은 멋지게 변신했겠지만 리모델링하지 않은 나머지 부분과 부조화를 이뤘을 것이 뻔하다. 이런 식으로 두세군데 더 리모델링하면 학교는 금방 누덕누덕해진다. 기존 학교의 분위기에 맞추어서 리모델링하고 있느니 새로 짓는 학교를 대상으로 학교 전체에 아름다운 디자인을 통일하며 적용하면서 어디까지 실용적으로 건축할 수 있을지 한 번 실험해보는 것이 더 좋았을 것 같다.

 

물론 왜 학교 일부를 리모델링하는 사업을 할 수 밖에 없었을지는 이해가 간다. 이 사업을 만들어서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따 낸 사람, 그러니까 이 책을 쓴 사람의 전공이 건축이 아니라 인테리어였던 모양이다. ㅎㅎㅎㅎ 이왕이면 이 사람 전공이 건축이었으면 더 좋았을 껄.. 그런 아쉬움이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