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안에 아픈 사람이 있으면 아픈 사람은 한 명이지만 집 안에 가족들 모두가 고생을 한다.작가님의 말대로 우리는 간병에 대해서 전력으로 회피한다. 이 회피에는 간병의 신체적 심리적 고생스러움만 담겨있지 않다. 분명히 나에게 찾아올 인간의 당연스러운 어두운 면이 두려워 회피하는 것일 것이다. 인간이라면 당연스러운 부분임에도 불구하고.엄마를 간병해야 하는 시안과 죄책감을 느끼는 해원의 이야기는 굳이 간병이 아니더라도 세상의 대부분은 뭔가를 짊어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소설 초반에 지나가는 평범한 시간의 흐름에 맡기는 해원을 바라보는 시안을 보면서 많은 공감을 했다. 내가 지금 이 순간 누군가의 간병을 하고 있진 않지만 누군가의 불행이 나의 불행보다 더 가벼워 보이고 어쩌면 그 누군가의 불행조차 나에겐 행복으로 보였던 순간은 누군가에게나 있을 것이다.페퍼민트는 십 대 소녀들의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는 순간들을 지나치고 그 안에서 당연하지 않지만 당연한 감정들이 맞부딪치는 과정을 잘 그려냈다. 그 과정들은 이 소설의 제목인 페퍼민트처럼 쌉싸름하면서 화하다. 시원하고 얼얼한 애증을 보여주며 애증도 분명한 사랑이라고 말한다.지금 이 계절이 여름이라 그런가 싶기도 하지만 정말 여름 같은 소설이라는 생각을 했다. 청량하고 푸른 하늘에 걸리 해는 꽤 볼만하지만 후덥지근하고 끝까지 나에게 눌어붙어있다. 아마 페퍼민트도 여름처럼 돌고 돌아 나에게 눌어붙어있을 것이다.소설 속의 인물이지만 시안도 해원도 각자의 자리에서 행복하길.#페퍼민트#백온유#성장소설#창작과비평#창비#소설페퍼민트#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