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와 규칙 - 스티븐 핑커가 들려주는 언어와 마음의 비밀 사이언스 마스터스 19
스티븐 핑커 지음, 김한영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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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핑커의 저서인 <단어와 규칙(Words and Rules)>은 인간의 마음이 언어를 처리하는 방식을 '불규칙 동사(단어)'와 '규칙 동사(규칙)'라는 단 한 가지 미시적인 언어 현상을 통해 풀어낸 인지과학의 걸작이다. 


이 책의 내용은 언어가 단지 뇌의 뉴런 연결망을 통한 패턴 학습일 뿐이라는 '연결주의(행동주의적 관점)'와, 모든 언어는 선천적인 규칙 체계를 따른다는 촘스키의 '보편문법(생득주의)' 이론을 날카롭게 대조한다. 


핑커는 두 학파의 극단적 주장을 배격하는 대신, 규칙적인 언어 처리(예: 동사에 '-ed'를 붙여 과거형을 만드는 행위)는 컴퓨터 알고리즘 같은 '규칙' 프로그램이 담당하고, 불규칙 처리(예: go-went, break-broke)는 뇌의 연상 기억 장치인 '단어' 저장소가 담당한다는 이중 모델을 입증하는데 주력한다. 


과거시제 변화라는 아주 단순한 문법적 주제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추적하여, 결과적으로 인간의 기억과 인지 구조가 어떻게 설계되어 있는지라는 거대한 결론에 도달하는 과정이 흥미진진하다. 


인지과학에서 오랫동안 대립해 온 '기호주의(Rule-based)'와 '연결주의(Connectionist)'의 해묵은 논쟁을 세련된 실험적 증거와 논리로 중재하고 통합했다는 점에서 높은 가치가 있다. 


다만 '단어와 규칙'이라는 이분법적 모델이 인간 언어의 그 수많은 예외와 복잡성을 완벽하게 설명하기에는 지나치게 단순화된 가설이라는 비판도 가능하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격언처럼, "가장 미시적인 언어 현상(과거시제)이 가장 거시적인 인간의 마음(뇌의 작동 방식)을 비추는 거울"임을 증명해 낸 인지과학 연구의 명작이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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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 유전자
리처드 도킨스 지음, 홍영남.이상임 옮김 / 을유문화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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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는 현대 진화생물학의 역작이지만, 기계론적 유물론(mechanistic materialism)과 과학만능주의(scientism)의 관점에 치우쳐 저술된 점을 감안하면 생명 현상을 지나치게 단순화하고, 과학의 영역을 넘어선 가치관을 주입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의 이 책이 가진 주요 문제점들을 든다면 다음과 같다. 

 

1. 극단적인 환원주의와 기계론적 생명관


* 유전자 결정론(Genetic Determinism): 도킨스는 유전자를 주체로, 인간과 생물체를 유전자 보존을 위한 '생존 기계(survival machine)'로 정의하고 있다. 이는 생명체를 물질적 요소(DNA)로만 환원하여 복잡한 생명 현상과 주체성을 말살하는 기계론적 시각이다. 


* 복합성 무시: 데니스 노블(Denis Noble) 등 현대 시스템 생물학자들은 유전자가 생명체라는 시스템 내부의 도구일 뿐, 시스템 자체가 유전자를 제어한다고 반박한다. 도킨스의 관점은 이러한 상위 수준의 통합적 관점을 무시하고 하위 물질(유전자)의 힘만을 지나치게 과장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2. 과학만능주의(Scientism)에 기반한 은유의 남용


* '이기적'이라는 인격화된 은유: 유전자는 의지나 목적이 없는 화학 물질임에도 불구하고 도킨스는 이를 '이기적'이라는 인간의 심리적 용어로 비유하여(metaphor), 과학적 사실을 넘어선 도덕적, 철학적 해석을 유도했다. 이는 생물학적 사실에 대한 객관적 설명이 아니라 유물론적 세계관을 강화하는 은유적 도구로 활용되었다는 비판을 집중적으로 받는다. 


* 확장된 표현형의 맹신: 도킨스는 '확장된 표현형' 개념을 통해 유전자의 영향력을 생물체 외부 환경까지 확장해 나간다. 이는 모든 생물 행동을 유전자 탓으로 돌리는 결정론을 공고히 하여, 환경과의 상호작용이나 개체의 의지적 행동을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축소시키는 것이다. 


3. 사회적 행동의 생물학적 환원


* 도덕과 문화의 유전자화: 인간의 이타심이나 도덕적 행동마저도 '유전자의 이기적 이익'으로 해석한다. 이는 복잡한 인간 사회의 가치, 문화, 윤리를 오로지 생물학적 결과물로만 환원하여 해석하는 과학만능주의의 전형적인 모습이기도 하다. 


* 과학만능주의적 독단: 과학만이 진리에 이르는 유일한 길이라는 태도는 철학, 종교, 예술이 가진 고유한 통찰을 배제한다. '이기적 유전자'는 모든 존재의 이유를 생물학적 메커니즘으로 환원시킴으로써, 다른 학문적 관점이 개입할 여지를 차단하는 독점적 지식 체계를 구축하려 한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4. 실증적 한계와 '팝 과학(Pop Science)'


* 과학적 증명의 부재: 유전자 중심적 진화론은 유전자가 실제로 어떻게 행동을 결정하는지에 대한 인과관계 증명보다는, 결과에 대한 사후적 은유에 가깝다는 지적을 받는다.


* 시스템 생물학의 등장: 생명은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다양한 계층(분자, 세포, 조직, 개체)이 상호작용하는 시스템이다. 도킨스의 이론은 이러한 현대 생물학의 발전에 비해 구시대적인 20세기 중반의 환원주의적 시각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도 받는다. 


요약하면, 기계론적 유물론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이기적 유전자>는 "복잡한 생명의 본질을 기계적인 유전자 작동으로 과도하게 환원"하고, "은유적인 과학적 설명을 마치 유일한 진리인 것처럼 내세우는 과학만능주의의 산물"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도킨스는 생물학자로서 탁월한 은유를 사용했으나, 그 은유가 유물론적 세계관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작동했다는 것이 비판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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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불제 민주주의 - 유시민의 헌법 에세이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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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의 <후불제 민주주의>는 이명박 정부 시절의 정치 상황을 배경으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충분한 비용(희생, 참여, 토론)을 치르지 않고 빠르게 성장하여 '후불제'처럼 나중에 대가를 치르고 있다는 진단을 담은 에세이다. 


이 책은 유시민의 정치적 주관에 매몰된 견해를 피력하고 있으나 다음과 같은 점들에서 비판을 받을 만하다.


1. 지나친 정치적 편향성 (이명박 정부 비판 중심)

이 책은 당시 이명박 정부의 정책을 '문명 역주행'이라 단정하고, 참여정부의 가치를 옹호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헌법 해석보다는, 저자의 정치적 견해가 투영된 해석이 중심이 되어 보수 진영이나 다른 정치적 견해를 가진 독자들에게는 '정치 에세이'로만 읽힐 수 있다. 


2. '후불제' 프레임의 논리적 한계

민주주의를 '선불'과 '후불'이라는 경제적 은유로 표현하는 것이 한국 민주주의의 복잡한 성장을 지나치게 단순화하고 있다.

민주주의의 발전은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투쟁이 끊임없이 축적된 결과인데, 이를 '제값을 치르지 않았다'는 식의 부채 개념으로 접근하면 한국 민주주의의 성취 자체를 저평가하게 될 위험이 있는 것이다. 


3. '87년 체제'에 대한 시각 차이

1987년 민주화 항쟁 이후 이룩한 민주주의적 성과를 '완성된 것이 아닌 후불제'로 규정하는 저자의 견해도 비판 받는다.

다른 관점에서는 한국 민주주의가 87년 체제 이후 매우 단단해졌으며, 민주주의의 위기는 특정 정부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포퓰리즘, 양극화 등)으로 보아야 한다는 견해도 있기 때문이다. 


4. 정치적 대안의 부재 (비판을 위한 비판)

현 상황의 문제를 진단하고 비판하는 데는 날카롭지만, 제시된 헌법적 가치나 현실 정치적 해결책이 다소 이상적이거나 두루뭉술하다는 점이다.

정치 평론가로서의 분석은 돋보이나, 일반 시민들이 어떻게 '후불제'의 비용을 치러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행동지침보다는 정치권에 대한 개인적 요구 위주로 서술하고 있다. 


5. 헌법의 자의적 해석 가능성

헌법 정신을 강조하지만, 헌법의 구체적인 항목들을 저자의 정치적 가치에 따라 선택적으로 해석하고 있는 점이다. 


전반적으로 한국 현대사를 민주주의 대 반민주주의의 선악 이분법의 구도로만 파악하여, 보수 세력의 역할을 지나치게 과소평가하거나 악마화하는 서술이 지배적이다. 
민주주의 제도 자체에 대한 신뢰보다는, 역사가 자기 진영 위주로 발전해야 옳다는 결정론적 역사관에 매몰되어 객관성을 잃고 있는 책이라 할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부채 의식을 강조한 이 책 덕분인지, 저자는 곧 '노무현 재단 이사장'으로 영전하여 철밥통의 호구지책을 마련하게 된 점은 덤이었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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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아이들 - 아이들은 도대체 어떻게 언어를 배울까?
조지은.송지은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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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세계에선 말이 필요 없다. '느낌' 그 자체가 공명될 뿐, 저급한 인간의 말은 이곳 육화한 신들이 한시적으로 배워야 하는 유배지의 말 같은 것 아닐까?

아이들이 말을 배우는 과정이란 결국 천상계의 신의 마음이 인간의 마음으로 내려오는, 다소 저급한 이원성의 배움 과정 아닐까?


범주 지각이란 인간이 말소리를 지각함에 있어 소리 간의 범주를 구분하는 경계에는 예민하게 반응하지만, 한 소리 범주 내의 차이에 대해서는 둔감하게 반응하는 것을 말한다. 


아이들은 분류편향성(taxonomic bias)으로 단어를 습득한다.


아이들은 특정한 편향성을 바탕으로 단어의 의미를 추측하게 된다. 가장 대표적으로, 아이들은 모르는 단어를 들었을 때 눈앞에 있는 물체의 ‘모양’과 그 단어를 연관시키는 경향이 강하다. 이것을 모양편향성(shape bias)이라고 한다.


아이들은 단어를 물체의 부분보다는 전체와 연관시키는 경향이 강하다(Hollich 외, 2007). 이러한 경향성은 전체 물체 편향성(whole-object bias)이라고 불린다.


언어 보편적으로 아이들은 명사를 동사보다 더 쉽게 배운다(Gentner, 1982). 이것은 아이들이 단어를 주로 눈앞에 있는 실체적인 사물들과 연관 짓는 경향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주장은 특히 단어 폭발 시기에 습득되는 단어들이 주로 명사라는 점에서 더 설득력을 얻는다. 


인간은 언어 장애를 가진 것이 아니라면 머리가 좋거나, 나쁘거나 상관없이 모두 동일하게 언어를 습득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언어를 완전하게 습득하게 되는 것은 동일하지만, 개인의 성격과 같은 다른 요인에 따라서 언어 습득이 일어나는 과정이나 속도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말이란 소통을 위한 것이다. 영어를 배우는 이유는 세계인과 소통을 하기 위해서지, 문법과 발음이 100퍼센트 정확한 언어를 구사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무엇보다 자연스럽게 영어로 의사 소통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아이들이 씩씩한 마음으로 말을 하면서 문법 실수로 마음 졸이지 않게 하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영어 교육의 양과 질을 개선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이 씩씩한 마음과, 또 이 씩씩한 마음을 보듬을 교육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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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존재를 과학으로 입증하다 - 무신론과 유신론의 논쟁과 대립을 해결한다
김송호 지음 / 물병자리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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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일반적으로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은 절대 공간과 절대 시간이 있다는 뉴턴적 세계관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의하면 공간은 3차원이 아니며, 시간은 별개의 실체가 아니라, 둘은 밀접하게 관련되어 4차원의 ‘시공’ 연속체를 형성한다. 그러니까 시간은 절대적 개념이 아니라, 우리 감각에 의해 만들어지는 상대적인 개념이다. (p.140)


인간의 감각 능력은 한계를 갖고 있기 때문에 육안에 의한 과학적 관찰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또한 심안에 의한 결론도 논리적 추론의 근거가 기존의 이론에 근거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고, 또 여러 가지 제약 요건, 예를 들면 개인적 또는 사회적 패러다임의 차이 때문에 잘못된 결론을 얻을 가능성이 있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과학과 종교는 같은 진리를 밝히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p.177)


현대 물리학의 세계에서 우리는 객관적 세계를 그 자체로 보지 않고, 주체와 객체의 만남에 따른 관찰 행위로써 창조된 것이라 생각한다. 하이젠베르크의 말대로 “자연과학은 자연을 단순히 기술하고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은 자연과 우리 자신 사이에 일어나는 상호작용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현대물리학에서 우리는 대상 그 자체의 속성에 관해서는 말할 수 없으며, 그것은 대상과 관찰자의 상호작용이라는 맥락에서만 의미가 있다. (p.203~204)


뭔가 새로운 방법론이나 조망을 기대하고 읽었지만... 역시 신박한 증명은 없었다. 
기껏해야 이신론의 변형이거나 불가지론의 대안으로서의 제1원인을 주장하는 듯하다. 
결국은 개인이 판단할 문제로 귀결된다. 
위대한 창조주로서의 절대자 인격신을 믿거나, '과학'이라는 새로운 신을 믿거나.
(혹은 이 책의 주장처럼 둘 다 묶어서 하나로 믿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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