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과 전장 - 박경리 장편소설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3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시장과 전장!!

우리 문학사의 큰 발자국을 남기고 간 박경리님의 작품이라는데서 반짝 호기심이 발동했다.

내가 '토지'를 읽기 이전에 박경리라는 작가를 각인 하게 된 작품 '김약국의 딸들'과 비슷한 시기에 나왔다는 사실에 꼭 읽어 보아야 겠다고 생각했던 소설이었다.

 

시장과 전장!

사람이 살아가야 하는데 필요한 무언가를 공급받을 수 있는 공간이 시장이라면 죽음과 직면할 수 밖에 없는 내 모든 걸 내 주어야 하는곳이 전장이다.

이 상반되는 공간을 무대로 지영과 기훈, 가화로 압축되는 인물을 통해 시대의 수난사 속을 헤쳐나가는 인간 군상의 내면들을 디테일하게 그려 내고있다.

 

이념을 위해 싸우건, 가정을 위해 싸우건, 사랑을 위해 싸우건 인간 본성 안에 도사리고 있는 이기심은 어쩔 수없는 것이고 그 이기심들이 어쩌면 거친 세상을 헤쳐 나가는 원동력이 될 수 도 있다는 것을 이 소설을 통해 읽는다.

 

누군들 꿈을 꾸며 살고 싶지 않으랴 마는..

누군들 아픔없는 시대를 살고 싶지 않으랴 마는..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꿈을 꾸며 인간적인 삶을 영위한다는 것 자체가 꿈이 아닐까? 싶다.

살아있다는 것 만으로도 살기위해 몸부림 치며 행하는 인간의 이기에 면죄부를 주어야 되지 않을까? 싶다.

전쟁이 주는 물리적인 폭력이야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전쟁으로 인해 마음속에 남은 폭력은 어떻게 치유하고 다스려 나가야 할지 어머니를 잃고 남편을 잃은 지영을 보며 시대의 아픔과 개인의 아픔이 다르지 않음을 느낀다.

 

전쟁이라는 재앙이 삶에 들어 올때 민 낯으로 서로를 마주 보아야 하는 상황들을 지영은 때론 좌절하며 때론 악을 쓰며 버티어 나간다.

이념보다 배고픔이, 장미빛 미래보다 처절한 현실이 더 절실함을 뼈저리게 느끼고 난 뒤의 지영은 이 세상에 파랑새는 없음을 경험으로 다시 깨닫게 될 지, 그래도 기다려 봐야 한다고 자신을 다독거리며 신산한 세월을 견디어 나갈 지 궁금해 진다.

 

전쟁을 겪지 않고 자란 세대가 읽기엔 낯선 배경이지만, 그 낯선 배경들이 생생하게 느끼게 하고, 전쟁이라는 괴물이 사람이 어떻게 변화시켜 가는지 주인공들의 내면을 짚어가며 읽는 재미도 쏠쏠했다.

이 모든 것이 명불허전, 작가의 힘이 아닌가 싶다.

 

좋은 글을 쓰는 훌륭한 작가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건 참 안타까운 일이구나...책을 덮으며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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