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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시간 2008-2013
이명박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평점 :
"젊었을 때 공산주의자가 아니었던 사람은 바보고, 늙어서 까지 공산주의자로 남아있는 사람은 더 바보다."라는 사회주의에 상당한 식견을 가지고 있는 영국의 철학자 칼 포퍼의 말이 생각났다.
칼 포퍼의 공산주의자를 진보주의자로 바꾸어 놓고 그 기준이 나이가 된다면 나는 진보주의자도 아니고 보수주의자도 아닌 어중간한 싯점에 서있는 사람이다.
2008년에서 2013년 까지의 재임기간을 지낸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자서전인 [대통령의 시간]을 어떤 정치적 견해나 개인적인 주관없이 들여다 보아야 겠다는 마음으로 읽었다.
나오기 전 부터 말이 많았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자서전은 나오고 나서는 더 말이 많아 이슈가 된 책이 아닌가 싶다. 어떤 이유에서든 이슈가 된다는 것은 책을 펴낸 사람들에게나 출판사에겐 소리없이 조용히 묻혀버리는 것 보다는 다행스런 일이다.
이 책이 왜 그렇게 말이 많은지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나는 생각한다.
자서전이 반성문이 아닌 다음에야 자신의 과오를 드러내어 하나하나 반성하고 다음의 기회에는 그러지 않겠다는 맹세를 적을 순 없는 건 아닌가라고!
피할 건 피하고 알릴 건 알리는 적는 사람의 주관적인 견해가 다분히 들어가는 게 자서전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 자서전이 사사로운 개인의 자서전이 아닌 한 국가의 대통령을 지낸 사람으로서 재임기간 동안의 기록과 회고라고 생각한다면 자화자찬식 업적의 나열로는 문제가 있다고 보지만, 자화자찬인지 아닌지는 역사가 평가해 주리라 생각된다.
나는 MB정부를 지지했거나 후원을 해 본 적도 없고 퇴진을 요구했거나 비판을 해 본 적도 없다.
국민 대다수가 그러하듯 나와 정치적 성향이 다르다고 해서 나서서 비판하는 일도 드물고 내가 지지한 사람이 당선이 되었다고 해서 후원금을 보내며 정당 활동에 참여하는 일이 거의 없다. 나같은 무 정부주의자 비슷한 사람들 때문에 국가의 발전이 더디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느 사석에서 어떤 정치적 견해가 다른 두 사람의 열띤 토론을 지켜보던 한 지인의 말이 "어떤 무리의 대표라도 그 무리를 잘 이끌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이왕 뽑은 대표니 믿고 잘 하기를 바라야지 헐뜯기만 한다면 누워서 침 뱉기랑 다를 게 무어겠냐?"는 말을 들은 후로 나에게 와닿지 않는 정책이라고 불만을 표시하고 나에게 득이 되는 정책만을 환호하는 게 부끄러워졌다.
정책에 대한 동향을 파악하고 적극적인 참여로 비판과 지지가 함께 할 때 민주주의가 발전하는 것은 맞지만 나 같은 소시민에겐 역부족이라 잘 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지켜 보는 게 다였다.
지켜 본 게 다 인 한 국민으로서 읽은 [대통령의 시간]은 지켜보았다고 한 것이 부끄러울 만큼 많은 일들이 있었고, 내가 들어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크고 작은 국가적인 사건 뒤에는 내가 알 수 없는 국정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노력과 땀과 눈물의 시간들이 함께 했었다는 사실이었다. 영광의 순간도 있었지만 실패의 순간도 있었고 기적적으로 타결된 일도 많았지만 눈물로 얼룩진 역사도 남았었다는 것이다.
국정 초기부터 걸림돌이 된 광우병 사태, 금융위기, 미국과의 FTA 협상은 국론을 분열시키고 경제를 위협했고 국제적인 신뢰마저 흔드는 대형 사건들이었다. 위기와 퇴진의 목소리 속에서도 G20 정상회의 서울 유치와 원전 수출,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미국과의 FTA 협상 마무리 등은 재임기간 중 이루어 낸 치적에 빛났디. 하지만 무리한 4대강 사업, 대북관계의 냉전으로 인한 도발과 피해, 주변 인물의들의 비리, 아직도 공방의 대상이 되고 있는 자원외교에 대해 얼무버리거나 빼어 버린것에 대해선 실망스러웠다.
조지오웰이 "자서전은 수치스러운 점을 밝힐 때만이 신뢰할 수 있다. 스스로 칭찬하는 사람은 십중팔구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했다던가?
헌 바지를 얻어 입고 싶었던 소년에서 야간 상고 진학과 굴지의 기업인으로, 시장에서 대통령까지 걸어 온 그의 생애를 두고 혹자는 신화라고 하고 혹자는 운이 좋았다고 한다.
신화가 되었든, 운이 좋았든 이명박 전 대통령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나은 미래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며 살았다는 것에 대해서는 반론을 제기할 생각이 없다.
회고록이 나온 싯점이나 외교적 기밀 사항에 대한 민감한 얘기를 적어야 했던 건 이명박 정부가 그만큼 절실히 노력했다는 얘기였다고 하자. 내 편이 아니라고 해서 실책만을 부각시키고 내 편이라고 해서 치적만을 추켜 세우는 것도 낯간지러운 일이다. 다만, 그가 얼마나 진정성을 가지고 국정에 임했으며 더 큰 대한민국을 꿈꾸며 일을 했는지에 촛점을 맞추어 자서전을 읽었으면 싶다. 그의 정부가 끝나도 아직 진행도고 있는 사안들이 남아있고 당장 평가를 할 수 없는 일들도 있다. 역사가 평가할 일이다.
처음에도 말했듯 회고록은 반성문은 아니다.
하지만, 대통령의 시간을 걷는 동안 영광과 치적에 빛나는 만큼의 실패와 비판의 일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에 대한 반성과 회개의 심정을 균형감 있게 말 할 수 있었더라면 이 책은 보이는것 보다 더 묵직한 중량감을 가졌을 텐데의 아쉬움이 있었다.
[대통령의 시간]이 힘들었으나 더 큰 대한민국을 향해 걸어왔던 시간이었음을 믿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