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벽돌 무당집 1 - 공포의 방문객
양국일.양국명 지음 / 청어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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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따뜻한 공포 소설이다..란 생각이 들었다.. 얼핏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공포 소설이 따뜻하다니.. 이 책은 무서운 책이다.. 밤에 읽다보면 척추를 쓸고가는 오싹함이 느껴질만한 순간들이 분명 많다.. 전에 읽었던 피가 낭자한 '미드 나잇 미트 트레인'의 원작 '피의 책'등 외국 호러물하고는 또 다른 매력이다.. '피의 책'이 순~사기라는 가정이 밑바닥에 깔려 연출되는 공포였다면.. 친근하여 더 무서운 생활형 공포들이 여기 있다.. 우리가 으슥한 곳을 지날때 느끼는 구석 귀신이랄지, 천장 귀신등이 떠오르면서..책을 덮고 나서도 나중에 혼자 상상만으로도 다시 오싹해질만한 그런 공포들이다.. 여기까지가 우리가 일반적으로 기대하는 공포 장르 소설에서의 미덕이라면..

 

그럼 내가 느낀 따뜻한-이란 말은, 책을 덮을 때쯤 느낀 것인데.. 책속 오싹하는 공포 속에서 나는 제법 현실의 두려움과 막연함을 잊고 있었다는데 우선 안도했다는 말이다.. 아마도 우리가 손으로 눈을 가리면서도 그 사이로 보고싶어하는 호기심과 더불어 공포라는 장르를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이유일테다.. 게다가 재미뿐 아니라 저자의 메세지도 은근하게 전해지고 있었으니 그것은 세상을 향해 손 내미는 따뜻함이었다.. 공포라는 장르가 가진 오싹함, 긴장감, 상상력, 반전등을 빠트리지 않으면서도 '나에게 주어진 몫, 내가 가야 할 운명을 받아들이는' 주인공을 통해 나를 들여다보게도 한다.. '보이지 않는 것을 쫓기 때문에 충분히 볼 수 있는 것조차 보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문제 제기도 하고 있다..


 



특이한 이력이었다.. 공동 저자로 쌍둥이 형, 동생이 함께 쓴 책이라니.. 공포라는 장르에 매력을 느끼고 영화와 책을 두루두루 섭렵하여, 그들만의 공포 소설을 창조했다.. 바로 옆 일본의 장르 소설이 우리나라에서 많이 읽히고 마니아들이 많이 형성되어있지만, 우리나라 작가가 쓴 공포 스릴러 장르 소설은 참 보기 힘든 실정이다.. 그렇기에 더욱더 노력하고 노력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하는 두 쌍둥이 작가의 초심이 돋보이는 책이다.. 책값을 지불하여 읽는 독자를 배려하여 최대한 재미있는 작품을 쓰고자 노력한 흔적 말이다.. 공포 소설의 독자층을 넓혀보고자 하는 그들의 마음이 전해져 2권 3권으로 계속 그들의 세계가 이어지길 바란다..

 

우리나라에서도 리처드 매더슨, 스티븐 킹, 오츠이치, 미미여사, 온다 리쿠등등을 능가하는 작가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마지막 장을 덮으면 소설의 처음으로 돌아가는 잘 짜여진 소설.. 점점 더워지고 있는 요즘, 전에 재미있게 읽었던 '마지막 해커'와 함께 추천해본다..

 

 

 

 

"그러나 현실에 대한 도피는 결국 과거의 벽에 영영 가로막히고 마는 참담한 결과만을 낳았다. 그러한 집착들은 참으로 어리석은 행위들이었다. 세상과 단절된, 벽으로 막힌 삶 속에서 나는 지나버린 것에 대한 허상을 쫓느라 실제 삶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런 것은 과거의 기억 속에 잠겨 있는 동생조차도 원했던 바가 아닐 테다.

나는 그렇게 스스로를 세상으로부터 꽁꽁 숨겨왔던 셈이다. 숨지 않으려면 두려움과 정면으로 맞설 용기가 필요했는데 나에겐 그런 용기가 없었다. 그것은 내 삶에 더 소중한 뭔가가 있다는 것을 일찍 깨우치지 못한 나 자신의 우매함 때문이리라. ....(....)......폐쇄된 삶이 아닌 세상과의 보다 풍부한 소통이 동생에 대한 트라우마를 치료하는 효과적인 방법이었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게 된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더 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더 많은 세상의 커뮤니티 속으로 보다 적극적으로 나를 던져야만 했다. 그렇다. 보다 현실에 충실했어야 했다. 그게 옳은 일이었다."  (29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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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이해 편 EBS 지식채널 건강 1
지식채널 지음 / 지식채널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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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에 대한 관심은 뜨거우면서도 아니다..

내 몸이 아파서 아야~라고 호소하기 전까지는 대부분 건강은 인간사의 다른 문제들에 치여 뒷전으로 가기 쉽상이다..

그렇지만 또 방송에서는 건강 프로그램이 넘쳐나고 있듯 뜨겁기도한 아이러니의 상황이다..

비타민 씨의 복용량만 하더라도 학자마다 말이 달라지고 있으니 누구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할지 모르겠다..

이것이 좋다, 그러면 불티가 난다.. 금새 만병 통치약같이 둔갑되기도 한다..

그러다 금새 시들해지고..

건강이란 것이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닐진데 우리는 이런 패턴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몸을 둘러싼 놀라운 진실과 내 몸이 원하는 핵심 정보 90가지를 담은 대한민국 맞춤형 건강 지식 백서!

우아.. 거창한 제안을 하고 있는 이 책.. 역시도 넘쳐나는 건강에 대한 정보들중 하나이다..

이 책만이 진실이다,라고 생각하며 읽는다는건, 또 지금까지 해왔던 잘못을 반복하는 것일게다..

하지만 이런 저런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그러는 동안만이라도 우리의 건강에 대해 생각해 볼 시간이 된다면야 좋을듯하다..

그리고 우리가 습관처럼 당연시하던 일들에 대해 한번더 생각하게 의문을 제시하고 있어서 좋았다..

 

이 책은 의약광고 주의사항, 의료사고 대처법, 보건소 이용의 효율성 및 한국인에게 가장 잘 발생하는 질병 관리 방법, 자신에게 맞는 병원 선택 등 우리가 실질적으로 피부로 와닿을 수 있는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게다가 질병이 이미 발생하였을 때의 대처뿐 아니라 전반적인 생활 여건의 개선이라는 '예방'의 측면까지도 생각하고 있다..

사실 이런 모든 내용들은 조금은 지루할수도 있을만한 내용들이다..

하지만 이 책은 컬러플한 사진들과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짧은 말들과 더불어 책에 좀더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

 

자녀교육이나 부동산, 주식 재테크 전략보다 더 시급한 것.. 그것이 바로 건강 전략이다..

몸이 변했다 (과거와 현재, 변화된 몸의 이야기) ,몸이 모른다 (우리 몸을 둘러싼 사회적 진실), 몸을 말한다 (몸의 각 기관을 파악하고 이해하기), 몸이 뿔났다 (성난 몸을 다스리고 치유하는 방법), 몸이 살아난다 (생활 개선으로 인해 생명력을 얻는 몸)
이 다섯 단계를 거쳐 가장 소중한 나의 몸의 소리에 귀 기울여보는 뜻 깊은 시간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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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어디 가?
장 루이 푸르니에 지음, 강미란 옮김 / 열림원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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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은 새 두 마리 보아라.

아빠의 인생에 소중한 순간을 선사해준 그것이 무엇인지 너희들은 절대 이해하지 못하겠지?

이런 생각을 하면 가슴이 아프단다.

오직 한 사람이 세상의 전부가 되고,

그사람만을 위해 존재하게 되고,

그 사람의 발소리나 목소리를 들으면 가슴이 떨리며,

결국 그 사람을 보면 온몸에 힘이 풀리는 놀라운 순간 말이야.

부서질세라 보듬는 것조차 두렵고,

그 사람과 입을 맞출 때면 온몸이 불타 오르고,

우리 주위의 모든 것이 희미하게 되는 그런 순간. 머리부터 발끝까지 차오르는 짜릿한 전율을 너희들은 느낄 수가 없겠지.

모든 것을 바꿔버리는 것보다, 감전이 되는 것보다, 그래서 죽는 것보다 더 혼란스러운 그런 기분을 너희들은 알 수가 없겠지. 

온통 뒤죽박죽이고, 너희들의 혼을 쏙 빼버리는 느낌.

결국 정신까지 놓게 하고, 온몸에 소름이 돋게 하는 소용돌이 속으로 너희들을 끌고 갈 그런 전율의 순간.

너희들의 가슴속을 흔들어 놓고,

화끈화끈 얼굴을 붉히게 하며,

온몸의 털이 솟게 만들고,

말을 더듬게 하며,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게 만들고,

웃고 울게 하는 그런 달콤한 전율을 너희들은 이해할 수 없겠지.

나의 작은 새 두마리......

너희들은 결코 '사랑하다'라는 1군동사의 일인칭단수 동사변형을 알 수 없을 테니 말이다.


 

2008년 페미나상 수상 장-루이 푸르니에가 웃음과 감동을 전해주는 두 장애인 아들 이야기

 

"세상은 나에게 가혹한 시련을 주었다. 하다못해 TF1 (프랑스 텔레비전 채널) 드라마에서도 시청자들을 울릴 최루형 비운의 주인공을 만든답시고 이런 상황을 그려내진 않을 것이다. 너무 오버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 때문에, 그래서 현실감이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에, 오히려 비웃음거리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말이다."

 

장-루이 푸르니에가 40년간 마음에 담아왔던 이야기를 꺼낸다.. 그들 아들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한명도 가혹한데 두명이나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그의 아이들.. "정상이 아닌 아이를 갖게 되면 어쩌나 걱정해보지 않은 이 있다면 손을 들지어다!"라며 이야기를 꺼내는 그, 누구나 한번쯤은 떠올려봤을 이야기- 하지만 내게는 제발 일어나지 말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금방 도리질해버릴 생각.. 세상의 종말을 생각해보듯 떠올릴 이야기들.. 그는 세상의 종말을 두 번 겪었던 것이다..

  

사실 이 책을 읽는 내내 한없이 무거운 마음이었다.. 출판사측 광고 문구로 시작된 이 책과의 만남, 도대체 이런 소재의 이야기에 어떻게 유머라는 코드가 섞여들어갈 수 있을까?하는 호기심이었다.. 나역시 장애를 가진 아이들의 얘기를 할때면, 마치 무슨 큰 변이라도 당한 듯 심각한 분위기로 대해야 할 어떤 것이라고 생각했었나보다.. 장 루이 푸르니에는 이 책이 그런 분위기를 가지는 최루성 책이 되지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절망과 웃음 사이의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가며 이야기를 써내려가고 있다.. 하지만, 그의 특유의 익살맞고 조금은 짖궂은 이야기들에 나는 웃을수가 없었다..

 

두 살 터울인 마튜와 토마.. 열다섯 살이 되어 하늘나라로 갈때까지 한마디도 하지 못했던 마튜, "아빠 어디 가?"를 끝없이 반복하는 둘째 아이 토마, 그런 아들들을 위해 아빠로서 쓰는 글.. 아이들을 그저 장애인증명서에 붙여진 이그러진 사진으로만 남지 않도록 하기 위해 써내려간 글.. 지금까지 숨겨왔던 그의 속마음을 털어놓고 있다.. 아이들을 위해 쓰지만 정작 그들은 읽을 수가 없는 그런 이야기를..

천사가 아닌 평범한 인간으로서 자신의 아이들을 참아내기 힘들었던 순간들에 대한 죄책감, 아이들에게 더 잘해주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 세상의 시선에 대한 스트레스, 남들이 누리는 평범한 부자간의 경험을 하지 못하는 안타까움, 아이들을 이렇게 태어나게 했다는 자조섞인 책망..

 

이 모든 것에 대한 이야기를 너무 절망스럽지 않게, 때로는 웃음으로 승화될 수 있기를 바라면서.. 그렇게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그.. 자신이 어렸을 적, 멍한 표정으로 바보 같은 소리를 해대는 친구를 보고 제일 먼저 웃음을 터뜨리는 아이였다고 회상한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그런 멍한 표정의 아이를 보고 웃어넘길 수가 없다.. 자신의 아이들 생각이 나서 애틋하기만 하다.. 어떤가.. 내가 지금 여기다 무슨 소리를 한다고 한들, 후에 느낀 그의 애틋한 마음을 알수나 있을까.. 내 손을 세삼스레 펼쳐본다.. 양손에 각기 다섯 개의 손가락이 달려있다.. 손을 오무렸다 다시 펼쳐본다.. 내 의지대로 움직여지는구나.. 아니, 이렇게 놀라울 수가! 네 개도 아니요, 여섯 개도 아닌, 정확히 다섯 개! 이런 기적에 감사한 때가 있었던가..  남의 불행을 보며 느끼는 안도감이란.. 얼마나 부끄러운 것인지.. 게다가 그의 불행을 이해하기라도 하는듯한 어설픔에다가.. 이 책을 처음 선택했던 호기심은 또 어떤가..

 

이 책을 읽으며 내가 느꼈던 감정들 모두 내다버리고 싶다.. 그저 부끄러울 따름이다.. ㅠ.ㅠ

 

 

아빠 어디 가?

고속도로를 타러 간단다. 역방향으로 말이야.

알라스카로 가지. 가서 백곰을 쓰다듬어 주자꾸나.

그리고 백곰한테 잡아먹히는거야.

버섯을 따러 간단다. 독버섯을 따서, 그것으로 맛있는 오물렛을 해먹자꾸나.

수영장에 가자. 가서 제일 높은 다이빙대에서 뛰어내리자.

물 한 방울 없는 풀장으로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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