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세상에 없지만 완벽한 상상 친구 ㅣ 책꿈 1
A. F. 해럴드 지음, 에밀리 그래빗 그림 / 가람어린이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혼자말로 중얼중얼 그림을 그려가며 일인다역 이야기를 꾸며내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 미소를 짓게 된다.
'아이 머리속에 들어있는 수많은 무한의 존재들'이 연필을 통해 나와 스케치북 위에 활약을 펼치고 있는 걸 보면 내 어릴 적 생각도 나려니와 그 아이의 순수한 마음이 느껴져 행복해진다.
행복했던 그때 그 시절, 나와 같은 시간을 보내며 내 이야기 상대가 되어 주었던 친구가 있었음으로 우리는 한 시절을 행복하게 건너올 수 있었던 것이니까.
[상상 친구] 말하자면, 허상의 존재라는 말인데 꼭 허상이란 법도 없다.
구체적인 모습을 떠올리며 성격도 있고 이름까지 붙여주는 친구도 있다. 아만다의 루거이거나 아만다 엄마 리지의 강아지 프리지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상 친구는 실존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어 다른 존재로 대체되기도 하고 곧 잊어버려 생각조차 나지 않지만 슬퍼하거나 아쉬워 하지는 않는다. 필요하면 그때그때 상상속에서 만들어 내면 되니까.
그렇다면, 나는 까맣게 잊고 있지만 한때 상상속에서 함께 지냈던 그 친구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이야기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가지고 출발하는 것 같다.
'루거'를 상상해 낸 '아만다'의 교통사고로 '루거'가 맞닥뜨리게 되는 존재의 정체성을 찾아가며 이야기가 출발하는 걸 보니.
아만다의 엄마마저도 반신반의 하지만 아만다에게 있어 루거는 둘 도 없는 친구다.
상상력이 풍부한 아만다는 끝없이 재미있는 놀이와 얘기거리를 만들어 내고 루거는 함께 동참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번팅씨가 등장하고 숨바꼭질을 하던 중 나타난 눈이 공허한 긴머리 소녀를 만나기 전까지는.
루거를 잡으러 온 번팅씨에게서 도망치려다 아만다는 교통사고를 당하고 의식을 잃어 상상을 하지 못하니 루거의 존재도 점점 희미해져 가는데....
잊혀진 것들은 어떻게 지내고있는지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었다면 동화를 읽고 난 감상치고 너무 거창한 것인지?
어른이 되어 한때 사랑했던 사람과의 사랑은 헤어지고 나면 그 사랑했던 기억들은 다 어디로 가는지 궁금한 적이 있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혜어지기 전 아름다운 사랑의 기억들은 어쩌면 우리가 모르는 어딘가에서 다시 사랑이 이루어지길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닌지 언젠가 한 번 불러내어 주어 그 아름답던 기억이 재현되기만을 손꼽고 있는 건 아닌지 하는 상상을 하게 되었다.
다시 동화모드..하하하.
누구나 쉽게 생각하고 쉽게 잊는 상상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이렇게 깊이있게 생각케 해 준 작가의 능력에 대단함과 감사의 마음을 함께 느꼈다.
이야기도 재미있고 구성도 좋아 책장이 술술 넘어가는 것도 좋았지만,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존재하는 것들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해 준 것이 무엇보다 감사했다.
아이들이 잃어가는 동심을 다시 되돌릴수 있는 책이어서 좋고 환타지와 모험 이야기도 잘 섞여 있어 한 쪽으로 편향된 장르만 고집하는 아이들에게 권해도 잘 읽힐 책이다.
(지금은 기억하지 못하는) 어릴 적 내 상상 친구는 누구였지?
지금도 자기를 불러 줄 지 모른다며 나를 기억하고 있을 상상 친구, 그들의 이름을 불러보는 시간을 가지고 싶은데...생각이 전혀 안나니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