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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우주리뷰상 수상작품집
김선경 외 지음 / 알렙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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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많은 세계가 있다는 걸 실감합니다. 하나하나 모두 귀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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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 자렛 - 즉흥의 상태
이기준 지음 / 시간의흐름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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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너무 재미있습니다. 두꺼운 책인데도 시간 가는 줄 몰랐어요. 요즘 책을 넷플릭스와도 많이 비교하던데 그 정도로 재미를 보징합니다. 재즈에 조금 관심 엤으신 분은 재즈에 관한 크고 작은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가격이 조금 비싸긴 한데 오래 두고 볼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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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량한 차별주의자 (30만부 기념 거울 에디션)
김지혜 지음 / 창비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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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량한 차별주의자』 _ 김지혜 지음 (창비)

특권이 내면화된 나에게

요즘도 공중파 방송을 보면 출연자들이 ‘바보’, ‘병신’이라는 단어를 심심찮게 쓰는 모습을 본다. ‘바보’는 주로 ‘동네 바보’라는 말로 자주 쓰이고 ‘병신’은 자신의 처지를 한탄할 때 자주 쓰인다. 둘 다 장애인을 가리키며 비하하는 말인데 언젠가 한 번 지적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방송에서 출연자들이 사용하고 있다. 더군다나 요즘에는 출연자들의 부적절한 발언을 ‘삐~’ 소리로 처리하면서 재미를 불러일으키는 하나의 요소로 활용하는 듯하다. 시청자들은 그 내용을 유추하면서 발견의 재미를 찾는 것도 같다. 그 내용 가운데는 소수자들을 비하하는 표현이 많이 담겼다. 그러한 표현을 마주하면서 분명 불편한 감정을 느끼지만, 프로그램의 재미에 휩쓸려 금방 잊어버리곤 하는 나의 모습을 자주 발견한다. 그럴 때면 불편한 상황을 잠시 견디면 넘어갈 수 있다는 생각이 이제는 뿌리 깊게 박힌 게 아닌가 하는 부끄러움이 몰려오기도 한다.

김지혜 작가의 <선량한 차별주의자>를 읽으며 나도 위에서 언급한 그런 말들을 쓰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지난 나의 모습을 돌아보았다. 작가는 ‘내가 차별하지 않을 가능성은, 사실 거의 없다’, 라고 위로가 될 만한 말을 해주었지만 뭔가 크게 잘못 생각했고 지내왔다는 직감을 하고 나서는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나는 장애인 봉사활동을 꽤 오랫동안 했다. 장애인들과 함께 지내면서 조금은 놀랐던 건 그들이 자조 섞인 말투로 농담처럼 자신을 비하하는 표현을 종종 쓸 때였다. ‘애자’, ‘장애자’라는 말을 줄여서 자기들끼리 재미 삼아 부르는 모습을 보았다. 장애인인 당사자들이 그렇게 표현하면서 웃기에 나 역시 그래도 되는가보다 싶어서 별생각 없이 웃고 넘겼던 적이 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당시 그 자리에 있던 몇몇 장애인과 봉사자가 잔뜩 찌푸린 표정을 지었던 기억이 스쳐 지나간다. 그건 재미있는 표현이 아니라 불편한 표현이라는 걸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렇게 불편함을 표시했던 이들은 어쩌면 그 자리에서 신나게 웃던 이들의 모습을 안타깝게 바라보았을 것이다.

어느 순간 장애인과 가까이 지낼 일이 없어진 나를 발견한다. 장애인 봉사활동을 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거의 매 순간 불편함과 직면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신마비 장애인의 활동을 돕는 날은 불편함을 공기처럼 마주해야 했다. 침대에서 일으켜 휠체어에 앉히고 화장실에 들렀다가 옷을 입히고 콜택시를 불러 태우고 목적지에 가서는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고 집중해야 한다. 그렇게 봉사활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보람된 마음과 함께 후련한 마음이 동시에 어쩌면 더 많이 몰려온다. 그 후련했던 마음은 무엇일까. 지금 생각해보니 장애인에게는 불편함이었지만 나에게는 특권으로 가득한 일상을 다시 찾은 기분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중증 장애인 봉사활동은 덜 했으면 하는 마음이 조금씩 자라났다. 나와 나이가 비슷한, 활동에 큰 불편함이 없는 약시(弱視)를 가진 장애인이 있었다. 그가 나에게 도움을 청할 때는 마음이 어렵지 않았다. 위험한 곳을 지날 때 잠시 팔만 잡아주면 될 정도로 그를 돕는 일은 아주 쉬웠다. 이제야 조금 깨닫는다. 그와 함께 있을 때는 나의 일상에서의 특권이 크게 훼손되지 않았다는 것을 말이다. 어떤 장애인과 있을 때 내 모습이 평소와 가장 비슷한가를 큰 그림을 그리며 봉사활동을 해왔던 것이다.

그렇게 서서히 빠져나오듯이 장애인들에게서 벗어났던 나는 비장애인이다. 그들과 조금 멀어지고 나서 그들에 관한 내 생각은 얼마나 좁은 시선으로 굳어져 있을지 생각하면 아득해진다. 책에 등장하는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시위에 대한 일반인들의 반응은 과연 나의 반응이었다. 왜 저런 방식으로 표현할까, 다른 방법으로 할 수는 없었을까, 이런 생각이 바로 내가 품었던 생각이다. 나는 그저 비장애인으로서 당연히 어떤 권리를 누려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실은 그 권리가 특권인지도 모르고 누군가에게 침해받았다는 생각만 한 것이다. 시위하는 장애인들을 향한 나의 비판은 정당하다고 생각했고 꽤 합리적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그것은 비장애인으로서 특권을 방패 삼아 그들의 처지를 고려하지 않고 내뱉은 말에 불과했다.

“결국 ‘다르다’는 말은 ‘서로 다르다’는 상대적인 의미가 아니라 절대적으로 고정된 특정 집단을 의미한다. 그리하여 ‘차이’가 낙인과 억압의 기제로 생성되는 것이다.” (p.184)

‘나와 생각은 다르지만 너의 생각을 존중해’, 라는 말은 이제 흔히 쓰는 말이 되었다. 우리는 이 말을 상대방의 생각을 존중하는 매너 있는 말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이 젠틀한 말도 언제부턴가는 너와 나의 경계를 분명하게 긋는 말로 사용되는 것 같다. ‘너와 나는 이제 더 할 말이 없는 것 같으니 여기서 끝내자’, 라는 의미로 말이다. 이처럼 이 말의 쓰임이 어느 순간 날카롭게 다가와서 뭔가 개운치 못한 구석이 있었는데 나를 포함한 우리가 어쩌면 저자가 지적한 것처럼 ‘다르다’라는 말을 기형적으로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은 아닌가 생각해본다. 기존의 질서에서 바라보는 관점으로는 ‘다르다’라는 느낌이 전혀 없는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향해 점잖게 ‘다르다’라고 말하는 것은 그저 차이를 말하는 게 아니라 낙인과 억압을 말하는 것이다. 나 역시 그렇게 자신을 나름 이성적인 사람이라 생각하고 장애인을 멀뚱멀뚱 바라본 게 아니었을까. 이 특권이 몸에 밴 역사는 내 유년 어디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할지 아득하기만 하다. 아득한 그 거리만큼이나 장애인을 향한 내 마음도 어느새 아득해진 것을 발견한다. 다시 장애인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까, 라고 걱정하게 되는 건 그들은 돕는다고 하면서 그저 연민의 마음만 품고 여전히 ‘선량한 차별주의자’ 행세를 할까 두려워서이다. 그러나 책을 통해서 나는 내가 특권을 누리는 사람이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 그 깨달음이 내가 있어야 할 곳, 그리고 장애인이 있어야 할 곳을 하나씩 알려줄 것 같아 조금은 용기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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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살아 있는 것들을 위하여 - 숲과 평원과 사막을 걸으며 고통에서 치유로 향해 간 55년의 여정
배리 로페즈 지음, 이승민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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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되어준 자연

 

삶이 힘겹게 느껴질 때 자연으로 나아가는 사람들을 본다. 그들은 산으로 바다로 강으로 혹은 집 근처 작은 공원으로 나아간다. 그곳에서 그들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치유와 위로를 받는다. 그 자연 속에서 사람들은 다시 삶을 살아갈 힘을 얻는다. 그러나 자연 어딘가로 나아가지 않아도 우리는 우리가 있는 어느 곳에서든 자연을 쉽게 느낄 수 있다. 때때로 불어오는 바람과 촉촉하게 내리는 비, 그리고 나를 향해 내리쬐는 햇빛이 우리가 쉽게 만날 수 있는 자연이다. 나 역시 삶이 힘겹게 느껴질 때 자연을 생각한다. 왜 그런지 알 수는 없지만, 내가 비롯되었던 곳, 그리고 앞으로 내가 돌아갈 곳이기에 자연을 떠올린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렇게 자연을 떠올리고 나서 굳이 자연으로 나아가지 않았지만, 자연을 강렬하게 느낀 적이 있다. 깊은 절망을 느낀 어느 날, 나는 나를 향해 비치는 빛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느꼈다. 빛이 나의 유일한 친구라는 것을. 이 말은 정말 빛만이 나의 하나밖에 없는 친구라는 의미이기도 했고 다른 어떤 것도 비교할 수 없는 빛 그 자체가 주는 존재감을 말하는 것이기도 했다. 그렇게 떠올린 말이 나에게 위로가 되었다. ‘그래, 빛은 언제나 나의 유일한 친구야.’


배리 로페즈가 쓴 여기 살아 있는 것들을 위하여에서도 자연을 유일한 친구처럼 받아들이는 작가의 이야기를 찾아볼 수 있다. 이 책은 작가가 자연을 통해 힘을 얻은 순간순간을 담은 일기와도 같은 글이다. 작가는 어린 시절, 부모의 지인이자 요양병원 의사인 한 남성에게 오랫동안 성폭행을 당한다. 치료 목적이라는 말로 다가오는 남자에게 어린아이는 공포를 느끼지만, 그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그 끔찍한 시간을 견뎌낸다. 공포에 압도된 그 어린 생명에게 그래도 살아갈 힘이 되어준 건 비유가 아닌 말 그대로 한 줄기 이었다. “주위의 모든 것을 아름답게 적시는 빛이 내 존재를 지탱했다.”라고 한 작가의 말처럼 빛은 그의 존재 이유가 되어주었다. 작가는 그 빛에서 무엇을 보았을까. 그건 언젠가 이 절망적인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기도 하고 온전히 자기 존재가 받아들여진다는 긍정의 의미이기도 할 것이다. 정확히 무엇이라고 명시적으로 말할 수 없지만, 작가는 자연으로부터 큰 힘을 얻는다.


분명 빛에서 존재 이유를 발견했지만, 작가는 자연 앞에서 겸손한 태도를 보인다. 자신이 자연으로부터 위로를 받으면 받을수록 그 자연이라는 대상은 더 또렷해지는 것이 아니라 더욱더 파악하기 어려운 존재로 다가왔다. 그래서 작가는 자연을 언어화하는 것을 거부하고 자연에 대한 분석을 유보하며 결국엔 안다고 말할 수 없다라고 말하기까지 한다. 자연으로부터 진정으로 사랑을 받았기에 할 수 있었던 말이리라. 어떤 대상을 사랑하게 되면 그 대상은 자신에게 크게 확장되어 다가온다. 그건 엄습하는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자신의 존재를 온전히 끌어안는 대상이 된다. 작가는 자연으로부터 그러한 사랑의 힘을 느낀 것이다. 그래서일까, 작가는 자연을 알려고 하기보다 그저 자연을 향해 몸을 맡긴다. 그가 배 위에서 폭풍을 마주하면서도 두려움에 떨지 않았던 것은 자연이 보여줄 미지의 세계를 긍정했기 때문이리라. 그러한 경험을 통해 작가는 자신이 미처 파악할 수 없었던 자연의 광대함을 새롭게 느끼는 계기가 되었을 것 같다.


지나간 일이라며 쉽게 말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어린 시절 당했던 성폭행이라는 트라우마는 작가의 평생에 걸쳐 지워지지 않는 기억으로 남는 충격적인 사건이다. 불행 중 다행으로 그에게는 이 있었다. 그리고 처럼 느껴지는 자연이 곁에 있었다. 빛이라는 존재의 위대함을 깨닫게 하려고 그렇게 크나큰 고통이 주어졌다고 말한다면 그건 너무 잔인한 일이다. 그러나 나를 포함해 우리 대부분은 작가가 겪은 트라우마와 같은 경험을 안고 살아간다. 그 경험에서 우리가 입은 상처는 비록 어느 정도는 아물었을지라도 그 흔적은 분명히 남았다. 우리는 그러한 고통이 왜 주어졌는지 알 수 없다. 다만, 그 경험을 통해 우리는 서로 공감할 수 있는 길을 마주한다. 나 역시 희망과 기대가 끊긴 것 같은 절망을 느끼면서 그 상황 속에서 몇 날 며칠을 허우적거렸다. 그러나 어느 순간 나에게 다가온 찬란한 태양의 빛이 나에게 형용할 수 없는 힘이 되어주었다. 물론 내 고통의 순간이 극심했다고 한들 작가가 어린 시절 당한 고초와 비교할 수 있으랴. 나 역시 내 삶에 빛이 새롭게 다가오는 순간이 없었다면 아마 작가의 글을 그저 현학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다. 절망의 상황 가운데서 자연으로부터 진정한 위로를 받고 치유의 과정 가운데서도 자연의 섬세한 위로를 받은 작가의 이야기를 읽으며 다가올 고통의 순간에 나 역시 조금은 의연하게 그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은 용기를 얻는다. 그 어려운 고비를 지난 후에 아마 나는 이렇게 고백할 수 있을 것 같다. 자연이 내게 빛이 되어주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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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일을 합니다
하림 글, 지경애 그림 / 그리고 다시, 봄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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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하면서도 단호함이 느껴지는 책입니다.
음악과 함께 읽어보세요.
흥얼거리며 잔잔한 감동이 밀려올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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